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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주린 농민, 죽어가는 돼지가 비명 지르는 사회[영어로 고전 맛보기 ③] 존 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
장태욱 | 승인 2019.01.18 18:04

The people come with nets to fish for potatoes in the river, and the guards hold them back; they come in rattling cars to get the dumped oranges, but the kerosene is sprayed. And they stand still and watch the potatoes float by, listen to the screaming pigs being killed in a ditch and covered with quick-lime, watch the mountains of oranges slop down to a putrefying ooze; and in the eyes of the people there is the failure; and in the eyes of the hungry there is a growing wrath. In the souls of the people the grapes of wrath are filling and growing heavy, growing heavy for the vintage.

** rattle : 달가닥 거리다. ** kerosene : 등유 **ditch : 도랑, 배수로 **quick-lime : 생석회 **putrefy : 부패하다 **ooze : 점액이 흐르다. 점액 **wrath : 분노 ** vintage : (연도와 출처가 정확한) 고급 포도주

사람들은 그물을 가지고 강 속에서 감자를 건지려고 오면 감시원들은 그들을 뒤로 끌어낸다. 그들은 쏟아버려진 오렌지를 주으로고 달그락 거리는 차를 타고 오지만 오렌지에는 석유가 뿌려진다. 그들은 그대로 서서 감자가 물에 떠다니는 것을 쳐다보고 비명을 지르는 돼지가 도랑에서 죽어가며 생석회로 덮이는 소리를 듣는다. 그들은 산더미 같은 오렌지가 썩어 점액이 되어 무너지는 것을 지켜본다. 사람들의 눈에는 실패가 있고 배고픈 이들의 눈에는 커져가는 분노가 있다. 사람들의 영혼에는 분노의 포도가 채워지고 (분노의 포도는)포도주가 되기 위해 점점 더 무겁게 자라고 있다.

존 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

미국은 1920년대 세계 최고의 농업국이었다. 그런데 세계가 1929년에 대공황을 맞으며 농산물 가격은 폭락하고 자영농은 몰락했다. 가장들은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해 은행에 토지를 빼앗기고, 은행은 거대한 토지회사가 됐다. 그 거대 회사는 트랙터를 동원해 농가를 허물고 농민들을 내몰았다.

트랙터가 농민을 삶터에서 내쫒는 장면은 ‘기계 그 자체는 생산자의 부를 증대시키지만 자본주의적으로 사용되면 생산자를 빈민으로 만든다’고 했던 칼 맑스의 주장(자본론)과도 통한다.

몰락한 자영농인 톰 조드의 가족은 은행에 땅을 빼앗기고 오클라호마를 떠나 캘리포니아로 새로운 터전을 찾아간다. 이들이 지나는 66번 고속도로는 캔자스, 오클라호마, 텍사스, 뉴멕시코, 네바다, 아칸소 등에서 흘러온 굶주린 사람들로 넘친다.

굶주린 유랑인들이 대농장에서 일을 하지만, 일꾼들이 받는 일당은 하루치 식료품을 구입할 수준도 되지 않는다. 일을 구하려는 사람들로 넘쳐나기 때문에 그런 일감을 구하는 것마저도 쉽지 않다. 품삯을 제대로 받기 위해 파업을 시도하지만, 빨갱이로 몰려 도망자 신세가 된다.

<분노의 포도(grapes of wrath)> 원문은 영문으로 313페이지에 이르는 장편이다. 필자가 보유한 삼성세계문학 번역판은 본문만 550여 페이지에 이른다. 소개한 대목은 전체 30장 가운데 제25장 마지막 단락에 해당한다.

거대 기업농은 상품의 가격을 높이기 위해 감자를 강에 버리고 오렌지 더미에 석유를 뿌리며 남아도는 돼지를 도랑에 파묻는다. 굶주린 이들이 이런 것들을 건져보려고 하지만, 감시원들 때문에 만질 수가 없다. 자본주의적 상품 생산이란 이윤추구의 과정일 뿐, 인간에 대한 배려라고는 털끝만큼도 없다.

죽어가는 돼지와 배고픈 자들의 절규가 뒤섞여, 마치 지옥을 떠올리는 상황. 그 속에서 사람들의 가슴에는 분노가 싹튼다. 인간이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부조리한 세상, 그곳에서는 분노만이 유일한 힘이다. 작가는 그 분노가 포도송이처럼 자라서, 결국은 고급 와인으로 변하는 것처럼 점점 발효될 것이라고 한다.

장태욱  taeuk3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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