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민예총 긴급 성명서 통해 서귀포시의 편협한 태도 비판

전시회 현장. 뒷쪽 가림막 안에 작품이 있다.(사진은 제주의소리 제공)

서귀포시가 문화도시 현장실사를 앞두고 제주 4·3을 소재로 다뤘다는 이유로 문화도시 기획전 초대 작품을 천으로 가려 검열을 시도했다는 비난을 자초했다. 최근 문화도시 심사위원들이 서귀포시를 방문해 실사를 하는 동안, 시청 공직자들이 제주4‧3을 소재로 제작된 작품들에 대해서 가림막을 설치하는 등, 불편한 태도로 일관했다는 지적이다. 제주민예총이 24일 긴급 성명을 발표하고 서귀포시 관계자들을 성토했다.

<제주의소리>는 24일 ‘부끄러운 서귀포시, 문화도시 기획전 4.3작품 '검열' 논란’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서귀포시가 문화도시 심사를 앞두고 지난 10월 16일부터 11월 17일까지 서귀포시민회관에서 ‘서귀포예비문화도시 기획전시-노지문화’글 진행한다고 보도했다. <제주의소리>는 노지문화’ 전시는 서귀포의 여러 가치를 담은 10여개의 예술 작품으로 구성됐는데 연미 작가(본명 최진아)의 ‘걸어 들어가고 걸어 나오고’(복합 재료, 211x170cm)가 문제가 됐다고 보도했다. 작품은. 제주4‧3이 발발한 1948년부터 1990년대까지 매년 4월 3일 제주에서 발행된 신문 1면을 모아 나열한 것으로 시민회관 대강당 출입문에 설치됐다. 그런데 서귀포시 관계자들이 심사위원들을 의식해 작품에 가림막을 설치했다는 내용이다.

진시된 작품들. ‘걸어 들어가고 걸어 나오고’는 문회회관 내부로 들어가는 문에 전시됐다.(사진은 장태욱 기자)
작품이 전시된 출입문을 통해 사람들이 체육관 안팎으로 들과 난다. 작가는 의도적으로 문을 작품의 공간으로 설정한 듯 하다.(사진은 장태욱 기자)

이와 관련해 제주민예총은 24일 긴급 성명서를 통해 “문화예술 관련 부서 공무원들의 이 같은 태도는 서귀포 문화행정이 얼마나 천박한지를 그대로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제주민예총은 “서귀포시가 제주 4·3을 소재로 다뤘다는 이유로 기획자와 작가의 동의 없이 작품을 가리고, 작품에 대해 불만을 나타낸 것은 4·3의 역사를 거부하고 문화예술의 표현의 자유를 정면으로 거스른 행위이다”라며 “그것도 전직 4·3 유족회장 출신인 서귀포시장이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일이 벌어진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리고 “제주 4·3 예술에 대한 몰이해와 시대착오적 문화행정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난 상황에서 ‘문화도시’ 지정이 된다고 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라고 지적한 후 “양윤경 시장은 관련 공무원들에 대한 엄중한 문책은 물론 재발 방지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기자는 서귀포시청 담당자들의 입장을 듣기 위해 통화를 시도했다. 그런데 책임 공무원들이 마침 해외 혹은 도외로 출장을 나간 상황이어서 공식적인 입장은 듣지 못했다. 출장을 마치고 돌아오면 공식적인 입장을 듣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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