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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의 딸아들은 어디로 갔을까(2)오한숙희 자연 & 사람 그리고 문화 -11
서귀포신문 | 승인 2017.09.01 21:55

-청소년 모바일 방송국을 제안하며

 엘리베이터를 타면 가끔 긴장하게 된다. 트라우마 때문이다. 열림/닫힘이 한글로 표시되어 있으면 정확하고 빠르게 누를 수 있지만 화살표로 되어 있으면 한번 머릿속에서 굴려야 한다. 한번은 엘리베이터 앞으로 달려오는 사람을 도와주려고 열림 버튼을 한번 더 누른다는 것이 그만 닫는 화살표 버튼을 누르는 바람에 그 사람 코앞에서 문을 싹 닫아버린 꼴이 되고 말았다. 그때의 당혹감이라니, ‘어머, 죄송해요’라고 말도 못하고 나의 사회적 무능력함에 대한 자탄에 오래 시달렸었다.

 그런데 어느날 엘리베이터에서 두 돌도 안 된 아이가 ‘그 어려운’ 화살표 버튼을 열고 닫는 것을 목격했다. 그것도 아주 쉽게. 거의 본능적인 감각으로. 아, 이게 신세대구나. 뇌의 바탕화면이 나와는 전혀 다른 신인류, 그에 비하면 나는 쉰세대구나, 쉰다리가 발효음식으로 몸에 좋긴 하지, 짧은 순간에 여러 가지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일본에서는 9살이 넘으면 환경교육을 시키지 않는다고 한다. 9살이 되면 자기 판단력으로 실천할 나이라고 보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위기철이라는 소설가가 <아홉살 인생>이라는 책을 쓴 바 있다. 돌이켜 보면 나도 9살 무렵에 어른들의 옳고 그름을 속으로 판단했던 기억이 있다. 150년전만 해도 13세면 시집장가를 갔었다. 그 나이면 일가를 이루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청소년기라는 13세에서 18세 신세대들의 뇌에서는 지금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디지털 세대로 핸드폰 같은 모바일에 익숙하고,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의 정보와 접속하는 이들의 현재와 미래는 나같은 세대가 짐작조차 못할 만큼 엄청한 태풍 같을 것일 게다.

 어제도 버스 정류장에서 내 핸드폰의 기능을 다 몰라 생면부지의 청소년에게 핸드폰을 넘겨주고 그가 주인인냥 내 폰과 열심히 소통하는 모습을 넋잃고 보았으니 앞으로 이들과 나의 사회문화적 격차 또한 엄청날 것이다. 그러므로 신세대의 미래는 쉰세대가 설정할 수 없다. 그들을 가르치려 들기보다 그들이 잘 하는 것을 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는 것이 이른바 어른들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그 판 중의 하나로 나는 청소년들이 자신의 ‘끼’를 마음껏 발산하고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모바일 방송 시스템, 곧 팟캐스트(podcast)를 생각해 보았다. 오늘날 팟캐스트는 진화를 거듭하며 소통의 민주주의를 이룬 새로운 시대정신이 되어 있다. 신세대들에게 대단한 인기를 끌고 있음은 물론이다.

 우선, 성산, 서귀포 원도심, 대정 3권역에서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방송 아카데미 강의를 한번 해보면 관심있는 청소년들이 들으러 올 것이다. 그중 진정성 있는 인물들을 모아 분야별 전문 강의를 수차례 해서 물꼬만 터주면 자신들이 정보를 찾아 셀프진화할 것이다(컴퓨터 오락에 빠져 식음을 전폐하는 청소년들의 에너지를 보라). 학업에 바쁘고 부모들의 반대로 쉽지 않으리라는 일부의 우려도 있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지금은 4차 산업혁명시대이다. 바둑대결을 벌인 알파고처럼 기계가 지능을 갖추면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대표적 직업으로 방송, 예술이 꼽히고 있다. 부모세대가 가장  선호하는 의사, 교수, 법조인 등이  알파고로 가장 쉽게 대치될 수 있는 직업으로 꼽혀 충격을 준 바 있지만 이건 부인할 수 없는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남들이 안하는, 인공지능이 흉내도 못낼, 나만의 ’끼‘를 찾아 발전시키는 것이 바로 청소년들의 진로지도요, 직업교육이 되는 것임을 누구보다 당사자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다. 오죽하면 ’모든 국민은 창업할 권리를 가진다’가 대한민국 헌법 1조가 될 거라는 말이 나오겠는가. 

 청소년들에게 팟캐스트 방송제작은 신세대 표현으로 ‘껌’이다(쉽다는 뜻). 방송장비와 시설이 없어서 못할 뿐이지 감각이 있는데다 콘텐츠 또한 무궁무진하다. 특히 서귀포는 자연, 신화, 역사, 문화, 예술, 언어, 생활상(의식주)이 독특하기 때문에 청소년들이 자기마을, 자기 집안 어른들만 취재해도 차고넘친다. 이는 서귀포의 모든 것을 아카이빙(묘사기록)하는 효과도 가져올 것이다.

 이미 서귀포에는 모바일 방송시스템이 있다. 100% 활용해 일주일에 두세번만 기회를 줘도 청소년들에게는 아주 멋진 판이 될 것이다. 그렇게 스무번쯤 방송을 하고 그 하이라이트를 모아 부모형제 친구들을 초대해 공개방송을 한번 한다면? 백문이 불여일견, 숨어있던 그들의 재능에, 자부심과 열정으로 행복빵빵한 그들의 얼굴에, 모두 감동하지 않을까?

 상상해본다. 12월 31일, 서귀포 1318이 쏘아올리는 서귀포 팟캐스트가 전국으로 퍼지는 그 순간을, 그야말로 해피 뉴 이어가 되지 않겠는가. 쉰세대인 내 가슴도 이렇게 뛴다.

                                                                                           오한숙희 / 여성학자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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