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자 / 서귀포시청소년문화의집 관장

 

일전에 인터넷에서 읽었던 기사 내용이다. ‘훈훈한 영국마트’ 라는 제목으로 사진과 함께 올라온 기사는 영국의 ‘세인즈버리’라는 마트 이야기이다. 3살 반 먹은 릴리라는 아이가 영국의 세인즈버리 마트에 편지를 보냈다. 그 내용은 왜 호랑이 빵이 호랑이 빵이냐는 것이다. 호랑이 빵이 아니라 기린 빵이라고 해야 한다는 편지였다.

이런 다소 황당한 릴리의 편지임에도 영국 마트 세인즈버리에서는 답장을 보냈다. 그 내용이 정말 훈훈해서 엄마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호랑이 빵이 왜 호랑이 빵이 됐는지에 대한 설명은 물론이고 릴리에게 3파운드짜리 기프트 카드까지 선물로 보내주었다.


정말 이런 작은 정성이 보는 이로 하여금 마음을 훈훈하게 했다. 세인즈버리에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호랑이 빵 이름을 기린 빵으로 바꿨다고 한다. 답장만으로도 대단한데 빵 이름까지 바꾼걸 보면 정말 고객의 말을 귀 기울여 듣는 것 같다. 사진을 보니 왜 호랑이 빵이 아니라 기린 빵이어야 했는지 알 수 있었다. 무늬가 호랑이 무늬보다는 기린 무늬에 가까웠다. 3살짜리 릴리가 빵 이름을 바꾼 것이다.


어린 나이지만 궁금증을 품고만 있지 않고 직접 물어보고 적극적으로 행동한 릴리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외국 아이들의 흔한 모습인지, 아님 릴리가 특별한 건지? 또한, 아이들의 순수한 질문과 그 마음을 무시하지 않고 답변해주고 직접 행동으로 옮긴 마트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객 담당자의 사소하고 조그마한 정성과 성의는 세인즈버리의 이미지까지 좋게 만들어 놓았다.


이 기사를 보고 과연 우리나라 마트였다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3살 아이의 말을 귀 기울여 들을 수 있을까? 장난으로 치부해 버리거나 무시하지 않았을까? 또, 우리의 청소년들은 어떠한가? 자신과 관련된 주변의 일에 대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기가 어렵다. 왜 그럴까? 쓸데없는데 신경 쓰지 말고 공부나 하라는 부모님과 주변 어른들의 성화  때문이다.


요즘 청소년들이 집에서 말을 안 하고 대화가 단절되었다고 청소년을 탓한다. 하지만 거슬러가보면 이 아이들이 하는, 또 하려는 말을 막은 건 우리 어른들이 아닐까? 청소년이 우리의 미래라고 말하고 청소년기가 중요하다고 말하면서 정작 우리는 청소년들의 자발적이고 주도적인 참여나 활동을 인정하지 않는다. 아니, 청소년기는 미래를 위해 참아야 하는 과정이라고 보는지도 모르겠다.


19대 대선 정책 공약집에서 청소년정책을 찾기 힘들지만 새로운 희망으로 기대를 해본다. 청소년을 표가 없는 미래의 주역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당당한 주역으로 봐주시길 기대하며 그들을 위한 정책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


5월은 청소년의 달이다. 청소년기본법 제16조에 ‘청소년의 능동적이고 자주적인 주인의식을 드높이고 모든 국민이 청소년의 육성에 참여하는 분위기를 드높이기 위하여 정했다’라고 말하고 있다. 5월만이 아니라 1년 365일 청소년들의 삶이 능동적이고 자주적인 주인의식을 드높일 수 있는 삶이길, 청소년을 바라보는 국민 모두가 건전한 청소년 육성에 동참할 수 있기를 바래본다.


아이들을 키우는 것을 콩나물시루 속에 물을 주는 것에 많이 비유한다. 아이들을 교육시키는 것은 매일 콩나물에 물을 주는 것과 같다고 했다. 콩나물시루에 물을 주면 물이 다 빠져나가지만 그래도 콩나물은 자라듯이 우리 청소년들도 날마다 자라고 있다. 1년 12달 365일, 청소년은 자란다. 그래, 열두 달이 청소년의 달이어야 할 이유이다.


새로 출범한 정부가 청소년의 삶도 책임지는 정부이기를 기대하며 응원한다! 이제, 우리 사회는 청소년을 미래가 아닌 현재의 시민으로, 자치와 참여의 무한역량을 가진 민주주의의 중심동력으로 인정하고, 더불어 성장하는 희망세상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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