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허씨’를 위한 ‘제주학’ 안내서

<2014 책읽는 서귀포, 칠십리 책방>여섯번째 책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7권, 돌하르방 어디 감수광

2014-04-29     서귀포신문

인간과 역사와 예술이 어우러진 기행문학의 백미를 만나다! 답사 신드롬을 불러일으키는 인문서『나의 문화유산답사기. 7 : 돌하르방 어디 감수광』. 1990년대 초중반 전국적인 답사 신드롬을 불러일으키며 인문서 최초의 밀리언셀러를 기록한《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의 저자 유홍준이 제주의 자연과 문화유산, 그리고 사람 이야기를 담은 일곱 번째 책을 들고 돌아왔다. 지금까지의 ‘답사기’와 달리 이번 7권에서는 한 권을 온전히 ‘제주도’에 할애해 제주의 문화, 자연, 역사, 사람 이야기를 전에 없이 풍성하고도 깊이 있게 소개한다. 이 책은 서귀포시민이면 누구나 읽기를 기대하는 마음에서 ‘원시티원북(One City One Book)’으로 선정되었다. 유홍준 저/창비/

서귀포시민의 책읽기는 ‘서귀포시민의책’을 선정해 온 시민이 이를 함께 읽어나가는 과정에서 독서와 토론의 문화를 형성하고 상호 이해를 증진하고자 활동하고 있다. 싱그러운 봄날 성산일출도서관 해오름독서회원들은 신천리 소재 전망 좋은 카페 ‘도둑’에서 독서 토론을 하고 즐거운 시간을 함께 했다.

이용호(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 이하 ‘이’)  본인 소개를 부탁합니다.

김성재(이하 ‘김’) 책 머리말에 저자가 “반 제주인이 되어간다”는 말이 있습니다. 저도 제주가 좋아 반 제주인이 되어가고 있으며, 제주의 자연환경과 천연의 지리적 여건을 갖춘 양어장에서 종묘개발과 관련한 양식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제주 허씨’를 위한 ‘제주학’ 안내서라고 소개하면서 오히려 제주도의 유명한 관광지가 많이 빠져 있습니다. 제주도가 좋아서 이주하시기 전에 자주 다녀가셨다고 했는데 가장 인상 깊은 곳은 어디입니까?

제주 여행자들의 요즘 트렌드처럼 저도 올레길과 오름, 김영갑 갤러리등 일반인에게 잘 알려진 곳을 두루 다녀 보았습니다. 그중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성산 일출봉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하나 아쉬운 점은 관광 자원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원래의 자연을 훼손하는 점이 눈살을 찌푸리게 합니다. 그리고 이전 학교에서 교과서로만 배우던 제주의 ‘삼다’라고 해서 바람, 돌, 여자라고 했는데, 책에서 기술하기를 제주의 삼보(三寶)라 하여 자연, 민속, 언어라고 다시 정의하고 있습니다. 그 중 가장 으뜸은 자연이 아닌가 생각 합니다.

제주도는 ‘신들의 섬’이라고 불리울 정도로 많은 설화가 있습니다.

특히 설문대할망과 관련된 내용 중 재미있는 것은?

설문대할망은 제주 창조의 신입니다. 설문대할망과 관련된 재미있는 이야기가 참 많은데요. 그중에 할망이 한라산을 베고 누우면 다리가 관탈섬까지 뻗었다고 하며, 빨래를 할 때는 한라산에 걸터앉아 관탈섬과 마라도에 발을 뻗고 우도를 빨래판으로 삼았다고 하는 얘기 그리고 바느질을 위해 등잔불을 켰던 곳은 지금의 성산일출봉 기슭의 등경돌이 남아있으며, 설문대할망의 오줌 줄기에 떠내려가 섬이 된 것이 우도라고 합니다.

설화와 관련된 여러 가지 얘기가 있으나 그중에서 설문대할망이 치마폭에 흙을 날라 한라산을 만드는 과정에서 그 치맛자락에서 흘러내린 흙이 360개의 오름이 되었고, 한라산을 만들어 놓고 보니 봉우리가 너무 뾰족하여 윗부분을 잡아 던지니 움푹 파인 부분은 백록담이 되었고, 떨어져 나간 윗부분은 지금의 산방산이 되었다고 하는 얘기가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저자가 소개하는 제주의 참모습, 즉 자연, 역사, 민속, 언어, 미술 등에 대한 특별히 떠오르는 감상은 어떤가요.

자연, 역사, 민속, 언어 어느 것 하나 중요하고 특별하지 않은 것이 없으나, 그중에서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은 언어가 특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지역 사람을 알려면 언어는 매우 중요한 소통 수단이 됩니다. 제주분들을 만나서 제주어로 말씀하시면 한동안 하늘만 쳐다봤습니다. 같은 나라 같은 민족인데 통역이 필요한 것 아닌가하고는... 그리고 누군가 미리 귀뜸을 해주더군요. 제주 사람들과 친근해 지려면 몇 가지 언어는 습득해야 한다고 그리고 이 말을 알려 주었습니다. “성님 어디감수광? ” 이말 한마디면 제주분들을 친근하게 만날 수 있다고!! 그래서 한동안 저보다 나이 많으신 동네분들에게 항상 이 말을 사용하곤 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나옵니다(웃음)

제주는 흔히들 삼다도로 불렸지요. 제주에 살면서 직접 겪어 보니 어떠신가요.

노래가사에도 나오지만 제주도는 정말 돌이 많고 바람이 많이 붑니다.

해녀들은 해안가를 따라 가보면 물질하는 모습과 해산물을 채취하여 나오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제주도에 내려오기 전 가끔 관광차 여기에 오면 제주의 뷰어는 학습한데로 당연히 돌, 바람, 여자(해녀)가 많겠지 라고 생각 했습니다. 하지만 여기 거주하고 부터는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돌, 바람, 여자(해녀)중 돌에 대한 생각이 의미를 달리하는데요. 올레길을 걷다보면 눈에 보이는 게 돌이요, 동네 어귀 어귀 마다 돌담이요, 무밭 여기 저기 그리고 오름의 중간 중간 무덤들 주위로 담이 쌓여 있습니다. 여기서는 이것을 ‘산담’이라고 부릅니다.

저는 제주돌로 만든 산담의 의미를 곱씹어 봅니다. 예전 화장문화가 없던 시기, 매장하던 시절 조상님이 유언을 합니다. 내가 죽으면 좋은 자리에 묻어 달라고... 후손들은 명당자리를 찾아 오름이던 한라산 중산간이던 좋은 자리를 찾아 조상님을 매장하고 그 주위에 돌을 가지고 소담하게 산담을 쌓습니다. 아무리 돌을 쌓는 기술이 정밀하고 좋다고 하나 저 많은 돌들은 저 높은 곳에 당시에는 길도 나 있지 않던 오름이나 한라산 주위에 누가 저렇게 많은 돌을 정성을 들여 쌓았을까?

한참 그런 생각에 잠기면 그럴 수밖에 없겠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지금도 후손들이 모이면 그러겠지요. 조상님의 무덤을 좋은 곳에 정해서 우리가 이렇게 잘 살고 있다고...그리고 저 돌들을 돌아보고 벌초를 하기위해 음력 8월 전후가 되면 산담 주위가 벌초꾼들의 행렬로 장관이 된다고 합니다.

다랑쉬오름을 오름의 여왕이라고 합니다. 오름은 몇 곳을 다녀보셨나요.

얼마 전 용눈이 오름을 끝으로 약 10여군데 오름을 다녀왔습니다. 오름이 비슷하게 생겼다고들 하나 오름마다 모양과 길의 형태가 다르고 특징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오름은 제주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특이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름은 모양과 크기에 따라 걷기 코스가 달라 그 느낌이 제각각이며 오름을 오를 때 혼자 여도 좋지만 누군가와 같이 동행하여 오름의 감성을 같이 나눔 할 수 있는 것도 또 하나의 즐거움이 아닌가 합니다. 대다수의 오름은 경사나 높이가 높지 않아 천천히 갈수 있어 산을 힘들어하는 초심자나 노약자도 무리 없이 다녀올 수 있습니다. 가족이나 친구, 연인끼리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는 동산이 아닌가 합니다.

아! 그리고 또 하나 오름은 계절 별로 옷을 다르게 입고 있어 분위기가 다르더군요. 그러면 같은 오름이라도 몇 번을 반복해야 할지 아시겠죠?

올레길 걷기를 좋아 하신다구요. 다녀보신 소감이 어떠신지요.

제주를 이해하고 제주사람을 알게 되는 중요한 통로라고 생각 됩니다. 제주 돌담과 농촌의 모습 그리고 코스내에서 마주치는 오름들을 통해 올레길을 걷다보면 제주를 이해하고 소통하게 됩니다. 또한 앞서간 올레꾼들과 이 길을 지나며 파란색 과 주황색 페인트로 올레의 방향을 마킹해 주신 분들에게 감사함을 느끼곤 합니다. 그것은 올레의 소중함을 재차 발견하는 기쁨 때문이기도 하지요. 올레길을 다니는 횟수를 거듭할수록 올레에 대한 생각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처음에는 올레길을 코스별로 완주하겠다는 생각이 앞섰지만 지금은 힘들면 두 번에 나누고 더 힘들면 세 번에 나누고 좋으면 거기 서서 멈추고 이렇게 올레를 걸으면서 체득하게 되었습니다. 그 욕심의 원인을 생각해 보니 제주를 빨리 알려고 하는 것에서 비롯된 게 아닌가 생각 됩니다. 그냥 이렇게 거닐기만 해도 좋은 것이 올레입니다.

이 책에는 제주도의 설화가 깃든 온평리 혼인지에 대한 소개가 없습니다. 혹시 알고 있나요.

삼성혈에서 나온 ‘고, 양, 부’ 성씨의 삼신과 벽랑국의 세 공주가 혼례를 올린 800여평의 연못인 혼인지는 지방기념물 17호입니다. 동쪽 바닷가에서 나무함이 떠밀려와 열어보니 또 석함이 있었습니다. 나무함 속에서는 망아지 및 오곡의 씨앗이 나왔는데, 세 신인은 세 처녀들을 아내로 맞아 물 좋고 기름진 땅을 골라 터전을 마련하여 살았다는 전설이 전해져 내려옵니다. 혼인지 바로 옆에는 삼신인이 혼례를 올린 후 신방을 차렸던 조그만 굴이 있는데 그 굴이 세 갈래로 되어 있어 순전히 전설만은 아닌 듯합니다. 믿거나 말거나요(웃음)

책의 본문 내용 중 기억에 남는 구절은?

‘고은’ 시인이 젊은 시절 여러 해를 제주에서 보내면서 읊은 ‘한라산’ 이라는 詩 인데, 제주도를 사랑하는 마음에 위트가 묻어난다고 생각합니다.


제주 사람은

한라산이 몽땅 구름에 묻혀야

그때 한라산을 바라본다

그것도 딱 한번 바라보고 그만 둬 버린다

정작 한라산 전체가 드러나 있는 때는

그 커다란 아름다움에도 불구하고

거기에 한라산이 있는지 없는지 모른다...

괜히 어제오늘 건너온 사람들이

해발 몇 미터의 한라산을 어쩌구저쩌구 한다

삼양리 검은 모레야

너 또한 한라산이지, 그렇지


나에게 책이란?

책은 나에게 있어 말없는 친구이자 스승입니다. 인생의 뒤안길에서 힘들어 할 때 한번씩 말을 걸어오기도 하고, 무거운 짐을 질 때도 앞서서 걸어가면서 손짓하는 길안내자입니다. 지금도 서재에 읽다만 책들을 폐품으로 치우려고 하는 아내와 가끔 다툴 때도 있지만 마음속에는 항상 간직하고픈 소중한 보배와도 같은 존재입니다.

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가 2014년도 ‘원시티원북(One City One Book)’으로 선정하였다고 하는데, 유홍준님의 “아는 만큼 보인다.”는 지론과 같이 이 책을 읽고 나면 단순하게 아름다운 자연경관만 찾기보다 마음으로 즐기는 뿌듯한 여행길이 될 것 같습니다.

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로 의견 주실 분은 전화 760-3675 또는 메일 ajh4960@daum.net으로 연락바랍니다.

정리․사진 류정숙 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