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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농부 3인, 저마다의 농사홍창욱의 생생농업 활력농촌-15
서귀포신문 | 승인 2017.10.12 11:05

올 추석에도 아이들과 함께 고향 창원과 처가 전주를 다녀왔다. 창원은 대표적인 공업도시지만 단감 주산지이고 농산물 시설재배도 많은 편이다. 고향마을 인근엔 환경보전지구인 철새도래지, 주남저수지가 있어 농촌 경관이 잘 보전되었고 관광객도 많다. 명절에 집을 가면 혼자 계신 어머니가 ‘아들 오면 함께 할 농사일’을 남겨두시는데, 설에는 감나무 가지치기였고 이번 추석엔 들깨타작이었다. 지난해엔 아이들과 함께 대추를 수확했다.

아버지 살아계실 때는 단감농사를 꽤 많이 지었다. 창원에서 부모님이 단감농사 1세대로 40년 전 진영단감 농가로부터 감나무를 들여와 첫 수확을 하고선 어떻게 팔아야 할지 몰라 고생을 많이 했다고 한다. 지금은 논이고 밭이고, 산이고 온 동네가 감나무인데 그때는 동네에 우리 과수원이 유일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1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 과수원 외에 남의 과수원을 빌려서 농사를 짓기도 했고 가을녘 나무에 달린 단감만 사서 출하하기도 했다. 작은 가족 영농조합법인을 병행해 인근마을의 단감까지 공판장으로, 재래시장으로, 대형마트로 보내던 기억이 난다.

엄마가 홀로 되신 후엔 모든 농기계와 자재, 땅을 처분하고 집터에서만 작은 농사를 짓고 있다. 단감나무 20여 그루와 대추, 석류, 몇 년 전까지 사과와 돌배나무가 있었고 텃밭에는 도라지와 채소, 깨를 심었다. 별도로 엄마의 정원에는 접시꽃, 철쭉, 수국 등 다양한 꽃이 피었다. 이번 연휴에 들깨 타작을 하러 외할머니 집터에 갔다. 엄마는 들깨를 훔쳐 먹는 새들을 쫓느라 고생을 많이 했다고 한다. 밭에 말려놓은 들깨를 안아서 한 데 모으면 엄마가 회초리 같은 나뭇가지로 두드려 깨를 털었다. 새들이 깨를 다 먹어서 수확이 많지 않다는 엄마 이야기를 들으며 괜히 내가 속상했다. 엄마의 작은 농사가 가계에 보탬이 되기 때문이다. 농사의 규모는 줄었지만 소량의 농산물을 직거래하고, 남는 것을 가족과 이웃들에게 나누는 재미가 쏠쏠하다던 엄마는 ‘텃밭이 놀이’라고 하셨다. 이번 추석에는 석류와 금비단풀, 도라지를 넣어 건강즙도 짜놓으셨다.

평생 교직에 계셨지만 퇴직 후 텃밭농사를 짓고 있는 전주의 장인어른도 마찬가지다. 매일 50평 남짓의 텃밭을 일구고 강아지를 먹이고 기타교실에서 노년의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이 장인의 일상이다. 퇴직 후 큰 수술을 하셨는데 그 후 건강을 위해 텃밭 농사를 짓고 계신다. 런닝셔츠를 입고 땀 흘려 일하는 모습이 지난 해 대산농촌재단 유럽농업연수를 갔을 때 클라인가르텐에서 땀을 흘리던 독일 노인분들과 겹쳐졌다. 작은 농사지만 몇 그루의 대추나무와 미니사과, 모과나무가 있고 텃밭에는 가지와 고추, 배추가 자라고 있었다. 올해는 대추가 풍년이라 이웃과 나눠먹었다고 한다. 50평도 안 되는 작은 농사에도 나눠먹을 것이 있나 했는데 아파트 베란다에는 말린 대추가 가득했고 몇 그루 대추나무에는 아직 푸른 대추가 달려 있었다. 작은 농사를 무시할 수 없다.

내 주위에 작은 농사를 짓는 또 한 명이 있었으니 바로 동화작가인 내 아내다. 농사의 ‘농’자도 모르고, 베란다 식물을 나와 함께 말려 죽였던 아내가 언젠가부터 호미를 들고 새벽별을 보기 시작했다. 어디로 가나 했더니 아파트 옆 화단 모퉁이에 ‘게릴라 텃밭’을 낸 것이다. 채소 좀 심어본 할머니들의 전유물로만 알고 있던 그 한 평 텃밭이 아내의 작품이란걸 알았을 때 적잖이 놀랐다. 파보면 돌밖에 나오지 않아 호미도 제대로 들어가지 않던 곳에 텃밭이라니. 한창 재미가 났는지 텃밭 2호점까지 내고 가을에 이웃 아이들과 고구마 수확까지 하던 아내를 말린 것은 다름 아닌 텃밭 금지라는 ‘공유지 푯말’이었다. 내 땅 한 평 못 가진 자들의 설움이라 생각하고 그만 두긴 했지만 아내의 ‘농사본능’을 확인하고 참 놀라웠다.

농촌에서 자라고 현재 한국의 대표적인 마을기업 무릉외갓집에서 농업일을 하는 나 또한 가끔 ‘농업부심’을 가질 때가 있다. 며칠 전 50평 하우스에 채소 모종을 두 시간동안 심으며 그 자부심은 보기 좋게 무너졌다. 거기다 쐬기를 박은 엄마의 전화 한통이 있었다. “아들아, 들깨가 왜 이리 수확이 작나 했더니 깨가 밭에 하얗게 쏟아져 있더라. 깨를 옮길 때거꾸로 들면 다 쏟아지는데. 밭에 쏟은 깨를 우짜면 좋겠노”

홍창욱 / 무릉외갓집 실장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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