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문화 가꾸기, 정체성 확보

[2001 지역문화의 해] 올 2001년은 문화관광부가 정한 지역문화의 해이다.중앙과 지역간 문화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지역의 풀뿌리 문화를 되살려내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지역문화란 그 지역만의 특성이 담겨있고 지역민들 사이에서 살아 숨쉴때 만이 그 빛을 다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서귀포지역만의 문화는 무엇이며 어디에서 그 문화를 찾을 수있을까.예향의 도시 서귀포를 주창하는 서귀포시가 그리는 지역문화의 정체성은 무엇이며 서귀포시가 지향하는 예향의 도시이미지는 과연 어떤 모습인지 고민이 절실한 시점이다.▲지역문화의 현실 지역문화를 가꾸는 일을 통해 그 지역이 자기 고유 색깔을 가지는 것은 정체성을 지키고 가꾸는 일이나 다름없다.과연 서귀포 지역문화의 모습은 어떤가.가장 제주도적인, 가장 향토적인 것, 제주인의 숨결이 살아 있는 문화를 가꿔가려는 노력들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는가.지난 한해동안 서귀포시내에서는 각종 축제와 문화행사가 이어졌다.5월 칠선녀 축제를 필두로 9월 서귀포칠십리축제와 한라문화제, 10월 이중섭 예술제등 갖가지 행사가 진행됐다.분명 행사의 목적이나 취지가 상이했음에도 불구하고 각 행사는 비슷비슷한 프로그램으로 채워졌다.축제에 참여한다는 것보다는 구경한다는 것에 그쳐버린 축제장에는 온갖 사행성 놀이와 시장판을 방불케하는 노점상, 음식점으로 넘쳐났다.지역에서 문화행사가 많이 열리면 열릴수록 시민들에게는 다양한 공연의 기회를 제공, 관람의 기회를 확대하는 것이나 지역행사는 ‘많이 한다’에 초점이 맞춰서 ‘어떻게 할까’에 대한 논의는 뒤로 물러나기 일쑤다.축제나 예술행사의 평가회에서 쏟아져나오는 개선점들은 그저 ‘평가용’으로만 남아 어김없이 그 다음해에는 같은 문제점이 되풀이 되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축제의 주인공은 지역민이 아닌 ‘반짝 호황’을 노리는 업주들로만 남겨지는 것이다.지역문화에 있어 그 주체는 지역주민과 지역문화인들이어야 한다.지역사람들에 의하지 않는 문화는 한낱 허울에 불과할 뿐이다.지역문화란 지역주민의 삶과 역사, 생활이 응축돼야 생명력을 발할 수 있을 것이다.지역문화를 가꿔감에 있어 지역주민과 지역예술인들의 노력이 우선시돼야 하는 점은 이 부분에 있어 자명하다.무엇보다 지역예술인들의 자생력 확보가 절실하다는 지적이다.중앙문화권력이나 지역의 행정권력에서 벗어나 ‘문화자치’를 이루지 못하면 지역문화는 중앙에 예속되는 상황에서 결코 벗어날 수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서귀포의 예술계를 구성하는 서귀포예총이나 서귀포문화원등은 관주도 행사를 주관하는 차원에서 벗어나 독창적인 지역문화를 선보일 수 있는 기반구축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역예술인들이 뼈아픈 자기반성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최근 서귀포예술계를 보면 좁은 지역사회내에서도 지역인들간 반목과 불협화음을 내는 경우가 많아 아쉬움을 주고 있다. 서귀포예술계를 대표하는 주류 단체인 서귀포예총과 서귀포 문화원을 바라 봄에 있어서 2단체의 체질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은 것도 이같은 이유때문이다.전문가들의 집단인 서귀포예총과 재정이 뒷받침되는 서귀포문화원이 문화의 도시 서귀포라는 공통의 주제하에 공생의 관계를 모색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이다.또한 오는 2002년 문예진흥기금 모금제 폐지로 인해 활동이 더욱 수축될 것으로 전망되는 자생단체들에 대한 행·재정적 지원강화등 내외적으로 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생단체들에 대한 지원도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이를 위해서는 행정기관의 노력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그 지역에 문화예술의 발전정도는 행정기관의 문화마인드와 그 맥이 닿아 있기 때문이다.▲지역문화 어떻게 가꿔갈 것인가.서귀포 지역에서 마련되는 국악행사만 보더라도 영남가락이 대부분을 차지하는등 전통문화 공연에 있어서도 제주도만의 생깔을 찾아보기는 힘든 지경이다.그러나 지역문화를 가꿔감에 있어 무조건 옛날것, 토속적인 것만 찾는다면 지역문화를 왜곡하는 상황도 빚어질 것이다.제주문화의 정체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전통문화만 고집할 것도 무용이나 음악등 하나만 고집할 것도 아니다.그 문화예술활동속에 제주의 정신이 살아 숨셔야 할 것이다. 단순히 옛것 지키기만이 아니라 우리들 삶속에서 살아 숨쉬는 문화를 가꿔나가야 할 것이다.이런 문화가꾸기는 지역문화의 정체성 확보와 함께 우리가 도달해야 할 예향의 도시 서귀포라는 상이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이 수반돼야 할 것이다. 서귀포시가 도달하고자 하는 문화의 도시 서귀포라는 목적에 대한 중·장기 계획이 절실하다는 것이다.우리가 가꿔나가야 할 문화유산들에 대한 기초자료 확립등 우리가 앞으로 해나가야 할 부분이 많다. 문화의 세기 21세기에 지역문화가 꽃피기 위해서는 각 지역문화예술인들과 행정, 시민들의 연대에서 시작돼야 할 것이다. 제250호(2001년 2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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