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충근 시민기자> 식물 이야기

옛날 제주는, 마을에 따라 물 형편이 달랐습니다. 내(川)가 있거나 ‘나는물’ 있는 고단은 나은 편인데, 수원(水源)이 없는 곳은 보리 마당질해나도 비치락으로 쓰러동 누울 정도로 열악했습니다. 이런 마을에서는 그래서 지붕에서 떨어지는 빗물을 받았고 나무줄기 타고 흐르는 물을 항에 가뒀습니다. 오름 경사면 따라 내리는 물을 모아 쓴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물이 얼마나 어려웠던지 어느 할머니는 구진 물 고운 물 따로 없었다. 물이민 모두 물이었다. 못 먹는 물 어디시랴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사정이 이렇더라도 물은 깨끗할수록 좋은 법, 지셋물(지슨물)이야 그렇다해도  나무 타고 흐르는 물은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촘 받는 낭이사 동백낭이 최고주 제일 깨끗한 낭이주마. 다른 낭은 구저부난 구진물 받아지메. 퐁낭 생각해보믄 알주.”

깨끗한 나무를 타고 흐른 빗물이 깨끗한 것은 뻔한 일, 팽나무처럼 몬지락이 많은 나무에서 받은 물은 몬지락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팽나무 수피는 오돌토돌하게 생겼고 쉽게 떨어집니다.

우리 외할아버지는 오래전에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부정타민 안 될 행사가 다가오면 동백낭 가젱이로 그것을 거려서 오줌을 싸고 또 들여놨다. 축담에 가젱이를 걸어두고 사용했다. 애비 아들 것이 달랐다. 아무 집에서나 한 것은 아니고 느네 토평 오칩에서 그렇게 했다. 낭이 막 훍으는 것은 아니난  소소한 돔배 만들기는 최고였다.”

동백나무에 어떤 사연이 있었던 것일까요. 설마 겨울, 모진 풍상을 견디고 꽃을 피운다고   해서 곁에 두었을까요? 아무튼, 어른들은 깨끗한 나무의 으뜸으로 동백나무를 쳤습니다.

서호에도 동백나무서리가 좋습니다. 서호동 할아버지께 여쭈었습니다.
“이디 동백나무들은 다 심은거라. 보름 막젠 싱근거주게. 장치(長枝)박앙나두민 뿔리도 나국 순도 나국 했주. 동백낭은 불이 막 쎘주. 옛날엔 지들거 해당 폴아나신디 포는 건 굴게낭이 최고여. 가볍나. 가볍곡 부피가 많으난 게, 사는 사람들은 (부피가)큰디 붙으는거라. 그대신 불은 약헌다. 집에 쓰는 낭은 돔박낭이 좋주. 불이 관다.”

이렇듯 동백나무는 특징이 많은 나무입니다. 줄기는 생활 용구를 만드는 데 썼고 열매에서 기름을 얻었습니다. 자람이 풍성하여 바람막이로 좋았습니다. 또 제일 청정한 나무라고 알았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번식이 쉬웠습니다. 덤으로 약도 얻었습니다.

동백나무겨우살이는 주로 동백나무에 삽니다. 약이 없던 시절 ‘구진벵’들민 동백나무겨우살이를 먹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요즘은 차로 거듭난 것 같았습니다. 동백나무 겨우살이를 재배하겠다는 후배가 있습니다. 성공하면 새로운 소득 작목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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