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 서부지역 최대 규모, 대정 오일시장

대정 오일장. 83년 모슬포항 인근에 자리잡았다. 서귀포시 서부지역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사방에 봄기운이 가득하다. 들녘은 초록으로 충만한데, 푸른 하늘과 어우러져 온통 다채롭다. 그 찬란한 풍경화 속에 들어가 그림의 일부가 되어도 좋다.

한 잎 두 잎 꽃잎이 열리는 맘 인생아 꿈 깨어서 봄으로 가자, 저 언덕 오신 뜻은 웃음을 주려 겨울의 눈물길을 밟고 옴이라

시인 허민이 30년대에 발표한 ‘봄으로 가자’의 첫 연이다. 매서웠던 겨울 추위를 밟고 봄은 웃음을 주러 온다, 시인은 추위가 여전히 우리 곁에 남아있더라도 먼저 깨어 봄으로 가자고 보챈다.

그 봄으로 들어가기 위해 차를 몰고 모슬포 대정 오일시장으로 달렸다. 운전 중 정다운 풍경을 만나면 잠시 쉬어도 좋다. 밭에서 일하는 농부들, 한가롭게 풀을 뜯는 말들이 있어 봄은 평화롭다.

대정 오일시장은 제주도내 15개 오일시장 중에 활성화된 축에 속한다. 198개 점포에 상인들이 들어섰다. 장이 열리는 날이면 모슬포항 인근에 활기가 돈다.

육지부에서는 조선시대부터 오일시장이 성행했다. 제주에는 일제강점기에서야 장이 개설되었다. 1906년 부임한 윤원구(尹元求) 군수가 당시 제주읍 내를 비롯한 이호· 외도· 애월·삼양·조천·김녕·세화·서귀포 등 9개 지역에 장을 개설한 것.

당시 대정읍에는 장이 개설되지 않았다. 이후 일주도로가 개설되면서 모슬포에도 물자의 교류가 활발해졌다. 그리고 한국전쟁이 발발했을 때 모슬포에 육군제일훈련소가 들어와 인구가 늘고 물자 수요가 증가했다. 대정 오일시장은 전쟁 기간 중에 형성됐다.

그리고 몇 차례 자리를 옮긴 후 83년에 등록시장이 되면서 대정읍 하모리 모슬포항 인근에 자리를 잡았다.

장이 포구 주변에 들어서인지, 어물전이 볼만하다. 입구에서부터 건조중인 옥돔이 시선을 끌고, 어물전 안에도 싱싱한 생선들이 소비자들을 유혹한다.

대정 오일시장이 모슬포항 인근에 자리잡았기 때문에 장에는 해산물이 풍부하다.
신연수씨는 34년 째 각설이 복장을 하고 품바춤을 춘다.

대정은 밭농사가 주를 이루는 지역이라 대정에서 수확한 채소들이 널려있다. 올해 월동채소 작황이 부진해서 가격이 비싸다. 대정 오일장에서는 감자 한 소쿠리에 5000원, 예년에 비해 비싸지만, 오일장에서는 그나마 다른 시장에 비해 저렴한 가격이다.

시장을 한 바퀴 도는데, 낯익은 얼굴이 눈에 들어온다. 품바춤으로 방송을 탔던 각설이 신연수씨다. 신연수씨는 34년째 각설이 복장으로 엿을 팔고 있다. 대정 오일장외에도 세화·제주·한림 오일장을 다니며 엿을 팔고 있다. 깨엿과 호박엿 등을 한 팩 2000원에 팔고, 세 팩을 사면 5000원만 받는다. 신씨는 “엿을 먹는 나라는 대한민국과 북한 밖에 없어서, 엿은 수입품이 없다”며, 마음 놓고 먹으라고 말했다.

오일장하면 국밥이나 분식 등 먹거리가 최고다. 누렇게 익어 나오는 고구마튀김이나 짙은 갈색 꽈배기에 흰 설탕 송송이 뿌려놓은 모습을 보면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손님이 가장 붐비는 ‘오복이네 집’을 들렀다. 꽈베기·도너츠·고구마튀김·떡볶이·고추튀김·순대 등 내가 좋아하는 음식만 골라 나열한 듯하다.

오복이네 집. 누렇게 튀겨나오는 고구마튀김과 갈색 꽈베기가 행인을 유혹한다.

이집 김영란 사장님은 “없어서 못 팔정도로 잘 팔린다”고 자랑을 했다. 장사가 지금은 이렇게  잘 되지만 삶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예전에 남편과 사업을 했는데, 크게 실패를 봤다. 어쩔 수 없이 다른 사람 가게에서 5년 간 일하며 분식 만드는 법을 배웠다. 그러던 차에 서귀포 오일장과 대정 오일장에 자리가 생겨 장사를 시작했다. 장사가 예상외로 잘 되자 큰아들(고태경씨)도 엄마 일을 돕고 나섰다. 온가족이 오일장을 통해 희망을 쌓고 있는 중이다.

                                                    대정 오일장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대정읍 하모리 1089-15번지에 개설된 민속 오일 시장으로, 서귀포시 서부 지역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6·25 전쟁 당시부터 장이 만들어져 대정읍 내에서 몇 차례 자리를 옮기다 1983년 등록시장이 되었다.

1999년에 장옥, 주차장, 집수관, 오수관, 공중화장실 등이 정비되었다. 대지 면적은 1만166㎡로 이 중 사업장 면적은 2,721㎡이다. 부대시설로는 245면의 주차 공간을 확보하고 있으며, 관리실 1동, 화장실 1동 등이 갖춰졌다.

매월 끝자리 1일과 6일에 개장하고 있다. 농·수·축산물과 가공품, 의류 및 신발, 기타 가공품 등 품목이 비교적 다양하다. 특히 마을 중심가와 모슬포항이 인접해 있어 가파도·마라도 주민들, 항구에 정박 중인 어선의 선원들이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기에 좋은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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