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십리이웃]고경하 제주민권연대 노동상담소 사무처장

▲ 고경하 제주민권연대 노동상담소 사무처장

최근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종영한 드라마 송곳. 대형마트의 노동자들이 보다 나은 삶을 꿈꾸며 노조를 만들고 기업과 싸워나가는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이 응원하며 지켜보았다. 송곳의 주인공은 노동 상담가이다.

노동 혹은 노동자라는 말이 근로나 근로자라는 말보다 어색한가? 그러나 일을 하고 얻은 임금으로 살아가는 사람은 누구나 '노동자'다. 기자는 언론노동자, 교사들은 교육노동자, 건설인부는 건설노동자, 공무원은 공무원노동자다. 그런가 하면 '근로자는 반드시 부지런히 일을 해야만 하는 의무를 가진 사람'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얼핏 좋은 의미 같다. 그러나 학계에서는 '근로자'라는 말은 재벌이나 국가가 노동자들을 더 쉽게 부리기 위해 사용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그러므로 5월 1일을 노동자들이 '노동절' 아닌 '근로자의 날'이라고 쓰는 것은 꽤나 자학적인 일이다.

고경하 제주민권연대 노동상담소 사무차장의 명함에는 임금체불, 부당해고, 부당노동, 산업재해, 노동조합 설립 상담 등의 안내문구가 깨알같이 적혀 있다. 그는 어떤 계기로 노동 관련 전문가가 되었을까.

"2002년에 제주 한라병원 노동자들이 300일 넘는 파업 투쟁을 하는데 서울에서 공인노무사가 내려왔다. 그때 제주에도 노동자를 위한 노무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008년 노무사 자격을 땄다. 이후 민주노총 제주 지역본부에서 노동 전문가로 일을 시작했다."

그에 따르면 노동자를 노동자로 대하는 것은 우선 그 누구보다 사업자들에게 필요한 부분이다.

"미용사와 학원 강사 등 노동자인데도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경우 사업자를 설득해서 근로계약서를 쓰고 제대로 노동자로 대우받게 만들었을 때, 사업자에게도 결코 불리하지 않다. 만약 노동자들이 퇴직금 등의 문제제기를 하면 사업자가 질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실제로 노동자가 맞기 때문이다. 그러니 처음부터 4대보험도 가입하는 등 노동자로 인정을 해야 나중에 수천 만원 깨지는 일이 없다."

-제주 노동자들의 상황은 어떤가?

"비정규직 비율이 통계적으로 전국 35%인데 제주는 48%가 나왔다. 그런데 실제로는 60%가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에 잡히지 않는 특수 고용 노동자들인 화물운송자, 보험설계사 등은 어떤 면에서는 비정규직보다도 못한 노동자로도 인정받지 못하는 심각한 상황인데, 그런 분들도 많다. 콜센터나 마트 같은 데서 일하는 아웃소싱(인력파견) 업체에서 일하는 경우도 상황이 좋지 않다. 하청 업체에서 노조를 만들면 원청에서 계약을 끊어 회사가 사라지고 만다. 그래서 하청업체가 노조를 만드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긴 하다. 원청에서는 하청에 인사관리와 인사지시 등을 하면 안 되지만 실제로는 원청이 관리를 하는 경우가 많다. 노동 관련 어려움을 겪는 분들은 민주노총이나, 제주민권연대 노동상담소로 전화를 주면 좋겠다. 직장을 그만두고 문제제기를 하려는 사람들은 준비를 미리 잘 해야 한다."

-노동자들 마저 노동이라는 말에 대한 편견이 심한 것 같다.

"노동자라는 용어를 쓰면, 예전에는 빨갱이 요새는 종북으로 몰고간다. 큰일이다. 곧 동무라는 예쁜 우리말을 써도 불순분자 취급할 지경이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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