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통해 깨닫는 인연의 소중함'
<책읽는 서귀포, 칠십리 책방> 9. 천국에서 만난 다섯사람
'책읽는 서귀포, 칠십리 책방'에서는 '2012-2013 서귀포시민의책읽기' 선정도서를 읽은 독자와 만나 대화를 나눈다. 이번에 만난 사람은 서귀포 동홍동 A음악학원에서 피아노를 가르치는 손정기 씨. 30대 중반인 그는 아이들에게 피아노와 여러 악기를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다. 그에게 음악이란 진정으로 사람을 신나게 하는 것! 무더위로 지쳐가는 8월의 폭염일에 한 줄기 단비처럼 시원한 피아노 선율을 들으며 <천국에서 만난 다섯사람>을 놓고 대화를 시작했다.
안재홍(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 이하 ‘안’)= 가장 좋은 직업이란 자기가 좋아하는 취미를 직업으로 삼는 것이라고 들었는데, 그렇게 보자면 음악을 전공해서 아이를 가르치시는 손정기 님은 행복한 것이 아닌가요.
손정기(이하 ‘손’)= 음악은 가르치는 분야도 즐겁지만 역시 연주하는 것이 제 맛이 아닌가 하네요. 그래서 바쁜 일상이지만 공연도 놓치지 않으려고 합니다. 서귀포에는 아직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재즈공연도 하고 있고 아이들에게도 다양한 악기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안= 보통은 나중에 물어보는 질문인데요.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손=저는 제주도에서만 들을 수 있는 음악을 만들어서 연주하고 싶습니다. 해외에 가면 그 나라, 그 지역에서만 들을 수 있는 지방색이 담긴 음악 있지요. 예를 들면 이탈리아에서는 칸쵸네, 일본은 기가쿠이 가 있듯이 우리 제주에는 혹은 서귀포에서만 들을 수 있는 음악이 있다면 멋진 일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금은 오돌또기, 이어도 사나 등을 재즈로 연주하기도 하고 작곡도 하고 있지요.
안=이번 책은 첫 출발이 ‘죽음’에서 시작하고 있는데 평소 죽음에 대한 관심(?)이 있으셨나요.
손=제가 신앙이 있어서 그런지 평소 ‘죽음’에 대한 생각을 좀 하는 편입니다. 그렇다고 관심이 많은 것은 아니고요. 때때로 병문안을 때문에 병원에 가거나 혹은 상가 집에 조문을 가게 되면 역시 죽음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더군요. 그래서 내린 결론이 후회 없이 열심히 살자는 생각이 들더군요.
안=이 책의 표지는 매우 가벼운데 그 주제와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게다가 구성은 매우 독특한데 어떤가요.
손=한 주인공의 죽음, 그의 죽음 이후에 그가 여러 사람을 만나서 알게 되는 진실들, 그리고 무엇보다 인생의 진정한 가치가 우리를 어떻게 행복하게 할 것인가를 보여주는 책입니다. 그리고 조금은 정신 차려 읽지 않으면 자칫 흐름을 놓칠 수 있는 입체적 구성이 매우 독특하고 눈에 띄는 책입니다. 다른 면에서 보면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스쿠르지 영감’이란 책의 내용이 떠올랐습니다. 그가 성탄절을 앞두고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과 유사한 면이 있어서 그렇게 무거운 느낌이 들지는 않았습니다.
안=이 책은 제목처럼 다섯 사람의 만남을 통해 인생의 이면과 진실을 알게 해주고 있습니다. 첫 번째 만남은 ‘인연의 장’이라고 했는데 ‘인연’이라는 것이 단순한 만남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그것은 나 아닌 다른 사람의 인생에 내가 연결되어 있는 것이며 심지어 그 어느 것도 다른 무언가와 연결되지 않은 것은 없다’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손정기 님이 생각하는 인생에서의 인연은 어떤 의미신지요.
손=저는 이 책을 읽고 만남 즉 인연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최근 들어 제가 깨닫게 된 것 중에 인연을 소중히 생각해야겠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지요. 사람을 만날 때 그 만남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여겨집니다. 게다가 제주는 좁은 지역이기에 더욱 만남을 소중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마음이 들더군요. 제주가 좁다는 말이 한 사람만 거치면 모르는 사람이 없기에 잘 처신해야 한다는 의미보다는 좁은 지역에서 살기에 사람이 더욱 귀하고 만남을 소중히 생각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안=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기억남은 만한 만남이 있으셨나요.
손= 제가 작년 5월에 결혼을 했습니다. 그리고 5개월이 된 딸이 하나 있지요. 제게 있어서 가장 기억에 남을 만한 만남은 아내를 학교에서 만나게 된 것입니다. 함께 음악을 공부했고 그 인연으로 부부가 되어서 가정을 이룬 것을 생각하면 지금까지 제게 있어서 가장 의미있고 보람된 만남이네요.
안=주인공의 두 번째 만남을 ‘희생의 장’이라고 적었는데 그 내용은 이렇습니다. ‘희생은 나에게 크고 소중한 것을 상대방에게 넘겨주는 것’이라고 표현했는데요. 주인공인 에디가 총상으로 절름발이가 되기는 했지만 결국 진실은 목숨을 얻은 것인데요. 지금까지 이런 희생을 해보거나 받아 본적이 있으신가요.
손=첫 번째로 제가 받은 희생이란 것은 무엇보다 부모님의 희생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큰 어려움이 없이 성장했고 학업에도 아낌없는 지원을 해주셔서 감사하죠. 또 한 분을 생각하자면 저를 지도해주신 많은 선생님들이 생각납니다. 비록 제게 엄격하게 얘기하셔서 서운한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지금 돌이켜 보면 저를 아끼셨던 선생님의 가르침과 희생을 잊을 수 없겠네요. 이 지면을 빌어서 “제게 지도와 편달을 주신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안=비록 누군가의 희생이 감사하더라도 서운함과 잔소리는 역시 받는 사람이 힘들지 않나요. 혹시 알고 있는 잔소리 즉 훈계를 잘하는 기술이 있으신가요.
손=잔소리 중에서 가장 제가 힘들었던 것이 있다면 ‘빨리’라는 말입니다. 무엇을 지시할 때 ‘빨리 빨리’라는 말을 들으면 먼저 힘들고 마음이 복잡해지더군요. 그래서 저는 ‘빨리’라는 잔소리를 안하기로 다짐 했습니다.
안=저는 세 번째 만남 즉 용서의 장이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 주인공 에디가 아버지와 친해지고 싶어 했지만 결국 무관심이 침묵으로 이어지는 관계를 보면서 답답했는데요. 에디의 마음이 이해가 되셨나요.
손=저 역시 용서의 장이 가장 크게 가슴에 와 닿은 장입니다. 이런 문장이 있더군요. ‘부모는 누구나 자식에게 상처를 준다.’ 제가 아빠가 된 입장에서 보자면 정말 아이를 양육하면서 조심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또 제 경우는 아버지와의 관계가 매우 좋았습니다. 제 말을 들어주고 기다려주셨던 인자한 아버지를 보면서 저 역시 좋은 아빠가 되야겠구나 했던 다짐이 생각납니다. 물론 책에서 보자면 에디가 아버지와 불편했지만 루비 여사를 만나서 아버지에 대한 오해를 극복하는 장면이 감동적이었지요.
안=음악학원에서 여러 악기를 앞에 두고 대화를 하다 보니 음악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네요. 음악이 사람을 기분 좋게 한다고 했는데 음악을 통해서 좋은 인연이 된 경험이 있으신가요.
손=갑자기 질문을 하니 쉽게 기억하지는 못하는데요. 제가 아내에게 청혼할 때 영상을 만들었는데 그때 배경음악이 ‘저스트 라이크 어 스타(Just like a star)’라는 노래였지요. 아무래도 음악이란 것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좋은 방법인 듯 하네요.
안=마지막 다섯 번째 만남이 화해의 장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책을 읽으실 독자를 위해서 생략하기로 하고 ‘화해’라는 주제를 놓고서 이 자리에서 화해하고 싶은 사람이 있으신가요. 있다면 누구인지요.
손=특별히 ‘이 사람이다!’라고 말하고 싶은 사람은 없네요. 그런데 시간이 지났지만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 알고 지내던 분들이 모두 생각납니다. 어느 순간 관계가 소원해져서 서먹하게 된 분들이 있는데 그 분들과 화해하고 싶은 마음이네요. 구체적으로 안좋은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죠. 그냥 멀어졌다고 해야 할까요. 혹시 이렇게 지면을 빌어서 화해를 신청했기에 불쑥 제가 다가서도 스스럼없이 반갑게 대해 주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안=만남 즉 사람과의 관계에서 중요한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손=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중요하더군요. 다른 사람을 존중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역지사지(易地思之)란 말이 떠오르는데요. 입장을 바꾸어 생각하는 것도 필요하겠죠. 사람마다 각기 다른 가치관과 입장이 있기에 쉽게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지요. 게다가 그런 자기만의 고집으로 다른 이들을 바라보기에 더욱 사이가 멀어지게 되는 거겠죠. 저 역시 어려운 일이지만 그 사람의 마음과 처지에서 생각해 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안=이 책의 저자와 저자의 다른 책을 소개 바랍니다.
손=이 책, ‘천국에서 만난 다섯 사람’의 저자는 미치 앨봄(Mitch Albom)인데요. 베스트셀러 목록에 있는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의 저자이기도 합니다.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은 루게릭병으로 죽음을 눈앞에 둔 노교수 모리와 16년 만에 그를 찾아온 저자가 매주 화요일마다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엮은 책입니다. 아직 제가 읽지는 않았지만 서평이 좋아서 꼭 읽도록 하겠습니다.
안=서귀포에서 젊은 음악인으로 음악활동과 발표회도 하고 있으신데요. 특별히 애정을 갖고 활동하는 이유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손=처음에는 카페에서 같이 연주를 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대화하고 공연하는 것이 즐거웠지요. 특별히 어떤 이유나 사명감이 있어서 시작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함께 공연하고 음악을 통해 교류를 하면서 많은 영감을 얻게 되더군요. 이에 소통의 힘이라 생각이 들었지요. 책을 통해서 소통하듯이 음악을 통해서 소통을 하는 것이 무척 흥미롭고 내 고향 서귀포가 문화예술이 넘쳐나는 곳이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습니다.
안=서귀포시민의책을 알고 있으셨는지요.
손= 책을 읽으려고 노력을 하지만 잘 읽지는 못했네요. 이번 기회에 이 책을 읽고 크게 느낀 점이 있어서 책을 열심히 읽겠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매년 선정되는 서귀포시민의책도 목록을 두고 읽겠습니다.
안=나에게 책이란
손= ‘짐’과 같은 존재다. 왜냐하면 책을 읽기 위해서는 시간을 내야 하기에 일종의 부담과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러나 좋은 책을 읽고 나면 내 인생의 어려운 문제를 풀 수 있는 지혜를 얻었다는 마음도 들지요.
사진․정리 유정숙 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