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도심권 발전계획, 백년대계 내다봐야

2012-12-07     서귀포신문

최근 서귀포시가 도심권을 관광명품 거리로 조성하기 위해 도심권 중장기 종합발전 기본계획 용역을 시행하고 있다. 지난 26년간 도로 확장여부로 논란이 돼 온 중정로에 도로 확장대신 명품 관광거리로 조성하려는 의도에서다. 오랜 기간 도시계획도로 지정에 묶여 노후 건물이 즐비한 중정로 일대의 면모를 새롭게 바꾸고 여타 도심권에도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들여 전문기관에 맡겨 용역을 실시했다.

최근 용역기관에서 도심권 중장기발전의 밑그림을 마련하고 각계 전문가들이 참가한 가운데 용역 중간보고회를 개최했다. 용역에서 제시된 주요내용은 주차빌딩을 겸한 상징타워 건립, 매일올레시장 맞은편에 야시장 운영, 면세특구 지정, 의류화장품, 예술인 거리 등 특성화 거리 조성, 상점가 2층에 공중회랑 설치 등이다. 야간관광을 활성화하고 국내외 관광객을 유치함으로써 지역경제에 활성화를 도모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용역기관의 이러한 청사진은 대다수 전문가들로부터 따가운 지적을 벗어날 수 없었다. 무엇보다 전문가들은 서귀포시의 정체성과 특성이 드러나지 않은 채 거대한 시설 설치 위주로 계획안이 수립돼 있다고 제시했다. 정부차원의 도심재생 사업과도 연계성이 떨어져, 사업추진을 위한 재원확보 방안도 의문시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면세특구 지정이나 야시장 운영과정에서 상인들의 수용 여부도 장담하기 힘들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사실 서귀포시는 그동안 도심상권 활성화를 위해 막대한 예산을 들여 수차례 용역을 실시했으나, 실제 정책에 반영된 사례는 거의 드물었다. 주차 공간 확보, 야시장 운영 등은 매번 용역에서 단골 메뉴로 거론되고 있고, 시민과 상인들이 공감할 만한 참신한 구상은 별로 찾아볼 수 없었다. 이번 용역안 역시 예외가 아니다. 용역의 제목을 제외한다면, 서귀포시가 아닌 국내의 여느 도시에 적용할 수 있는 방안들이 잔뜩 나열돼 있다.

서귀포시가 최근 제주올레의 인기와 귀농귀촌 인구유입 여파로 인구 증가가 두드러지면서 도시 전체에 새로운 활력이 꿈틀대고 있다. 서귀포시가 세계 최고의 녹색 휴양도시를 꿈꾸고 있는 것도 천혜의 자연경관과 고유의 문화예술, 독특한 인문자원 등을 비교적 온전히 이어오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서귀포시 도심권이 진정한 관광 명품거리로 도약하려면, 전문가들의 지적처럼 서귀포만의 특성과 정체성을 뚜렷이 담아내려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서귀포시의 20년, 30년 이후를 내다보는 도심권 발전을 위한 밑그림이 새롭게 그려질 것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