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뒷모습이 아름다운 정치인도 있다. 국궁진췌 사이후이(鞠躬盡瘁 死而後已)의 자세를 지닌 올곧은 정치인. ‘국궁진췌 사이후이’는 ‘온 몸을 다하여 최선을 다하고, 죽음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그치겠다’는 뜻이라고 한다. 이 말을 발췌해 입에 올린 이는 고충홍 전 도의회 의장이다. 지난 26일 열린 제10대 제주특별자치도의회 4년을 마무리하는 제360회 임시회 본회의 개회사에 인용한 고사성어이다.

 유래를 찾아보니 《삼국지(三國志)》에 나오는데 제갈량이 위(魏)나라를 공격하기 전에 한 말이다. 유비의 삼고초려에 감명을 받은 제갈량은 그를 돕기 위해 온 힘을 쏟기로 결심했다. 이런 결심은 유비가 죽고 난 후 그의 아들 유선에게도 마찬가지였다. “한(漢)의 위업은 익주 같은 변경에 안주할 수가 없습니다. 반드시 위나라를 멸망시켜 천하를 통일하고 왕업을 중원에 확립해야 합니다. 신은 이 소원 성취를 위해 전력투구하고, 죽고 나서야 그만둔다는[死而後已] 각오로 출정합니다.”라는 후 출사표에서 유래된 성어인 것이다. 어떠한 일을 도모할 때에 있는 힘, 온 정성, 최선을 다한다는 뜻을 내포한다. 어느 누구라도 이러한 마음가짐을 갖는다면 이루지 못할 일이 있을까.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 출범과 함께 도의원 배지를 단 고충홍 도의회 의장은 6월 30일 도의원으로서 의장직 임기를 마친다. 지역구에서 내리 3선 의원으로서 임하는 동안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이러한 소신을 잊은 적이 없다고 한다. 자신의 이름과 결부해 붙여진 ‘고충 해결사’라는 별호에 거부감은커녕 오히려 좋아한다는 그이고 보면 인간미를 느끼게 된다. 도의원직을 떠나면서 가장 먼저 “일단 당적을 버리는 일”을 먼저 하겠다고 전한다. “제주지역사회에 원로, 한 사람의 어른으로서 제대로 된 역할을 수행하는데 있어서 당적은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앞으로 공충홍 전 의장이 기여하고자 하는 일에 기대를 갖는다.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 등으로 조성된 한반도 평화 분위기 속에 우리 제주가 평화의 섬으로서 영구적인 한반도 평화정착에 선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민간 차원의 남북교류에 앞장서보고 싶다”는 일이 도민들과 함께 잘 이루어질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 7월 1일부터 출범하는 민선7기 원희룡 도정과 제11대 제주도의회 의원들에게 희망을 건다는 ‘제주형 자치모델의 완결’을 함께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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