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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창욱의 생생농업 활력농촌 -23]내 농산물이 좋은 선물이 되려면홍창욱 / 무릉외갓집 실장
서귀포신문 | 승인 2018.03.26 15:24

지난 설 명절을 앞두고 선물 포장 및 배송에 정신이 없었다. 1년 중 설과 추석은 농수산물이 가장 많이, 집중적으로 팔리는 시즌이다. 가족들이 모이고 차례상에는 좋은 품질의 농수산물이 선택되어 제물로 올려지기에 생산자에겐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특히, 과일은 이 시기에 많이 팔리기 때문에 크기와 형태가 일정 정도 되어야 하고 제 맛도 들어야 한다. 수확이 빠른 과일들은 저온 저장하며 품질을 잘 유지하는 게 관건이다.

단감농사를 지었던 우리 집은 서리가 내리기 전 10월 말에 단감을 수확하여 시세가 좋으면 출하를 하고 좋지 않으면 겨우내 저온저장고에 담아두었다. 단감을 5개씩 비닐에 담아 박스 저장해두고 상태와 시세를 봐가며 출하를 했는데 냉을 먹어 시커멓게 변할 때도 있었고 물러지는 것도 많았다. 창고를 임대하는 비용도 무시할 수 없을 뿐더러 물러진 것을 빼내고 다시 재포장하는 인건비도 많이 들었다. 그렇게 버티고 버텨가며 기다린 것이 바로 설대목이었으니 그때 시세가 좋으면 이 모든 것을 갚고도 남았고 형편없다면 손해를 제대로 보았다.

요즘은 직거래도 늘고 농사도 줄어서 우리집에 쟁여놓을 단감이 없다. 그때, 그때 수확하여 바로 소비자에게 판매하니 재고가 남지 않고 수수료를 떼어줄 일도 없다. 엄마는 푼돈이기는 하지만 ‘내 지갑에 돈이 바로 들어오니 참 쏠쏠하다’고 하셨다.

제주에 와서 보니 개별농가에서 직거래를 조금씩 하고 있다. 주로 타지역에 나가있는 자식들이 부모님 농산물을 팔아주다 보니 매년 이어지고 또 확대되는 것 같다. 나 또한 대도시에서 생활할 때 부모님 단감을 매년 팔아드렸다. 품질을 떠나서 ‘내 부모님이 농사지어서 금방 수확한 것’이니 지인들에게는 보증이 되었다. 중간 수수료가 줄어든데다 신선한 농산물이니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었다. 작은 농사 규모의 생산자와 적정의 지인 소비자가 결합된 타입이며 수확기에 적용되는 모델이다.

명절에 내 농산물을 직거래 하려면 훨씬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우선은 소비자가 고를 수 있어야 한다. 선물은 과일만 있는 것도 아니고 농산물만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내 농산물이 하나밖에 없다면 크기, 포장형태, 가격 등으로 나눠서 다양한 선택의 폭을 주어야 한다. 내 농산물의 특징, 하다못해 나는 누구이고 어떤 마음가짐으로 농사를 짓는다는 이야기가 있어야 신뢰를 준다. 이러한 내용들을 담아낼 광고지가 필요하고 이를 뿌릴 수 있는 소비자와의 접점이 필요하다. 그들이 많이 다니는 길목에 두어서 눈에 띄게 만들어야 한다.

운이 좋게 주문을 받았다면 고객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직접 받는 것인지, 누구에게 선물하는 것인지, 고객 이름과 정보를 기록해두면 다시 찾을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다. 다음으로 선물은 선물답게 하는 포장도 신경써야 한다. 가능하면 내 이름이 들어간 포장박스를 맞춰야 하고 그것이 안 되면 전단지라도, 그것이 안 되면 명함이라도 맞춰야 한다. 농산물에는 이름이 박혀있지 않기에 별도로 브랜딩을 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브랜딩은 반복노출이되 스토리와 색깔, 형태, 로고가 통일성을 갖춰야 한다. 그래야 사람들은 이를 상품으로 인식하고 또 선물로 인정한다. 

‘지인의 보증’은 내가 아는 수백명의 인맥에게만 통할뿐이며 ‘아는 사람’이라고 더 사먹지 않는다. 결국 ‘선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아야 하는데 개별 농가에서 이를 맞춰서 준비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어렵다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대기업이 유통하고 기획자와 디자이너가 브랜딩을 하더라도 농산물 자체는 농민들이 만들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작은 공동체를 결성하는 것이다. 여기서 공판장으로만 보낼 것이 아니라 브랜드를 만들고 직거래를 해야 한다. 사실 가장 쉬운 시장이 명절시장이다. 인지도와 신뢰를 쌓으면 매출은 금방 늘어난다. 하지만 진짜 실력은 다른데 있는 것 같다. 1년에 두 번 있는 명절 시기를 제외하고 다른 매출시기를 찾는 것이다. 5월 가정의 달도 좋고 수확철도 좋다. 내 농산물이 단순한 먹거리가 아니라 누군가에게 마음을 움직일 선물이 되려면 무엇보다도 달라야 한다. 품종도, 판매방식도, 포장형태도, 스토리와 철학도.

다르면 다를수록 좋다. 누군가의 기억에 남는 것이 이렇게 어렵다. 하지만 기억에 남는다면 두고두고 고객은 찾아올 것이다. 내가 만든 농산물을 고객이 제 돈 들여 지인에게 광고한 셈이니 고마운 일일 수밖에.        
 

서귀포신문  sgp199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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