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평리 혼인지축제 개막 행사로 벽랑국삼공주추원제 봉행

벽랑국삼공주추원제가 19일 오전 11시, 혼인지 인근 삼공주추원사에서 봉행됐다.(사진은 장태욱 기자)

벽랑국 삼공주의 제주섬 입도를 기리고 감사의 뜻을 전하는 삼공주추원제가 19일, 봉행됐다. 삼공주추원제는 원래 삼성제단이 해마다 6월 10에 봉행하는 제사인데, 이날은 특별히 10회 혼인지 축제를 맞아 마을 주민들이 주관해 별도의 제사를 봉행했다.

추원제가 열리기 전 마을주민과 관광객 등 500여명이 참가해 온평리 연혼포에서 혼인지까지 혼례행렬을 이었다. 이들은 과거 의상이나 동물 문양의 옷을 입고, 다채로운 퍼포먼스를 펼쳤다.

제관들은 혼례행렬이 혼인지에 도착한 후 삼공주추원사에 모여 제사를 봉행했다. 고영욱 온평리장이 초헌관을, 송종만 온평리 문화유산보존회장이 아헌관을, 이기철 어촌계장이 종헌관을 맡았다.

혼례행렬.(사진은 장태욱 기자)
풍악.(사진은 장태욱 기자)

고영욱 이장이 축문을 읽었다.

“세월이 흘러 오늘 기해년 10월 19일, 초헌관 온평리장 고영욱은 삼가 고합니다. 탐라시조 삼을라의 비인 벽랑국 삼공주께서 삼신인에게 오셔서 처음으로 백성들에게 농사와 목축을 가르치셨습니다. 오곡백과가 영글어 추수하는 감사의 계절에 오늘 제10회 혼인지축제를 맞이하여 이를 추모하며 그리움을 표합니다. 삼가 정성을 다해 술과 제물을 준비하여 올리오니 부디 흠양하여 주시옵소서.”

삼성재단은 삼공주추원제와 별도로 탐라국을 개국한 삼신인을 위해 음력 4월 10일에 삼성혈에서 춘기대제를, 음력 10월 10일에 추기대체를, 12월 10일에 건시대체를 봉행한다. 삼공주추원제의 양식은 삼성혈에서 봉행되는 제사와 형식이 유사한데, 크게는 종묘의 제례의식을 따른다.

주민들은 혼례행렬과 추원제를 시작으로 20일까지 다채로운 행사로 혼인지 축제를 꾸민다. 무대에서는 노래와 공연이 이어지고 천막에서는 풍성한 음식과 체험행사가 마련된다. 주민과 관광객을 위한 혼례행사도 진행됐다.

영주지(瀛州誌) 등에 따르면, 고을나, 양을나, 부을나 등 3신인이 지금부터 4300여 년 전에 삼성혈(三姓穴)에서 태어났다. 이들은 사냥을 하고, 짐승 가죽으로 옷을 만들어 입으며 살았다.

어느날, 성산면 온평리 연혼포에 배가 한척 도착했다. 배안에는 사자와 3공주가 송아지, 망아지, 오곡의 종자를 가지고 도착했다. 사자는 스스로 벽랑국에서 왔다고 소개한 후 “우리 왕께서 말씀하시기를 ‘서해 가운데 신자 3인이 내려와 나라를 열고자 하나 배필이 없구나’ 하셨다”면서 “신에 명해 3공주를 모시고 왔으니 배필로 삼아 대업을 이루소서”라고 했다.

사자는 붉은 허리띠를 하고 자주색 옷을, 3공주는 푸른색 옷을 입고 있었다 전한다. 이들이 송아지와 망아지, 오곡 종자를 가져왔다니 당시 제주섬보다 문화적 수준이 훨씬 높은 문명인들이었다.

이후 삼공주는 온평리 혼인지에서 삼을라와 각각 혼례를 맺었다. 제주섬에서 최초의 다문화가정을 만든 사건이다.

벽랑국은 오래도록 고대 일본으로 여겼지만, 당시 일본 섬에는 세련된 문화를 전할만한 집단은 존재하지 않았다. 오히려 일본 고대문명은 대부분 백제를 비롯한 한반도에서 전해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벽랑국은 일본 열도에 있던 나라가 아닐 것이다. 최근 학계에선 벽랑국이 완도에 소재했던 부족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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