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용찬 열사 27주기 문화한마당, 10일 저녁 7시 신례1리 마을회관 마당에서 열려

노래패 '모다정'이 노래하는 모습.

양용찬 열사 27주기 문화한마당이 10일 저녁 7시, 신례1리 마을회관 마당에서 열렸다. 양용찬 열사 추모사업회(회장 고광성)가 주관했고, 신례1리 마을회(이장 김창업)가 후원했다.

풍물굿패 ‘신나락’의 길놀이로 문화제 시작을 알렸다. 그리고 남원읍 여성들로 구성된 ‘신명나는 난타팀’이 공연을 선보였다. 신례1리 노인들의 운동모임인 ‘청솔’이 그동안 연습한 기체조를 소개했다.

김창업 이장은 추모사를 통해 “신례리 어르신과 친구들이 신례1리 마을회관에서 양용찬 열사의 해맑은 얼굴을 기억하려 한다”며 “제주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조상들이 그랬던 것처럼 이 땅을 벗 삼아 살아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양용찬 열사의 뜻을 기리는 사람들이 여기 있어서 열사가 해맑은 얼굴을 하고 있다”라며 “그 해맑은 모습을 오래도록 간직하겠다”고 밝혔다.

김창업 이장.
고광성 추모사업회장이 추모사를 낭독하는 모습이다.
양용호씨가 유족대표로 참석자들에게 인사하는 모습이다.

고광성 양용찬 열사 추모사업회장은 추모사에서 “지금은 양용찬 열사가 바라던 제주의 모습이 아니다”라며 “제주군사기지화는 여전히 진행 중이고, 온간 난개발로 제주는 몸살을 앓고 있으며 제2공항은 주민들의 반대에도 강행되고 있어 많이 부끄럽고 미안하다”고 밝혔다.

김수열 시인이 추모시를 낭송했다. 김 시인은 양용찬 열사가 유명을 달리한 날 장례식에서 쓴 ‘열사여 불화살이여!!“를 낭송했다.

 

제주도 개발특별악법의 과녁을 향해

영원히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저들의 심장을 향해

비수처럼 날카롭게 틀어박힌

너! 불화살이여!

아! 우리의 영원한 동지

양용찬 열사여!

-장편시 ‘열사여 불화살이여!!’의 일부

 

‘노래하는 나들’의 문진오, 류금신씨가 공연을 위해 서울에서 제주도를 방문했다. ‘노래하는 나들’은 김경훈 시인이 양용찬 열사를 소재로 지은 시 ‘그대 분노로 오시나’에 곡을 붙인 노래를 불렀다. 그리고 ‘노래를 찾는 사람들’ 출신인 만큼 ‘노래를 찾는 사람들’ 음반에 수록됐던 ‘잠들지 않는 남도’와 ‘그날이 오면’ 등을 열창했다.

그리고 제주에서 민중가수로 활동중인 김영태씨와 제주주민자치연대 노래모임인 ‘모다정’이 노래공연을 선보였다.

양용찬 열사의 친형인 양용호씨는 유족대표 인사에서 행사를 열 수 있도록 도와주신 이장님과 주민들께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리고 참석해주신 양윤경 서귀포 시장과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양용호씨는 “제2의 하와이보다 우리의 보금자리로서 제주를 바라며 분신한 지 27년이 지났는데 제주도가 특별자치도와 국제자유도시라는 이름으로 개발의 블랙홀에 빠진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양 씨는 “양용찬의 이름이 잊혀져가고 있지만 우리 보금자리의 중요함이 잊혀서는 안될 것이다”라며 “더 이상 무차별 개발이 아니라 제주 자연화경의 가치를 인식하고 보전해야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추모행사에는 역대 서귀포시장으로는 처음으로 양윤경 시장이 참석했다. 양윤경 시장은 신례1리 주민으로 양용찬 열사가 분신할 당시에 소식을 듣고 먼저 현장에 달려가기도 했다. 그리고 제주도의원 가운데는 정민구‧이상봉 의원이 참석했다.

민주노총과 전교조, 제주주민자치위원회, 서귀포시민연대, 민예총 등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참석해 고인의 뜻을 기렸다. 강정마을에서 조경철 전 마을회장과 고권일 전 해군기지반대대책위원장, 문정현 신부를 비롯해 주민들이 참석했고, 성산읍 제2공항 반대대책위 활동가들도 참석했다. 신례1리에서는 김창업 이장과 주민들이 함께해 참석자들에게 어묵과 차, 간식 등을 제공했다.

양용찬 열사는 지난 1992년 11월 7일, ‘제주도개발특별법 반대’와 ‘민정당 타도’를 외치며 당시 ‘서귀포나라사랑청년회’ 사무실 옥상에서 자신의 몸에 기름을 끼얹은 후 불을 지폈다.

양 열사의 산화에도 불구하고 당시 노태우 정부와 민자당은 도민의 압도적 반대를 무릅쓰고 ‘제주도개발특별법’을 밀어붙였다.

그를 기억하는 이들이 추모사업회를 결성하고 지금까지 매해 11월에 추모행사를 펼치고 있다. 추모열기가 한때 시들기도 했었다. 하지만 정부가 제주도를 국제자유도시와 특별자치도로 지정한 이후 도내 곳곳이 개발로 멍이드는데다 지난 2007년 장정마을을 해군기지 예정지로 지정하면서, 양용찬 열사를 다시 조명하자는 의견에 공감하는 이들이 다시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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