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도의원 선거, 왜 이러나
세월호 참사의 충격이 전국을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6·4 지방선거가 3주 앞으로 다가왔다. 유례없는 대참사 여파로 유권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지만, 후보등록을 앞두고 서귀포에도 선거열기가 서서히 꿈틀대고 있다. 세월호 추모분위기에 맞춰 일부 선거구에선 차분한 분위기 속에 ‘조용한 선거’를 치르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 서귀포선거구에는 도지사나 교육감 선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도의원 선거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 같다. 강정 해군기지, 기초자치제 부활, 행정체제 개편 등 굵직한 선거이슈들이 빈 소리만 요란한 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때문으로 보인다. 반면 도의원 선거에는 서귀포시 출신이 모처럼 여·야당의 선거총책을 맡아 자칫 과열조짐마저 감지되고 있다. 서귀포시에서 다수당을 차지하려 치열한 공방이 펼쳐지고 있는 양상이다.
문제는 지방의원 선거가 유권자들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정당의 당리당략에 의해 크게 좌우되고 있다는 점이다. 선거를 불과 1개월 정도 남긴 시점에서도 일부 선거구는 아직도 출마 후보들의 대진표가 마련되지 않았다. 게다가 일부 선거구에선 지역과 별다른 연고가 없는 여성 후보를 깜짝 투입하는 바람에 유권자들이 혼선과 함께 당혹을 느낄 정도다. 그런가 하면 일부 선거구에는 평소 거론조차 되지 않던 인사가 후보등록 직전에 전격 발탁되면서 선거정국을 혼란에 빠뜨리게 하고 있다.
선거일이 다가옴에도 선거판은 여전히 안갯속에 휩싸이면서 유권자들의 실망은 깊어지고 있다. 진정한 동네일꾼을 선출하려면 출마후보들의 공약을 꼼꼼히 비교 분석해야 하지만, 그럴 기회가 제공되지 않고 있다. 정당이나 출마후보자들은 정책공약 개발은 뒷전인 채, 눈앞의 당선을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분위기다. 선거 때마다 외쳐대는 매니페스토 정책대결은 아직 요원한 느낌이다.
그렇지 않아도 서귀포시는 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행정시로 전락되면서 풀뿌리 민주주의가 크게 훼손된 상태다. 여타 지역처럼 시장과 군수, 시의원, 군의원 선거가 8년째 사라지면서 시민들의 소외감과 정치적 무관심은 깊어지고 있다. 이런 마당에 도의원 선거마저 무질서와 혼탁에 빠져든다면 적잖은 후유증에 시달릴 것으로 우려된다. 남은 기간이라도 세월호 참사의 교훈을 되새기며 차분하고 공정한 선거분위기가 펼쳐질 것을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