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중의 문화엿보기<19>

별을 보면서 맞는 새해1월 3일 밤, 필자는 천문학자가 되겠다는 꿈을 가졌던 어린 시절을 생각하며 같이 일하는 친구들과 함께 호주 마운틴 존(Mt. John)에 위치한 천체 관측소를 향했다. 이 관측소는 켄터베리 대학(Univ. of Canterbury)이 설립한 곳으로 남반구에서 가장 깨끗한 공기를 가지고 있다는 레이크 테카포(Lake Tekapo)에 자리잡고 있으며, 매해 1월 1일부터 3일까지 별을 관찰하고 싶어하는 일반인들에게 문을 열어 토성, 수성, 그리고 달을 천체 만원경으로 관찰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산 정상에 자리 잡은 천문학소 입구에 들어섰을 때, 거기서 우리를 먼저 반긴 사람들은 천문학자들이 아니라 테카포에 있는 초등학교의 학부모들 이였다. 그들은 이 관측소의 보조아래 올해 학교 운영비 마련을 위해서 1인당 입장료 $5를 받고 관람객들을 주차장으로 안내해 주고 있었다. 단 삼일만 일반인에게 공개하는 이 관측소는 이 기간을 통해 지역 주민과 관광객들에게 천문학에 대한 친밀감을 심어 줌과 동시에 초등학교의 재정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봉사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었고, 학부모들은 육성회비를 단순히 성금을 모금하는데 의지하지 않고 이런 행사를 통한 수입으로 충당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입장료를 내는 우리들도 이 돈이 전부 초등학교 운영비로 전달된다는 얘기를 듣고 즐거운 마음으로 지불했다. 이런 시스템은 선진국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것으로, 미국에서도 연말이면 보이스카웃 학생들이 서점이나 백화점에서 다음해의 회비를 마련하기 위해서 선물 포장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백화점이나 서점에서 장소를 제공받아 선물 포장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고객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수고비를 받아서 회비를 충당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행사들 이였다. 필자는 이런 봉사 활동이나 행사를 통한 모금 방법이 단순히 회원들의 참여도를 높이고 재정적 부담을 줄일 뿐만 아니라, 그 모임에 대한 사회 인지도를 높이는데도 아주 효과적으로 보였다. 단순히 개인적인 성금에 의존하는 우리 회비 문화도 이런 선진국의 시스템을 한 번쯤 시도해보는 것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제248호(2001년 2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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