<사설> 소규모 학교 통폐합, 주민 뜻이 우선
소규모 학교 통폐합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제주도교육청이 3개 학교를 분교장으로 개편하는 내용을 담은 조례안을 지난해 12월 가결한데 대해 분교장 개편을 반대하는 내용의 조례안이 이달 열리는 도의회 임시회에서 상정되기 때문이다. 분교장 개편 대상학교는 성산읍 수산교-풍천교, 대정읍 가파교 등 모두 서귀포시 관내 초등학교다.
소규모 학교 통폐합 논란이 도마 위에 오른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미 1990년대부터 교육 수요자의 교육혜택 우선이냐, 마을공동체 파괴냐를 놓고 거센 논란에 휘말린 바 있다. 그 당시 전체 학생수 100명을 기준으로 통폐한 대상이 결정되면서 수많은 학교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버렸다.
최근에는 전체 학생수가 60명 이하로 다소 완화됐으나, 교육당국의 소규모 학교 통폐합 시도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시 관내 3개 학교의 경우도 당초 분교장 개편 시기를 1년 유예했다가, 지역주민들이 다시 원천무효를 요구하고 나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물론 도의회에서 처리한 분교장 개편 조례안이 주민들의 요구에 의해 6개월 만에 개정을 시도하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많다. 교육정책의 일관성을 저하하고 행정위 신뢰를 떨어뜨리게 된다는 도교육청의 입장에도 수긍이 간다. 소규모 학교 통폐합이 도교육청 권한을 벗어난 전국적인 사안이라는 점에서 원칙을 중시할 수밖에 없는 처지도 나름대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럼에도 지역주민들이 그토록 반대하는 학교 통폐합을 밀어붙이기 식으로 추진한다는 것은 자칫 지역공동체에 커다란 후유증을 만들 수 있다. 현재 지역주민들은 분교장 격하를 막기 위해 생업을 팽개치고 추진위원회를 결성하며 눈물겨운 투쟁을 벌이고 있다. 외부인을 끌어들이려 마을 빈집을 수리해 제공하거나, 임대주택을 지으며 학교를 지켜내려 발버둥치고 있다.
현재 OECD에 가입한 선진국들의 학급당 평균 학생 수에 비해 우리나라의 학생 수는 4~10명 정도 많은 편이다. 학생 수 부족을 이유로 분교장에서 복식 수업이 이뤄지는 나라는 선진국에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소규모 학교 통폐합은 도농간 격차를 심화하며 학교 중심의 마을공동체도 파괴해 버린다. 인구 유입과 돌아오는 농어촌 건설이 서귀포시의 주요 현안인 시점에서 소규모 학교를 강제로 통폐합하려는 방침은 분명 재고돼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