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국가의 투표참여율은 지난 1980년 이후 급격하게 하락하는 추세를 나타낸다. 미국과 스위스는 전통적으로 투표율이 낮았고, 캐나다, 영국, 핀란드 등 많은 국가들도 근래에 이런 현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 한국의 투표율은 요동치는 정치상황에 따라 변화무쌍한 흐름을 보였다. 한국의 대통령 선거 투표율은 1987년 13대 대선 당시 89.2% 등 80% 이상을 유지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에는 그보다 크게 낮아져 2002년 16대 대선 70.8%, 그리고 2007년 17대 63%로 하락했다. 그리고 박근혜·문재인 두 후보가 박빙으로 경합하던 2012년 18대 대선에서 75.8%, 촛불혁명 이후 치러진 2017년 19대 대선에서 77.2%로 깜짝 상승했다.

지난 1996년 열린 제15대 총선에서 전국 투표율은 63.9%를 기록한 후 2000년 제16대 총선에는 57.2%로 감소했다. 그리고 2004년 17대 총선에 60.6%, 2008년 17대 총선에 46.1%, 2012년 18대 총선에 54.2%, 2016년 19대 총선에 58.0%를 기록했다.

제주도의 경우 15대(1996) 총선에서 71.1%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고 16대(2000)에도 67.2%로 역시 전국 최고를 기록했다. 17대(2004)에는 61.1%로 전국 평균에서 조금 높은 수준을 기록했고, 18대(2008)에는 53.5%로 낮아졌지난 다시 전국 최고를 기록했다. 그런데 19대(2012)에는 54.7%로 전국 평균 수순에 머무는데 그쳤고, 20대(2016)에는 57.2%로 전국 평균에도 미치지 못했다.

최근 세 차례 총선으로 시야를 좁히면, 대선과 총선에서 투표율은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경험하며 하락했고,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경험하며 상승하는 흐름을 보였다. 제주도의 경우도 이런 흐름과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그런데 제주도가 과거 전국에서 가장 높은 총선 투표율을 기록했던 점을 감안하면 최근의 투표율에는 아쉬움을 남는다.

선거가 6일 앞으로 다가왔다. 코로나19의 충격이 여전히 강하게 작동하는 상황에서 치러지는 선거라 투표의욕이 솟지 않는다. 게다가 거대 양당이 그간 4·3특별법 개정안을 내팽개치고 선거법 개정과 위성정당 창당으로 이이지는 과정에서 파행을 드러낸 점을 생각하면 정치에 염증도 생긴다.

미국 정치학자인 레이파트(Lijphart)는 미국정치학회 회장 취임 연설에서 “투표율의 하락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이자 “민주주의의 해결되지 않은 딜레마(democracy’s unresolved dilemma)”라고 밝혔다.

낮은 투표율은 민의를 왜곡하고 그 자체가 선거 결과 더 나아가 민주주의체제의 정당성(legitimacy)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리고 정치 교육의 장으로서 선거의 기능과 역할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ㄷ 담은 말이다.

공화제는 국가의 주권이 국민에 있고, 정부와 의회에 그 기능을 위임하는 정치체계다. 그리고 선거는 그 권한을 위임하는 절차적 과정이다. 투표 참여만이 그 위임의 정당성을 보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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