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산일출봉과 섭지코지가 있어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곳, 고성리에 제주를 대표하는 해산물, 돼지고기를 주로 하는 식당 중에 낯선듯, 왠지 친숙한 가게가 있다.

프렌차이즈 피자 가게가 육지에 비해 현저하게 적은 제주도에서 오롯이 피자만으로 승부를 보는 곳, 섭지코지 화덕피자이다.

3년 째 많은 이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는 이곳은 치즈를 무엇보다 중시하는 피자를 만든다. 이곳 주인장은 제주에 정착한지 10년째로 육지에서 음식업을 했었다. 기본적으로 음식 만드는 감은 갖추고 있지만 화덕피자는 처음이었던 그는 화덕의 온도와 잘 맞는 피자 치즈를 찾고 연구하는 데만 1년 여의 시간을 보냈다고. 많은 책과 정보들을 통해 가장 기본을 잘 갖춘 피자를 만들고자 했다.

육지에 넘쳐나는 갖가지 피자 프렌차이즈에서는 매해 매 시즌이면 토핑을 강점으로 한 신메뉴들을 쏟아낸다. 주인장은 제주에서 개인이 운영하는 동네 피자가게이기에 과한 토핑 보다 피자 본연인 치즈를 무엇보다 중시했다.

화덕피자이기에 굽는 온도에 넘치게 흘러내리지 않는 질감을 가진 치즈, 풍미를 더하고 쫄깃함을 유지하는 치즈. 듬뿍 듬뿍 얹어지는 치즈를 받힐 수 있는 적당한 두께의 도우. 이곳 피자는 즉석에서 바로 먹을 때의 피자 상태 뿐만 아니라, 포장해 갔을 때 피자 상태를 감안해 여러 가지 토핑으로 인해 물기가 생겨 치즈의 쫄깃한 맛이 사라지는 것을 보완하기 위해 야채는 치즈 밑으로 넣는다. 여기에는 또 다른 비밀 하나가 숨어 있으니, 야채가 눈에 보이면 먹지 않고 빼내기 좋아하는 아이들을 위해, 야채를 작게 잘라 치즈 밑으로 숨긴다. 이 소소한 마법으로 아이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 야채를 먹게 된다고.

이곳의 치즈는 자연산 치즈 99.9% 이다. 원가가 조금 비싸도 주인장이 수 개월 동안 찾고 찾아낸 치즈이기에 그만큼의 자부심을 갖는다. 직접 매일 만드는 도우는 저녁에 반죽해서 하루 숙성해 매일 그 양을 소진한다.

관광객들이 제주에까지 와서 왜 피자를 먹을까?라는 생각은 의외로 단순한 이유로 해결된다. 제주 여행을 온 이들이 며칠 동안 제주 특산물인 해산물, 돼지고기 음식들을 먹다 보니 오히려 평상시 먹는 평범한 음식을 한 끼 정도는 찾게 되더라는 것. 그렇게 해서 이곳 피자 가게는 지역민들 뿐 만 아니라, 관광객들의 발걸음 또한 많다고.

제주 이주 10년 차인 주인장은 종달리의 집과 고성리의 가게를 출퇴근 하며 바라보는 바다로 하루의 고단함을 풀어낸다. 육지에서 힘들었던 사업으로 몸과 마음이 지쳐 내려오게 된 제주이지만, 이곳에서 다시 자리잡아가고 내 자신을 다독이는 시간, 이것 저것 없이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 열중하는 것으로 다시금 다잡아 갈 수 있었던 10년의 시간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그가 제주로 내려와 삶의 터전을 만들어가는 이유가 된다.

근처에 위치한 리조트 회원 중 매년 이 가게를 찾는 단골, 이주해 온 정착민, 한 달 살기로 온 가족, 처음 방문한 손님들 모두 입을 모으길, "화려한 토핑이 없어 처음에는 실망할 지언정, 한 입 베이물면 그 치즈의 풍미는 과히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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