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화 / 동홍동행정복지센터

하루에도 몇 번씩 민원 전화를 받는다. 집 앞에 불법 주·정차 된 차가 너무 많으니 시선유도봉(주차금지봉)을 설치해 달라는 것이다. 이런저런 상황을 확인하고 설치를 완료하여 사무실에 들어오기가 무섭게 민원 전화가 온다. ‘방금 집 앞에 시설유도봉이 설치되었는데 보기에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통행에도 불편만 가중되는데 뭐하러 이런 걸 설치했느냐, 내 세금으로 이런 거 하느냐’는 화를 잔뜩 품은 고성이 귀를 울린다. 누군가의 민원해결이 또 다른 누군가의 민원을 낳는 순간이다.

담당자로서 난감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떤 사람에겐 시선유도봉 설치가 필요하고 어떤 사람에겐 골칫덩어리인데 반만 설치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관내를 둘러보면서 자체적으로 현수막을 걸고 한줄 주차를 실시하고 있는 곳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 마을길이 좁아 시선유도봉을 설치했다면 민원이 엄청 났을 테고 그렇다고 신경을 쓰지 않았더라면 양쪽으로 차들이 무질서하게 주차되어 각종 안전사고가 발생함은 물론 민원도 상당했을 텐데….

제주도는 한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사이라고 도민들은 늘 얘기한다. 그래서 나에게 필요한 것이 타인에게 골칫덩어리이든 아니든 신경을 안 쓸 수 있는 대도시와 다르게 꼭 필요한 민원 제기에도 조심스러운 제주도민들의 착한 마음이 만들어 낸 걸작이 한줄 주차라 감히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어쩌면 한줄 주차의 활성화가 제주의 주·정차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해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도로의 한쪽 면만을 이용하여 주차를 하는 것은 어쩌면 인심과 정이 가득한 제주도가 가장 앞장서 펼칠 수 있는 훌륭한 제도가 될지도 모르겠다. 급격히 늘어난 제주도의 차량이 낳은 수많은 문제는, 물론 예산과 법령 등으로 먼저 해결해야겠지만 제주도민의 공동체 정신과 이해, 배려로 제주다운 주차문화를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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