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변화된 제주기후와 맞지 않아”, 공사 “단지 정체성 맞다는 지역 의견 반영”

중문관광단지 내에 잘린 워싱턴야자수.(사진은 장태욱 기자)

한국관광공사가 중문관광단지 내 고사된 야자수를 모두 베어낸 자리에 다시 야자수를 심겠다는 계획이다. 기후변화로 워싱턴야자수가 제주의 기후에 맞지 않다는 견해가 제시된 상황에서 나온 결정이라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다.

한국관광공사 제주지사 관계자에 따르면, 공사는 중문관광단지 1단계 부지에 3~4m 높이의 워싱턴야자수 230그루를 식재할 계획이다.

한국관광공사는 최근 단지내 가로수로 식재된 워싱턴야자수가 고사되는 것과 관련해 1단계 부지내 가로수를 전부 잘라냈다. 한국관광공사 제주지사 관계자는 당시 전문가들에게 진단을 요청했는데, 야자수 내부에 고사가 진행되는 것을 확인했다며 워싱턴야자수를 이곳에 심은 지 35년이 됐기 때문에 수명이 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도내 야자수 분야 전문가로 불리는 이석창 자연제주 대표는 당시 서귀포신문에 “워싱턴야자수 원산지는 연 강수량 200~400mm 정도의 고온 건조한 지역이다”라며 “연 강수량이 2000mm인 제주의 기후와 맞지 않다”고 말했다. 그리고 “워싱턴야자수가 다습한 제주에서는 웃자람이 심하게 나타나 줄기들이 내실 있게 발육하지 못했는데, 2016년 1월, 한파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은 후 고사가 급격히 진행됐다”며 대체 품종을 선정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국관광공사가 지난 7월에 게시했던 현수막.(사진은 장태욱 기자)

관광공사 관계자도 “한국관광공사가 대체 가로수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 관광공사는 카나리아야자수와 종려나무 등을 대체수종으로 검토했다. 최고 30m까지 자라는 워싱턴야자수와 달리, 종려나무는 최고 6m, 카나리아야자수는 최고 20m까지 자라는 특성이 있다.

그런데 관광공사가 기존의 검토를 백지화하고 최근 다시 워싱턴야자수로 방향을 틀었다. 이와 관련해 공사 관계자는 서귀포신문과의 통화에서 “관광단지 가로수에 대한 입장은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고, 관광공사가 독단적으로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리고 “관광공사가 무슨 결정을 하려면 지역커뮤니티와 상의를 해야 하는데, 지역 내에서 워싱턴야자수가 관광단지 정체성에 부합하다는 의견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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