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마지막 퍼즐인 사망시간, 동물 실험으로 밝혀내

2009년 2월 8일, 이모씨의 시신이 발견된 현장에서 경찰이 사체를 수습하는 모습이다.

2009년 제주에서 발생해 미제사건으로 남을뻔 했던 보육교사 살인 사건의 피의자가 사건 발생 9년 만에 붙잡혔다.

제주지방경찰청은 법원의 체포 영장을 발부받아 16일 오전 8시 20분경, 경북 영주에 숨어있던 박모(49)씨를 살인 등의 혐의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피의자 박씨는 2009년 사건이 일이 났던 당시, 택시 운전을 하고 있었다. 그해 2월 1일 제주시 용담동에서 보육 여교사 이모씨를 태우고 애월읍으로 가던 중 목 졸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자 이씨는 제주시 용담동에서 남자친구와 만난 후 택시를 타고 애월읍 구엄리 집으로 돌아가는 도중 실종됐다. 이씨의 휴대전화는 당일 오전 4시 분경 광령초등학교 인근에서 마지막 신호를 남기고 흔적을 감췄다.

이씨 부모로부터 실종신고를 받은 경찰은 수사본부를 설치해 수사에 들어갔다. 그리고 실종된 지 일주일 뒤인 2009년 2월 8일 이씨는 제주시 애월읍 고내봉 인근에서 목이 졸려 살해된 채 시신으로 발견됐다.

사건 당일 이씨를 자신의 택시에 태운 것으로 알려지면서 박씨는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됐다. 경찰이 거짓말탐지기까지 동원하며 수사를 펼쳤지만 뚜련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 박씨는 풀려나고 사건은 공전을 거듭한 끝에 9년 가까이 미제로 남았다.

경찰은 지난달부터 재수사를 시작해 사망 시점과 물적 증거 등을 수집했다. 이정빈 가천대 법의학과 석좌교수와 전국 과학수사요원이 동물실험 등을 통해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했다. 이들은 이씨의 사망 추정시간이 실종된 그해 2월 1일 오전 3시부터 사흘 이내라고 결론을 내렸다. 경찰은 법과학적 분석을 더해 사망 시간을 실종 당일인 1일 새벽 휴대전화가 꺼지기 직전인 오전 4시 5분께로 못 박았다. 그 시간 이씨를 택시에 태우고 있던 박씨가 유력한 용의자로 다시 지목됐다.

지난 2009년 사건 당시 사체를 부검했던 의사는 사망시간이 사체가 발견된 ‘2009년 2월 8일보다 앞선 24시간 이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부검의는 시신의 부패 정도가 적고 직장체온이 대기 온도보다 높은 점에 미루어 사망시간이 발견 당시에서 오래지 않은 것으로 본 것.

하지만 최근 경찰은 동물 사체로 실험한 끝에 사후 7일 후에도 직장체온이 대기 온도보다 높게 나타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정빈 석좌교수는 지난달 제주경찰청에서 브리핑을 통해 “사체 직장 온도가 유동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새롭게 밝혀낸 사망시간과 9년 전 수집했던 용의자의 기존 진술과 녹취 파일 등을 다시 분석하는 과정에서 나온 유의미한 증거물을 바탕으로 박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했다. 그리고 법원으로부터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박씨를 체포하고 제주로 압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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