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매봉도서관-서귀포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 2017년 도서관 다문화 지원 사업 펼쳐

▲ 제주어 교실

주 1회, 제주어 배우며 언어·역사·문화 알아가는 시간

“ ‘무사마씸’과 ‘무사’ 구분 못해 반말 한다며 할아버지께 혼나기도 했지요.”

제주 이주 17년차 다문화가정 여성의 이야기다. 잠시 나눈 대화에서 그녀는 자연스럽게 제주어 어미를 사용했다. 처음에는 “제주어는 다 ‘반말’ 인줄 알았다”는 그녀는 이제 제주어의 높임말과 반말도 구분해서 사용할 줄 안다. 생활권도 서귀포 시내이고 가족 중 제주어를 사용하는 빈도가 높은 편도 아니지만, 요양원에 근무하면서 어르신들에게 더 친근히 다가가고 제주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자 제주어를 배우기 시작했다고 말한 그녀는 한국말은 물론, 제주어 사용도 어색하지 않았다.

11월 13일, 서귀포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센터장 이상구)에서 열린 ‘제주어 교실’에는 다문화가정 이주민들이 참여해 제주어 동화, 제주어 노래 등 2시간 여 동안 재미있게 제주어를 배웠다.

이 수업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하는 ‘2017년 도서관 다문화서비스 지원’ 공모사업에 삼매봉도서관이 선정되어 ‘생활소품공예’와 ‘제주어 교실’ 수업으로 제주에 이주해 온 이주민들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 9월부터 시작된 수업은 총 12회로 12월 초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수업에 참여한 이들의 한국어 실력은 제주어 동화를 읽고, 제주와 우리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높은 수준이다.

한 언어에는 그 언어가 갖고 있는 지역의 역사와 문화가 모두 함축되어 있다. 그렇기에 한 언어를 알아간다는 것은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이해하는 것이다.

제주어의 다양한 종결어미, 뱀을 신성시했던 제주 사람들의 문화, ‘모루’, ‘뜨르’ 등 일상에서 쉽게 접하게 되는 단어의 어원과 뜻. 다양한 이야기들이 수업 시간 내내 쏟아져 나왔다. 수강생들은 제주어를 공부하며 하나하나 제주를 알아가고 있다.

현택훈 시인은 총 12회로 진행되는 제주어 교실의 강의를 맡으며 제주어에 대한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가장 큰 목표로 정했다. “10회, 20회의 강의만으로 완벽한 제주어를 구사하기란 불가능하다. 이번 제주어 교실을 통해 제주어에 흥미를 갖고, 언어에 담긴 문화와 역사를 전해주는데 의의를 두고 있다. 또한, 생활 속 간단한 제주어를 사용하면서 시어머니와 의사소통을 한다면 다른 문화권의 두 사람이 더욱 가까워지고 사랑받는 며느리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2시간의 수업에 열정적으로 참여한 학생들은 ‘제주어 교실’ 수업을 통해서 “제주어를 듣고 말을 따라할 수 있는 것이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것 같아 재미있다. 일상에서 들어봤었지만, 그 뜻을 제대로 알지 못했었는데 수업을 통해 제대로 이해할 수 있어 좋다”고 말하며, “그러나 제주어를 생활 속에서 많이 사용하거나 접하지 않기 때문에 수업 시간에 배운 것을 활용하거나 익히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편, 삼매봉도서관에서는 지난 2014년에는 <다문화가족과 함께하는 한지공예>, 2015년에는 <예쁜 손글씨 POP>, 2016년에는 <천으로 만드는 세상> 등을 운영하며 다문화가족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운영해 오고 있다.

생활소품공예 만들기

2017년 다문화 지원 프로그램으로 ‘생활소품공예’와 ‘제주어 교실’을 진행하고 있는 삼매봉도서관 관계자는 “‘제주’를 소재로 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싶었다. 생활 속에서 접할 있는 소재들을 통해 이주민들이 제주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실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제주어를 배우는 것은 다문화가정의 외국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사람에게도 전혀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것과 같다. 흔히들 제주도의 특색 있는 문화라고 말한다. 섬이라는 고립될 수밖에 없는 지형적 요인 외에도, 제주어라는 언어세계는 특색 있는 문화의 모든 것을 함축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일상에서 사용 빈도가 줄어들며 점점 제주어의 사용이 쇠퇴하고 있는 지금, 제주의 역사·문화·사람들의 삶의 방식을 제주어를 통해 알아가며 제주 이해에 한 발짝 다가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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