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 시민기자의 귀농일기

농부인 저도 이제사 어렴풋이 이해하게 된 용어, 6차 농업입니다.
FTA를 넘기 위한 방편으로 떠오른 미래농업의 방향인 듯합니다.
1차 생산과 2차 가공, 3차 유통을 통하여 소득을 극대화 하라는 것이지요.
1차 +2차+3차= 6차 라는 신종어 입니다.

쉽게 말하면, 자신이 생산한 농축산물로 가공하여, 소비자에게 직거래하여 소득을 보존하라는 뜻입니다.

처음 이 말을 접했을 때 1차 생산농산물로 직거래하고 있는 저는 어리둥절했습니다.
6차라는 형이상학적인 말에 감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책상머리에서 나온 말이라 포장만 근사한 전시어라는 느낌이 앞섰습니다.
그래도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선진국가들을 보고 벤치마킹하여 나온 말이니 근거없이 추상적인 말은 아닙니다. 미래농업은 그렇게 가야 하는데 공감합니다.

문제는 FTA를 진행하면서 나온 대안이라 준비기간이 너무 짧아서우왕좌왕 하다가 국민의 세금만 엉뚱한 곳에 쏟아 붓고 정권이 바뀌고 담당자가 바뀌면 실패한 정책은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준비된 농민이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저만 하여도 1차 생산한 내 농산물을 직거래를 통하여 판매하고 있으니 1차와 3차를 병행하여 왔습니다. 그런데 몇 년 전서부터 1차 생산에 한계를 느끼고 2차 가공을 모색하면서 많은 벽에 부딪혔습니다.

가공 품목을 정하는 일, 가공을 하려면 설비 투자를 해야 하는 일, 가공품을 생산하기 위한 전문지식과 인력,홍보,판매까지 생각하니 첩첩산중 이었습니다.

1차 생산만 집중해도 힘든데, 2차가공은 전문가적인 수준이 아니어서는 시장에 내어 놓아도 팔리지를 못해 결국 실패확률이 많습니다.

상품이 만들어져도 소비자에게 호응을 얻고 구매되어 소득으로 연결되기까지 홍보,마케팅 전략은 전문가도 힘든 영역인데, 이 모든 것을 영세하고 비전문가인 농부가 해 내어야 할 과제라니까 한숨부터 나옵니다.

고객감동이 없는 스토리텔링이나 모방은 사상누각입니다.
그래도 10년을 내다보면 그 길밖에 대안이 안 떠오르는 것이 현실이기도 합니다.

하여 제안합니다.
저같이 현장에서 목마른 농부들에게 해외선진 농가 벤치마킹할 기회를 주시기 바랍니다.
작은 농가에서 수백년 전통의 농가수제품을 만드는 선진지 견학을 통해 나에게 맞는 길을 찾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시기 바랍니다.

정부 보조금을 소모품 보조사업에 집중하지 말고 ,교육과 연구에 투자해주시기 바랍니다.
비젼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사람과 교육에 집중하는 것이 성공으로 이끄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눈 앞에 성과만 쫒으면 백년지계가 나올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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