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한 원장_박정신건강의학과의원

1. 명상의 태동기

지금부터 17년 전인 2001년도에 처음으로 서귀포시에 지역주민의 정신건강을 돌보는 서귀포시정신보건센터가 서귀포보건소 내에 만들어졌다. 당시 전국적으로 정신보건센터가 만들어지는 초창기라서 한정된 국가예산에 서귀포시가 우선적으로 개소할 수 있었던 것은 환자 대비 정신건강과 질환의 예방과 치료 및 재활을 위한 시설이 관내에 필자의 의원 한 곳 빼고는 없었고, 지역적으로 고립된 낙후한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1994년도에 필자가 개업을 하고 2001년도까지 이르렀을 때 화병을 비롯한 우울증, 자살, 고위험 음주, 급성 정신병, 가족 및 이웃 간의 불화로 인한 스트레스와 각종 노이로제가 만연하였고, 진료실에서 하루에 100명 이상의 환자를 보았지만 개선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정신보건센터가 개소되어 많은 기대가 있었지만 정신보건 전문 요원 확보와 그들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정착이 되는 데에 많은 시일이 걸렸다. 바쁘게 지역주민들을 위한 정신건강 교육과 계몽을 위해 자료집을 제작하고 많은 곳으로 출장을 다녔으며, 만성질환자들의 사회 복귀를 위해 정신 재활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함께 음식도 만들어 먹고 목욕탕에도 다니는 등 직접 몸으로 부딪히며 지내기도 하였다. 스스로의 금전관리를 재활시키기 위해 은행에 환자들과 단체로 통장계좌를 개설하러 갔다가 정신질환의 편견으로 은행관계자에 의해 은행 출입을 제지당하기도 하였다. 진료실에서 환자를 보다가 급성정신병적 증상으로 긴급 입원을 위한 도움 요청이 센터를 통해 들어와 현장에 출동하기도 하고, 부모의 무지로 방치된 정신질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장시간 부모를 설득하는데 시간을 할애하여야 했다. 가정방문을 통해 환자와 환자 가족들의 치료와 재활을 위한 모니터를 정기적으로 하였고, 상담을 위해 방문하는 시민들을 위해 면담시간을 만들었다. 그러나 센터를 담당했던 정규직 공무원 들은 수시로 때가 되면 바뀌고 지속적인 업무를 해오는 비정규직인 계약직 공무원들은 봉급, 연금, 근무보장의 한계로 오래 있지 못하고 떠나니 1-2년마다 처음으로 돌아가는 것이 반복되면서 업무가 정착되고 제대로 발전하지 못한 채 시간은 흘러갔다.

2012년도에 이를 무렵 서귀포시가 전국적으로 우울증 유병률, 자살시도, 이혼율, 고위험 알콜의존, 스트레스지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지금과는 다른 대책이 필요하게 되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정신건강지수가 좋아지도록 그동안 이것저것 해보아도 밑바닥 뚫린데 물 붓기처럼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던 그 해 어느 날 학교 폭력을 저지른 학생을 돌보기 위해 가정을 방문해 보니 학생의 부모는 이혼해 할머니가 키우고 있었다. 아버지는 알코올 중독에 폭력이 심하였고 할머니는 우울증을 앓고 있었으며 집안은 가난하였고 학생은 게임중독에 빠져있어 도움이 필요한 부분이 이곳저곳 산재하고 복합적으로 서로 맞물려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총체적인 난국 상황이었다. 이것을 어떻게 할 것인가? 그때 전광석화처럼 떠오르는 해결책이 있었다. 그것은 자신의 마음을 정확히 관찰하고 돌보도록 하여 문제점과 괴로움에서 스스로 벗어나도록 일깨워주는 ‘알아차림 명상’만이 확실하고 가성비가 좋은 해결책임이 보인 것이다.

 

박용한_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서귀포시의사회 회장
대한명상의학회 부회장
가톨릭의과대학교 및 대학원 졸업
서귀포시정신보건센터 센터장 역임
제주대학교의학대학 임상 부교수 역임
Sati Arama 선원 수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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