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명상의 과학적 기반

 

박정신과의원 박용한 원장

 일반적으로 명상을 불교적 수행으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명상은 역사적으로 다른 종교에서도 있어왔으며 보다 발전된 종교적 성찰과 믿음에 중요한 도구로 쓰여왔습니다. 특히 깊은 신앙심과 간절함 그리고 자신을 온전히 의탁하는 태도의 집중적 기도와 몰입은 영적 충만감과 일체감을 가져오기도 합니다.

붓다의 알아차림 명상은 종교적이라기보다는 모든 현상을 객관적으로 관찰하는 힘을 키워 세상의 이치를 명확히 아는 지혜가 생기게 하는데 목표가 있습니다. 알아차림이 깊어지면 현상을 좋고 나쁜 가치 판단에 의해 보아왔던 것에서 있는 그대로의 사실적 특성으로 판단하게 됩니다. 이는 집착과 회피 과정에서 생겨나는 괴로움에서 벗어나게 해줍니다. 이보다 더 깊은 알아차림은 미시적이고 거시적인 물리학적 관찰과 같은 실재에 대한 접근을 할 수 있게 해줍니다.

기독교 국가인 미국에서 마인드풀니스 (mindfulness) 가 유행처럼 번져가고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종교적 색채가 철저히 배제되고 알아차림에 기반한 명상이 뇌과학적 연구를 통해 정신건강에 대한 효과가 있음을 증명해온 데 있습니다.

마음건강 척도, 뇌파연구, 기능 및 해부학적 뇌영상연구, 면역학적 연구 등에서 알아차림 명상이 뇌와 신체의 변화를 일으켜 영성적 자각의 향상, 자기연민과 긍정심리의 강화, 집중력 향상, 통찰력 증진, 현존감의 증가, 불안과 우울, 스트레스 감소, 감정의 조절, 불필요한 사고 반추의 감소, 삶의 질 향상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자동적으로 끌려가지 않고 멈추어 주의를 다른 곳으로 분산시킬 수 있는 메타인지 능력은 알아차림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진료실을 찾는 환자들은 대부분 자신의 생각과 감정이 얼마나 힘든지 생생하게 이야기를 할 줄 압니다. 뇌에서 공회전 하듯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가치판단 기준의 생각과 감정 그리고 신체적 감각 증상에 환자들은 융합되고 동일시되어 좀처럼 벗어날 수 없는 괴로움으로 인식을 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 일어나는 현실적 경험에 집중하기보다는 기억을 통해 만들어진 과거를 반복적으로 회상하거나 미래를 미리 걱정하며 지내며, 지나치게 자신을 부정적이고 고정 불변된 존재로 착각하고 있음을 잘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명상을 통해 알아차림의 힘을 강화시키는 것이 환자들이 스스로 괴로움의 굴레에 있음을 자각하도록 하여 벗어나게 해주고 세상의 순리에 맞게 살아가게끔 해주는 핵심 열쇠가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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