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행복하게 사는법을 익히는 것
<2014 책읽는 서귀포, 칠십리 책방>다섯번째 책 - 생각한다는 것
철학! 철학이 뭐지요? 우리에게 철학은 낯설고 어렵습니다. 그러나 이 책을 따라가면 철학이 손에 잡힐 듯합니다. 아니, 이미 꼬마철학자가 되어있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저자는 청소년들에게 잘 살고 싶다면 철학과 친구가 되라고 강조합니다. 철학은 행복이고 우정이고 자유이고 공부라는 것입니다. 자, 이제 책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저자 고병권, 출판사 너머학교)
1. 독서대담에 응해주신걸 환영합니다. 우선 자기소개 해주실래요?
- 안녕하세요? 저는 남주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현상준입니다. 평소에 독서에 관심이 많았는데 이런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게 되어 영광입니다.
2. 고3!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소중한 시기네요. 상준군은 어떤 꿈을 가지고 있나요?
- 사실 얼마 전에 3월 전국연합 모의고사를 망쳐버려서 앞으로 남은 고3수험생활이 정말 만만치는 않을 것 같아요. 하지만 학교생활은 어느 때보다 만족합니다. 애초에 꿈을 정해놓은 상태라서 대학, 학과 스트레스를 덜 받거든요. PD가 되어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것이 제 꿈입니다. 쉽지 않은 것은 알지만 최선을 다해서 목표에 도달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3. 꿈을 꾼다는 건 아름답고 우리가 살아갈 이유이기도 합니다. 현재 상황을 참고하고 깊이 생각하여 그 꿈을 꼭 이루시기 바랍니다. ‘생각한다는 것’은 청소년들을 위한 철학에 관한 이야기인데 읽어보니까 어떻습니까?
- 예, 사실 우연하게도 일주일 전에 저를 유심히 보시던 한 선생님께서 철학과에 지원하는 것을 추천하셨어요. 철학이란 고상한 철학자들이나 하는 따분한 학문으로 여겼기에 매우 반감이 들었었는데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일이 곧 철학적인 삶과 동떨어져있지 않다는 걸 느끼고 철학에 대한 인식도 긍정적으로 바뀐 것 같습니다. 일상적인 이야기를 쉽게 풀어쓴 내용이라서 친근감이 생겼습니다.
4. 참, 다행이군요. 책에선 잘 살기 위해선 철학을 하라고 합니다. 잘 살기 위한 기술이 곧 철학이라는 말입니다. 잘 사는 것과 잘못 사는 것의 기준은 무엇일까요?
- 그건 생각의 차이 일 것 같습니다. 보통 돈이 많아야 잘 살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부자라고 반드시 행복하다는 법 없고 가난하다고 꼭 불행하다는 법 없습니다. 부자가 아니더라도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책에 소개된 디오게네스의 일화에서 알 수 있듯이 물질이 많고 적음이 아니라 어떻게 행복한 삶을 만들어 가느냐의 문제입니다. 부자가 되기 위해 욕심과 경쟁, 또는 부정적인 수단을 쓰는 경우 마음이 불안할 수가 있습니다. 오히려 부자는 아니지만 검소하고 편안하게 살며 마음이 자유로우면 행복할 수 있다고 봅니다. 굳이 생각해보자면 저는 정신적인 만족이 기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에 소개된 하인리히 뵐의 늙은 어부와 관광객의 일화를 통해 저는 새로운 가르침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관광객은 늙은 어부에게 사업을 크게 확장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제안하였지만 늙은 어부는 이미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있었습니다. 늙은 어부는 현실의 삶에 만족하고 있었기 때문이죠.
5. 우리는 누구나 어떤 일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지요. 그런데 성공하는 사람과 실패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성공과 실패의 원인은 무엇 때문일까요?
- ‘너 자신을 알라.’ 유명한 철학자 소크라테스의 명언입니다. 사실 저는 이 말을 이해하진 못했었어요. ‘나 자신을 알아서 뭘?’언제나 이 생각이었죠. 하지만 이 책을 통해서 저는 그 명언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너 자신을 알라’는 분수에 맞게 살라는 의미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책을 읽으며 저는 이 명언이 자기 자신에 대해서 완벽한 이해를 해야 한다는 의미를 함축한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사람들은 자신에 대해서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합니다. 제 주변에도 자신에 맞는 전공을 찾지 못한 친구들이 허다하거든요. 그 친구들은 의욕적으로 아무거나 시도를 해보지만 금세 포기해버립니다. 해낼 수 있었을지도 모를 일들조차 말이죠. 제가 생각하는 성공과 실패의 원인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자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 둘은 끝까지 나아가지 않고 포기하는 것. 저도 실패해본 경험이 많았는데 끝까지 물고 늘어졌던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이제부터라도 자신에 대한 깊은 고찰을 해보려고요. 바쁜 고3이지만 언젠가 시간을 내서 자신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이번 독서가 큰 교훈을 준 것 같습니다.
5. 옳아요. 그래서 철학은 곧 ‘깊이 생각하는 기술’이라고 합니다. 반대로 생각이 없으면 악마가 될 수 있다는 말은 무얼 의미합니까?
- 저도 책에 소개된 내용을 읽고 깜짝 놀랐습니다. ‘생각이 없으면 악마가 될 수 있다!’
독일 히틀러의 부하 아이히만은 수백만명의 유태인을 학살하는데 앞장섰다고 합니다. 그는 도망쳤다가 붙잡혔는데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사람이었고 정신적으로도 정상이었어요. 그는 유태인을 죽이면서도 왜 죽여야 하는지, 그러면 어떻게 되는지 아무 생각 없이 명령을 성실히 수행했을 뿐, 자신이 하는 일을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그는 유태인을 미워하지도 않았고 미워할 이유도 없었다고 합니다. 오히려 생계에 도움을 준 유태인을 고맙게 여겼습니다. 최근에 윤리와 사상이라는 교과를 배우고 있습니다. 배운 내용 중에 윤리와 사회사상에 대한 공부가 앎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공감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었죠. 아이히만은 공감하는 능력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상부의 명령만으로 가책 없이 사람들을 괴롭힌다는 것이 그 증거죠. 생각이 없으면 악마가 된다는 말은 자신의 행위를 성찰하지 못하고 남을 이해하지 못하는, 깊은 사고가 없으면 비윤리적 인간이 된다는 말입니다.
6. 아무 생각 없이 습관적으로 행할 때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습관은 나쁘다는 건가요?
- 습관 탓에 생각 없이 무언가를 행하는 것이 좋지 않을 뿐, 습관 자체에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무의식적인 습관들에 의한 삶을 주의해야한다는 것이죠. 이 책에서는 그런 삶을 몽유병 환자에 비유했는데, 적절한 비유라고 생각합니다. 몽유병 환자라고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멍청한 눈에 힘 풀린 다리잖아요? 마치 바보 같은. 생활모습에 대한 성찰 없이 무의식적으로 행하는 삶을 반복하다보면 바보가 되어버리겠죠. 저도 무의식적으로 생활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 바보 같은 모습이 저에게서도 비춰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조금은 충격이었습니다.
7. 본인의 일상생활에서 아무 생각 없이 습관대로 행하는 일이나 참고할 만한 사항은 없나요?
-저에게도 여러 가지 버릇이 있는데 이참에 꼼꼼히 따져보았습니다. 스스로 깜짝 놀랐거든요. 저는 고등학교 3년간 학교기숙사에서 생활을 했습니다. 항상 같은 시간에 자고 같은 시간에 일어나고 같은 시간에 밥을 먹고 같은 시간에 등교하기를 반복하죠. 기숙사 정문을 나갈 때는 언제나 7시 정각이었어요. 그리고 7시 정각에 학교에 가면 신문을 읽고 7시 40분에 청소를 하죠. 그런데 저는 학생회에 소속된 간부라서 월요일 마다 아침 7시 10분부터 선도부 활동을 해야만 합니다. 하지만 가끔씩 평소의 습관대로 학교에 7시에 등교해서 청소시간인 7시 40분까지 신문을 읽어버릴 때도 있습니다. 이 책을 읽고 다시 생각해보니 습관이란 것은 정말 무시할 수 없는 것임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8. 철학자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무슨 뜻일까요?
- 생각이 없으면 다른 짐승이나 무생물처럼 사람으로 존재할 수 없다는 의미가 아닐까요? 사람은 생각을 통해서 옳고 그름, 선과 악, 사리판단을 하고 더불어 살아갑니다. 더욱이 생각을 통하여 예전에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 가져보지도 못했던 생각이 떠오르는 것은 사람이기에 가능한 것입니다. 가령 소나 개가 어떤 행동을 한다면 그건 본능일 뿐입니다. 그러기에 생각을 통해서 인류가 발전했다고 봅니다. 그래서 무엇이든 비판하고 따져보고 늘 새로운 생각을 하는 것이 철학적인 생각이라고 이 책에서도 강조합니다. 다르게 생각해보는 것은 삶을 새롭게 변화시키는 좋은 방법입니다.
9. 옳은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학교에서 늘 공부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공부한다는 것과 생각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 생각을 통해서 공부하고 공부를 통해서 생각하는 게 아닐까요? 교과서를 읽고 설명을 듣고 발표하고 실습해보고 문제를 푸는 활동이 모두 생각을 거쳐 이루어지는 활동입니다. 특히 어떤 문제의 개념을 이해하는 것, 깊이 문제의 핵심을 깨닫는 것들 모두가 공부입니다. 암기해서 외웠다가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리는 것은 진짜 공부가아니라고 선생님께서는 말합니다. 정말로 안다는 것은 그 지식으로 다른 것도 알고 응용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죠. 물론 그게 쉽지는 않습니다. 깊이 내용을 생각하고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수학공식을 외워서 문제를 푸는 건 진짜 아는 게 아닌 거죠. 제가 수학에 약한 이유가 이것입니다. 수학의 원리를 파고들어 스스로 풀어가는 재미가 나야 하는데...(웃음) 이제까지 억지로 공부를 했는데 앞으론 생각하는 공부 탐구하는 공부가 진짜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10. 생각하는 게 바로 공부라면 학교나 학원에서, 학생 때만 공부하는 게 아닐텐데...
- 예, 생각해보니 우리 일상 생활자체가 늘 생각하고 탐구하고 행동해야하니까 살아가는 일이 곧 공부고 철학이네요. (웃음) 예전 같았으면 이렇게 생각했을 것 같아요. 평생 살면서 공부를 계속해야 한다는 것은 끔찍하다고. 하지만 진짜 공부를 알게 된 이상 두렵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사물의 이치를 탐구하고 진정한 공부를 통해 진리를 깨우치는 철학자의 자세를 본받고자 합니다.
11. ‘배부른 돼지로 사느니 차라리 배고픈 소크라테스로 살겠다’는 속담의 뜻은 무엇인가요?
- 돼지처럼 먹을 것만 욕심 부리며 생각 없이 사는 것을 나무라는 말입니다. 비록 가난하더라도 철학적인 깊은 생각을 통하여 진실 되고 마음이 행복한 삶을 살겠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이 책을 읽고서 깊이 새겨보는 느낌입니다.
또한 공부, 다시 말해서 철학적인 생각을 통해서 깊이 깨달으면 나쁜 습관이나 편견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다는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가끔 공부가 질려 컴퓨터게임이나 스마트폰에 빠질 때가 있습니다. 얼핏 생각하면 스마트폰을 하며 자유를 느꼈을 지도 모르지만 사실 이 자유는 진정한 자유가 아닙니다. 오히려 스마트폰이라는 감옥에 갇힌 것이죠. 공부나 다른 일에 방해가 되는 것이 진정한 자유는 아니잖아요? smoke뒤에 free라는 단어가 붙으면 흡연구역이 아닌 금연구역이 되는 것처럼, 진정한 자유는 구속하는 것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임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12. 책을 읽고서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 바로 책 제목인 ‘생각한다는 것’의 의미입니다. 생각이 얼마나 나 자신을 결정하는 중요한 일인지를 비로소 알았습니다. 생각한다는 것이 바로 철학이라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철학은 행복이고 우정이고 자유이고 공부라는 마지막 멘트가 떠오릅니다.
13. 아주 깊이있는 책읽기를 했네요. 대담내용도 훌륭합니다. 앞으로도 철학(생각)을 친구 삼아 현아의 장래, 인생 길잡이가 되어줄 것 같습니다. 독서가 생각을 키워줍니다. 앞으로의 독서 계획이 있다면?
- 원래 책을 읽는 것을 좋아했지만 중고등학교를 거치며 독서량이 줄어들었는데요, 독서대담을 준비하면서 많이 느꼈습니다. 비록 시간은 없지만 달마다 틈내서 정말 읽고 싶은 책을 한권씩 읽으려고요. 철학 분야에 관련된 책은 어려워서 도전하지 않았는데 이 책을 읽고 생각이 바뀌었어요. 어렵더라도 차근차근 읽으면 보람이 있을 것 같아요. 해보려고요.
정리=류정숙 서귀포시민의책읽기 위원
사진=김현국 시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