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민의책읽기, 20일 제주신화와 함께하는 독서기행

▲ 서귀포시도서관사무소와 서귀포시민의책읽기가 주관한 ‘제주신화와 함께하는 독서기행’팀이 21일 버둑할망 돔박숲(위미리), 안할망당(성읍민속마을), 천미연대 및 현씨일월당(신천리), 혼인지 등을 찾아 그곳에 얽힌 이야기를 양영자 교사를 통해 설명을 들었다. 사진은 성읍민속마을의 일관헌 앞.

봄향기가 물씬 풍기는 지난 21일 제주의 설화와 신화가 깃들어 있는 지역을 찾아 제주의 역사와 신화를 재조명하는 시간이 있었다.

서귀포시도서관사무소와 서귀포시민의책읽기가 주관한 ‘제주신화와 함께하는 독서기행’팀이 21일 버둑할망 돔박숲(위미리), 안할망당(성읍민속마을), 천미연대 및 현씨일월당(신천리), 혼인지 등을 찾아 그곳에 얽힌 이야기를 양영자 교사를 통해 설명을 들었다.

이날 기행의 초청 강사는 양영자 교사(한림중)다. 양 교사는 구비문학을 전공한 문학박사이면서 현재 제주도 문화재위원이기도 하다.

첫 번째 방문지로 찾아간 곳은 ‘버둑할망 돔박숲(동백나무 숲)’.  이 곳은 말 그대로 돔박낭(동백나무)이 군락을 이뤄 장관을 이루는 곳이다. 방문한 이 날은 동백꽃이 거의 지고 얼마 남지 않아 동백꽃이 주는 강열함을 느껴보지 못해 아쉬움이 남았다.

이곳은 현맹춘(1858~1933) 할머니가 황무지였던 이곳을 가꾸면서 방풍림으로 동백나무를 심어 가꾼 곳으로 현씨의 자손인 군위 오씨 일가가 지금도 이곳에 살고 있다.

이어 제주도 유형문화재 7호로 지정된 성읍민속마을의 일관헌을 찾았다. 이곳은 조선시대 정의현감이 정사를 보던 청사이다. 1416년(태종16년) 안무사 오식이 조정에 건의해 정의·대정 두 현을 설치할 때 정의현청은 성산읍 고성리에 설치했다. 이후 1423년년(세종5년)에 안무사 정간이 현청을 이곳으로 옮겼다. 지금의 건물은 1898년 군수 김희주가 중수한 후 1975년 옛 건물을 헐어내고 새롭게 복원한 것이다.

▲ 성산읍 신천리의 현씨일월당.

일관헌 너머로 안할망당이 있다. 이 곳은 당신이라기보다 안할망, 안할마님, 관청할마님이란 친근한 호칭으로 불리는 곳으로 팽나무를 신목으로 삼고 있다.

양 교사는 “안항망은 성읍마을의 안녕과 신수를 관장하고 풍요를 갖다 주는 신”이라고 알려줬다.

표선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성산읍 신천리의 현씨일월당을 찾았다.

양 교사는 이곳에 얽힌 전설을 들려줬다. 이 지역에 살던 현씨 집안에오누이가 있었는데 그 중 누이의 넋을 모시는 곳으로, 누이는 오라비가 육지로 나갔다가 돌오는 길에 배가 가라앉아 죽자 ‘나는 살아서 무엇하리’하며 천미연대에서 뛰어 내려 죽고 말았다. 그 후 어느 집에 혼인을 앞둔 처녀가 갑자기 앓아 눞자, 심방(무당)을 빌어 굿을 하는데 현씨의 한이 서린 말이 쏟아졌다고 한다. 이때부터 마을 사람들은 현씨를 위해 옷을 해 입히는 등 치성을 드리면서 마을이 평온하게 됐다는 것이다.


양 교사는 “근래까지도 이곳 현씨일월당에는 혼인을 앞둔 집에서 새 옷을 해 신목에 입혔다”고 했다. 이날도 현씨일월당 신목은 예쁜 치마저고리를 입고 방문객들을 맞았다.

이에 한 참가자는 “마을에 있는 신당이 어릴 때 무서워 가까이 가지도 못했고, 지금까지도 두려움이 있었다” 면서 “오늘 현씨일월당을 보면서 두려움 보다는 오히려 가여움이 앞선다.”고 새롭게 신당에 대해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독서기행팀이 찾은 마지막 방문지는 혼인지. 혼인지는 삼성신화와 관련 있는 곳으로 제주 삼성이 이곳에서 벽랑국공주와 혼인을 하고 신방을 차린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 혼인지에는 합방전 목욕재계했던 연못과 신방을 차렸던 동굴(신방굴)이 있는데 이 동굴은 세 갈래로 나뉘어져 있다.

▲ 혼인지에서.

양 교사는 “제주의 탄생 신화는 다른 지역의 개국 탄생 신화와는 다르다”면서 “개국이나 탄생 신화 대부분은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으로 돼 있는데 제주의 신화는 땅에서 태어나는 것으로 돼 있다”고 말했다. 양 교사는 이를 역사적 배경과 결부해 설명했다
대부분의 신화는 청동기 시대의 남성 중심 사상과 결부돼지만 제주의 신화는 그 이전인 농경 중심의 사상과 연결된다는 것이다.

이날 독서기행에 참여했던 송현숙씨는 “제주는 가는 곳마다 신이 있고 전설이고 신화다. 특히 제주의 신화는 인간이나 동물을 제물로 바치는 서양의 신화와는 완전히 다르다.”면서 “제주의 신화는 생활속에 깃들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송씨가 “딸 권유로 참여하게 됐는데 이렇게 좋을 줄 몰랐다. 오지 않았으면 후회했을 것”이라고 말하자 옆에 있던 한 사람이 “좋은 지도 몰라 후회조차도 못했을 걸”이라고 말해 웃음 바다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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