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22일∼5월10일, 가파도 하동 마을안길과 담벼락 전시

‘사람이 그리운 섬’ 가파도에서 사진가 유용예의 작품전이 열린다. 이 전시에서는 ‘가파도 낮은섬 할망바다’를 테마로 해서 지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작업한 작품 40여점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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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보리축제로 유명한 가파도에서 펼쳐지는 사진가 유용예의 사진전은 하동 마을 안길과 담벼락을 활용한 야외 전시로 준비하면서 또 다른 화제를 낳고 있다.

사진 작가 강정효(제주민예총 이사장)는 “사진가 유용예가 정착한 곳은 가파도다. 그는 이곳에서 수년째 해녀들과 함께 생활해 오고 있다. 작품 활동이 아닌 생활이라는 표현은 그가 해녀들

의 삶과 함께 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사진가가 아닌 초보해녀의 눈으로 봤기에 나이 많은 해녀들과 눈높이를 맞출 수 있었고 그 속에 해녀의 참모습이 묻어나는 것이다.”라고 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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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효는 유용예의 작품에 대해 “평범함 속에서 제주해녀의 참모습을 찾아낸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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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오프닝은 오는 4월 22일(토) 오후 5시. ‘낮은섬 가파도  할망바다’ 사진전은 이날부터 오는 5월 10일(수)까지 계속된다.

■ 작가노트
 
낮은 섬 가파도 ‘할망바다’
13살, 나는 처음으로 바다를 보았다.
나지막한 언덕을 넘자 푸른빛의 기적으로 눈보다 먼저 마음 한가득 밀려왔던 남쪽 바다. 그 앞에서 나는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었다. 그때부터 삶에 지치고 마음 곤해질 때마다  늘 바다를 그리워했고 바다를 찾았다.
 
13살, 해녀할망은 바다 속으로 첫 자맥질을 시작했다.
바라만 보아도 먹먹한 깊은 바당이었다. 삶은 늘 지치고 고되었지만, 섬을 떠날 기회가 종종 있었는데도 떠날 수 없었고, 물질을 그만둘 수 있는데 그만두지 못했다고 했다.
 
그리운 바다를 헤매던 나는 제주 남단의 낮은 섬 가파도를 찾았다. 가파도 하동 포구에서 검푸른 바다를 눈에 가득 담은 해녀 할망과 마주쳤다. 할망과의 첫 만남이었다. 그 밤 할망은 살아온 삶과 바다 속의 내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정작 내 삶은 고해하지 못했다.
 
할망은 나의 손을 꼭 잡고 말했다.
“살암시민 다 살아진다”
그날 바다를 바라보며 떠올린 것은 죽음이었다. 하지만 할망의 검고 탁한 눈동자 안에 반짝이며 가득 밀려오던 삶을 보았다. 그때부터 나는 해녀 할망들과 그 바다가 알고 싶어졌다.
할망을 따라 한 손에 테왁을 잡고 호맹이 대신 카메라를 들기 시작했다. 바다가 허락지 않고 어멍들이 허락지 않아 그 앞에서 한없이 망설이던 바다였다. 한발 한발 할망을 따라 몸을 바다에 담그고 할망의 뒤를 쫓았다.
 
호오이~ 호오이~ 가프고 마른 ‘숨비소리’가 낮은 할망바다 위로 힘겨운 화음을 만들어냈다. 생生과 사死의 경계에서 그토록 애절하게 토해낸 숨소리는 파도소리에 쓸려 이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그렇게 오랜 시간 숨을 참고 물밑으로 오가며 날마다 새로운 생을 건져 올리는 것이다.
 
물속을 오가길 수어 시간. 할망의 얼굴과 망사리 안은 진한 생명력으로 넘쳐난다. 해녀 할망은 그렇게 바다와 하나 되고 나는 그 익숙한 바다에서 이제까지와는 다른 또 다른 바다를 마주했다. 할망은 내리는 물에 바다에 들어 물질을 하다가, 들어오는 들물에 돌아 나오며 하루의 물질을 끝냈다. 할망을 따라 마을 안길로 돌아왔다. 돌담 너머, 검정 해녀복을 벗어 올린 할망은 그제야 팽팽한 긴장을 내려놓고 긴 한숨을 내뱉는다. 해녀의 삶이 제주의 바람  같다. 가만히 할망의 눈동자를 들여다보면 섬을 감싸고 있는 처연하고 구슬픈 푸른 제주 바다가 가득하다.
 
13살 때부터 자맥질을 시작한 할망은 그렇게 물속을 오가며 60여 년의 세월을 흘려보냈다.  그리고 마지막 바다를 떠나기 전 힘차게 첫 물질을 시작했던 할망바다로 돌아왔다. 나이 든 해녀들이 물질하는 얕은 바다를 ‘할망바다’라 부른다. 할망바다에는 아무리 해산물이 넘쳐나도 상군들은 찾지 않는다. 모든 해녀들이 할망바다의 주인이 될 것이라는 자연의 순리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해녀들은 그 자리에 잠시 머무는 게 다이다. 바다가 사나우면 밭일을 하고 때가 되면 다시 또 바다를 빌리면 된다. 물이 들고 나고 하는 조화와 이치처럼 그녀들의 삶도 그렇게 흘러오고 흘러갔다. 바다와 어울리거나 때로 맞서기도 하는 강직함과 바다에 묻어둔 인내와 용기는 섬을 감싸 안는 힘이며, 나로 하여금 가파도를 늘 그리워하게 만드는 끌림이 되었다.
내게 해녀 할망은 바다의 꽃이며 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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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예 (Yu Yong Ye)는 대학에서 산업디자인 전공 후 디자이너로 재직했으며 2014년 <내셔널 지오그래픽 포토스쿨>을 이수, 2015년 <공익적 사진집단 꿈꽃팩토리>와 함께 사진가로 활동 중이다.

2015년 전주국제사진전에서 첫 개인전 <할망바다>를 시작으로, 류가헌 <쁘리벳(Привет) 2015년 >, 서울사진축제 <Find Your Seoul 2015년>, 류가헌 <가가-집의 노래를 들어라 2015년> ,제2회 아트큐브 페스트 <Vision of Tomorrow2016년>, 류가헌 <시간의 지문-아버지의방2016년>의 전시회 등을 가졌다, 2015년 최민식 사진상 특별상 부문 수상, 2015년 제5회 온빛다큐멘터리 온빛상 10인에 노미네이트 되기도 했다. 2015년 제 13회 APCEIU 유네스코 아태교육원 한국-러시아 국제사진교실, 2016년 제 14회 APCEIU 유네스코 아태교육원 한국-캄보디아 국제사진교실 사진가로 참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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