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생명이 경각에 달린 시각, 세월호가 가라앉을 때 대통령은 '우아한 올림머리'를 하느라 90분을 사용하셨단다. 정오께에 머리를 손질해야 했을 정도였다면 오전에는 무엇을 했느냐, 머리 손질 후에는 또 무슨 일을 하셨나.어째서 "구명조끼를 학생들은 입었다고 하던데 그렇게 발견하기가 힘듭니까"라는 질문을 던진 이날 오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방문 시의 부스스한 머리칼을 보여주신 걸까.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었던 김장수 주중 한국 대사는 얼토당토 않은 대통령의 '구명조끼' 운운 질문에 대해 "이노센트 와이(innocent why순수한 궁금증)라는 입장에서 물어 본 것"이라 답변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숨기려고 해서 숨길 수 있는 것이 아님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국민들은 다시 확인하고 있다. 민무신불립(民無信不立). 김현웅 법무부 장관이 지난 11월 29일, 퇴임하면서 남긴 말로 항간의 관심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윗사람이 信義(신의)가 없으면 백성은 動搖(동요)해 떨어져 나간다는 뜻이다. 지금 이 나라 대통령이 처해 있는 위치를 잘 말해주는 고사성어가 아닐 수 없다.

232만의 촛불 민심을 외면한 채 "탄핵 가결이 되더라도 헌재과정을 보면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차분하고 담담하게 갈 각오가 돼 있다"는 말은 국민에 대한 선전포고에 다름 아니다. 해볼테면 해보라는 식이다. 자신은 죄가 없다는 것이니, 이 얼마나 오만한 자세인지 섬뜩한 느낌마저 안겨주고 있다. 죄가 문제가 아니다. 아니, 죄가 없다고 치자. 대통령으로서 그 직분에 맞는 책임을 다했느냐?, 고 국민이 묻고 있다. 전혀 아니지 않는가. 그것 하나로서도 이미 대통령으로서 지위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게 국민의 뜻이다. 최순실의 국정농단에 대해 아무런 조치 없이 뒷짐 진 것 역시 국가에 대한 배신이고 중죄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누가 국가와 국민을 위해 담담하게 걸어가 주시라고 간곡하게 부탁이라도 했다는 말인가. 정권에 충성해 온 검찰마저 대통령을 공범, 피의자로 적시했다. 이제 곧 특검 수사 돌입 목전에 놓여 있다. 박정희 유신 독재시대에 머물러 있는 청와대의 민낯이 이제 하나하나 어떻게 나타날지, 어떤 모습으로 국민 앞에 드러나게 될지 상상이 되고도 남는 일 아닌가. '무신불립(無信不立)'의 뜻을 다시금 새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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