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eum Tour]'갤러리카페 전농로의 오후'

'전농로의 오후'전경

제주에서 손꼽히는 벚꽃길, 전농로는 좁은 2차선을 중심으로 옛 도심의 모습을 간직한 거리이다. 벚꽃이 필 때면 많은 이들의 발걸음이 오고가는 곳이지만, 평상시의 구도심은 점점 쇠퇴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주변 원도심 살리기로 곳곳에 문화예술공간이 생겨나면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세태에 따르며, 이곳 전농로에도 카페와 레스토랑 등 새로운 작은 공간들이 생겨나고 있다.

20여 년 전, 제주살이 붐이 일어나기 훨씬 오래 전, 그저 제주가 좋아 제주로 이주해 살기 시작했던 부부가 있었다. 어느새 세월이 흘러 중년부부가 된 그들은 제주의 진짜 주민이 되고자 하는 마음으로 구제주로 터를 마련했다.

오랜 기억과 추억을 간직한 이곳에 우연한 기회로 카페 공간을 얻게 되었고, 외지에서 온 주인장이 오랜 세월 이곳에 살며 알게 된 지인들, 거주하거나 직업 상 문화예술을 하는 이들이 많은 동네로 그들과 인연을 맺으며 거기에 주인장의 취향이 더해져 '갤러리카페 전농로의 오후'가 탄생했다. 오래된 건물을 인수하며 새단장을 하던 유경애 대표는 '카페의 하얀 벽면을 그냥 두기보다 작품을 전시하면 어떨까?' 라는 생각으로 작품 전시를 시작했고, 예술에 관심 있고 소질 있는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을 부담 없이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가고자 한다. 독립큐레이터 이은주씨와 함께 전시 기획을 하고 있다.

지난 11월 5일부터 20일까지 개최된 제주신화展

의도치 않았지만, 1년 동안 전농로의 오후에서 펼쳐진 전시들은 활동을 많이 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였다. 이재정 작가의 사진전을 비롯, 리투아니아 외국 작가의 회화전, 제주중산간마을 사진전, 제주신화를 사랑하는 예술가들로 구성되어 제주이주자를 응원하는 지역민 활성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강술생(제주신화를 표현하는 중진작가), 오현숙(불화 및 한국차 전문가), 윤성재(한지 조명 디자이너)의 하늘을 나는 고래-실연전이 열렸다. 11월 5일부터 20일까지는 신들의 축제, 여성의 본향 주제로 제주신화전이 진행됐다. 다음전시는 이은주 큐레이터가 기획하는 크리마스 선물전을 진행할 예정이다.

유경애 대표는 "대작 보다는 실제 미술품 구매에 대한 턱을 낮추고자 다양한 크기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복합문화공간으로 지역주민들에게 문화 향유의 기회와 소통을 하기 위한 장소로 나아가려고 한다.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모여들며 문화예술 전반과 인문학까지 지역주민들에게 다양한 경험의 기회를 주고 싶다."며 전농로의 오후가 어떤 공간을 만들어가고 싶은지 전했다.

원도심을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는 제주문화예술 발전의 부흥과 함께 삼도2동 일대 또한 전농로의 오후가 함께 기반이 되어 문화예술의 활성화를 꾀한다. 전농로의 오후는 생활예술이라고 하는 아웃사이더 예술가들의 장이 되고 싶은 마음도 간직한다.

깜깜하고 스산했던 밤거리에 작은 불빛 하나, 그 따사로움이 많은 이들에게 전해지길 바란다.

저작권자 © 서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