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동로에서 하천리 마을 안으로 2~3백 미터만 걸어가면 모던한 디자인의 이층집이 보인다. 이곳은 독채 숙박 공간인 13보름.

주인장은 김세진 씨 부부이다. 부부는 미술을 전공한 미술학도로, 미술입시학원에서 오랜 시간 아이들을 가르쳐 왔었다. 결혼 10년 차 인 부부는, 대도시에서의 삶을 벗어나 조금 더 여유로운 삶을 살고 싶었다. 누구나 그 나이쯤 되면 삶의 방향을 생각해 보게 되는 시기가 있으리라. 부부의 지인들은 제주에 내려와 살고 있었고, 이곳을 방문한 그들은 그냥 “그래, 제주이다.” 라고 생각하고 바로 실행에 옮겼다고.

때론 많은 고민과 계획이 없이도, 삶의 전환점이 오기 마련이다.

이제 40대를 시작하는 부부는 집을 지을 터전을 구하고 집을 손수 지으면서 ‘사람’으로 인해 이곳이 완성될 수 있었단다.

집을 짓기 위한 땅을 구하러 다니며, 포기하려 할 때 즈음 부동산 대표의 도움으로 지금의 터전을 찾게 됐다. 땅을 보는 순간 아 이곳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이들은 조각을 전공한 미술학도였기에, 일반인들보다는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에 두려움이 덜 했다고 한다. 그렇기에 남들이 모두 무모하다고 할 때도, 이들은 땀 흘려가며 손수 집을 지어갔다. 주인장 김세진 씨는 용접, 내장 목수, 인테리어 등의 여러 가지 일을 많이 접해 봤기에 그 경험을 바탕으로 단열과 방음 효과에 좋다는 ALC 벽돌로 셀프 집 짓기에 도전을 하게 됐다.

그러나, 온전한 건축을 해보지 않았었기에 정보를 찾아가며 FM대로 집을 짓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기본 골조를 올릴 때, 건설업을 하는 분이 많은 도움을 주셨단다. 그전에 어떤 인연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철골 등 기본 공사를 올리기 위한 자재를 구입하게 되며 알게 된 인연으로 무작정 부부 둘이서 집을 짓겠다는 이들을 동생 돌보듯 조언을 아끼지 않으셨단다. 기초 공사를 해가는 이들 부부의 모든 과정을 봤던 그는 건축가가 봐도 너무나 튼튼하게 지었다고 칭찬을 해주었다니, 이들 부부가 한 땀 한 땀 어떻게 집을 지었는지 알 만하다.

13보름의 숙박 공간은 평수가 다른 3개의 독채로 이루어져 있다.

겉모습만큼이나 내부는 그들 부부가 들인 정성만큼 멋지게 꾸며졌다.

대부분 목재 분위기로 모던 빈티지, 깔끔한 유럽식 분위기로 소품 하나 하나 신경 써서 고른 것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라텍스 메트리스, 주방 시설, 커피머신 등 고객의 편의를 위한 작은 부분까지 세심하게 배려했다.

지금도 제주 곳곳에는 많은 숙박 공간들이 지어지고 있다. 기존의 숙박시설까지 더해 공급이 넘쳐나고 있는 실정에서 이제 시작하는 이곳은 이들 부부의 컨셉으로 오픈한지 3개월 여이지만, 고객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공간이 보장되는 고급스러움을 갖춘 독채 숙박 공간. 고객들의 변화되는 소비성향에 잘 맞춘 공간이다.

13보름이란 이름은 두 부부가 첫 삽을 뜨면서 손수 지은 집이 완공되기까지 걸린 시간이 13개월 하고 보름이란다. 의미 있는 이름이다.

집을 지으면서 이들 부부는 삶에서 사람 관계를 배우게 됐단다. 몸이 고된 시간 동안 이들은 사람 관계에 대한 공부도 같이했다고.

도시에서의 삶은 어찌 보면 제한적인 사람과의 관계일지 모른다. 나와 내 일과 관련된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 게 내 삶의 사람 관계의 범위이다. 그러나 시골에서 또 다른 삶을 살게 될 때, 나의 사람 관계의 범위는 다양해지게 되는 것 같다.

인생이란 것이 사람과의 관계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것이기에, 이들은 제주에서의 삶을 시작하며 또 다른 인생을 배운다.

이들이 집을 지으며 맺은 것은 사람과의 관계뿐 아니라, 동물들과의 인연도 빠질 수 없다. 집을 짓는 과정에서 만나게 된 길고양이와 인연. 그 아이들을 거두어 한가족이 되었다.

이들 부부는 제주에서 또 하나의 관계를 만들어가며 터전을 이뤄 가고 있다.

 

주소: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하천리 하천달산로32

연락처: 010.3367.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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