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언론의 개혁방안 토론회

작은언론은 참여민주주의 실현의 핵심 시민저널리즘은 침체상태에 빠진 지방언론의 유용한 대안중 하나로 부각할 것이라는 긍정과 단지 이상에 불과한 실현불가능 대안이라는 부정이 맞서있다.지난 1일과 2일 전라남도 화순에서 열린 언론개혁 시민연대의 토론을 통해 제기된 시민저널리즘의 의미와 사례, 성공 조건등을 정리했다.<편집자주>한국 지방언론의 시민저널리즘 수용이 과연 가능할까. 오늘날 난맥상을 보이고 있는 한국의 지방, 지역언론이 자기존립과 존재의의를 실현하기 위한 대안적 저널리즘으로 대두되고 있는 시민저널리즘. 그러나 언론사의 입장에서 시민저널리즘의 채택은 분명 개혁에 가깝다.그래서 언론매체가 지역주민에게 지금보다 훨씬 큰 폭으로 개방하는 새로운 보도의 패러다임인 시민저널리즘이 침체상태에 빠진 지방언론의 유용한 대안중 하나로 부각될 것이라는 긍정적 반응과 함께 단지 이상에 불과한 실현불가능한 대안이라는 주장이 맞서고 있기도 하다.언론개혁 제주시민연대(대표 조맹수)와 서울, 광주, 부산시민연대가 참가한 가운데 지난 1일과 2일 전라남도 화순에서 열린 ‘지역사회의 발전과 지역언론의 개혁방안 토론회’에서 시민저널리즘의 실천문제가 제기됐다. ‘지역사회 발전과 시민저널리즘 실천’을 주제로 발표한 류한호 광주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시민저널리즘은 사건보다 이슈에 중점을 두고 사건의 전후맥락이나 지역사회의 현안과 시민들의 구체적인 관심사를 적극 지면에 반영하며 기자와 시민의 관심과 의지가 지면에 반영되도록 하는 새로운 저널리즘이라고 정의했다. 즉 시민저널리즘은 시민으로 하여금 자신이 하고싶은 말을 하게 하고 시민의 말이 잘 소통될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주며 시민의 관점에서 사물을 판단하고 보도하는 것이다.특히 시민저널리즘은 지역언론의 존재가 점차 약해지고 그 기능마저 사주 또는 지역사회 지배구조를 지탱하는데 치중하는 현실에서 기존언론에 대한 적극적인 대안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시민저널리즘은 분명 개혁이고 상당한 모험심을 요구하지만 현재 지역언론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감안한다면 지금이 가장 필요한 시기라는 것이다.▶지역언론의 환경과 과제지역언론시장은 공중파 방송과 케이블 텔레비전, 중계유선방송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고 신문시장의 경우 서울에서 발행되는 중앙지, 주로 지역 중심도시에서 발행되는 지방지, 중소도시나 시군단위에 뿌리를 둔 소규모 지역신문등이 있다. 여기에 인터넷 방송이나 인터넷 신문, 또는 단순한 인터넷 홈페이지까지 영향력 있는 언론매체의 기능을 수행하는등 언론환경 전반에 거대한 변화가 몰려오고 있다. 당연히 이들 매체들 사이에 퓨전(fusion)현상이 심화되고 전통매체의 위력이 점차 약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특히 중앙지 가운데 조선과 중앙, 동아일보는 막강한 자본과 경영능력을 동원, 신문시장의 70% 가까운 시장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고 지방에 대한 침투를 강화하고 있어 지방신문의 생존 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지방화의 진전에 따라 중소규모 시군단위의 지역신문이 중앙지와 지방지의 문제점과 한계를 극복할 유력한 대안으로 평가되고 있다. 작은 언론은 지역의 고유한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룰수 있고 주민들의 요구를 지면에 반영하기 쉽기 때문에 지역사회에서 참여민주주의 실현의 핵심장치로 작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미국의 사례시민저널리즘은 언론과 지역공동체, 민주주의와의 연관관계 속에서 언론의 새로운 역할을 모색한다. 시민저널리즘은 기자들이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데 그칠 것이 아니라 지역현안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본다. 초기 시민저널리즘 운동은 현재 뉴욕대학 저널리즘 교수인 로젠(Rosen)이 이론적 기초를 제공하고 당시 휘치타 이글(Wichita Eagle紙)의 편집장이던 메릿(Merritt)이 실천적 기초를 닦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agle紙는 1990년 ‘당신의 투표가 중요합니다’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시민들의 적극적인 정치참여를 호소했고 2년뒤인 1992년에는 시민 2백명과의 인터뷰를 통해 시민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슈를 신문에 실었다. 1992년 위스콘신 스테이트 저널을 중심으로‘우리는 위스콘신 시민들’이라는 프로젝트가 진행됐으며 1994년에는 전국 공영라디오연합과 포인터연구소가 공동으로 시민을 정치에 끌어들이기 위한 ‘유권자의 목소리’라는 프로젝트를 추진했다.샬롯 옵저버(Charlotte Obserwer)는 1992년 1천명의 시민들에게 다가올 선거에서 후보자가 무엇을 토론했으면 좋을지 물었고 곧바로 시민들이 원하는 문제를 지면에 반영했다. 플로리다에서 발행하는 텔라하스 데모크라트(Tallahassee Democrat)는 시민과 선거참여를 높이고 선거기간동안 시민들에게 유용한 정보와 이슈를 심층보도해 신문의 이용을 확대시키기 위해 ‘공공의제’라는 프로젝트를 추진했다.시민저널리즘은 1995년에 미국에서 1백71개 신문사가 이를 실천하고, 1994년에는 영국의 인디펜던스와 텔레비젼 채널 4가 연대해 시민저널리즘을 실천하기도 했다.▶시민저널리즘의 성공조건시민저널리즘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물질적, 조직적, 사회적 토대가 충실히 갖춰져야 한다. 시민저널리즘은 시민사회와 언론사가 공동으로 만들어가는 언론활동방식이다. 시민저널리즘이 올바르게 실천되기 위해서는 평범한 시민이 취재원이 돼야 한다. 시민을 기사작성이나 프로그램 제작의 파트너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시민저널리즘은 시민사회에 대해서도 중요한 변화를 요구한다. 지역사회의 이슈를 끊임없이 발굴해야 하고 토론과정도 치밀하고 지속적으로 조직화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원활하게 작동하고 결집력을 갖춘 시민네트워크가 형성되야 한다. 시민들은 조건에 따라 다양한 층의 단체로 조직돼야 하고, 그 단체들 사이를 효과적으로 연결하고 조정하는 일이 중요해진다. 시민단체들이 유기적 관계를 가지며 사회경제적으로 다양한 계층이 참여하도록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 언론매체를 통해 시민사회가 민주적으로 조직화 되고 지역사회가 관리되는 방향으로 나가는 것이다. 지역언론은 뉴스나 기획보도, 다양한 시청자참여 프로그램을 통해 시민사회의 존재와 그들의 활동을 널리 알리고 다양한 시민사회를 서로 연결시킴으로써 그들이 일상적으로 정치적 토의와 발언을 할 수 있도록 도울수 있다. 지역언론이 시민저널리즘을 통해 지역주민들로 하여금 공공문제에 대한 관심과 참여수준을 강화하도록 지원하는 것은 곧 시민사회의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시민저널리즘에 대한 비판론시민저널리즘은 지역언론의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인가. 류한호 교수는 결코 그렇지 않다며 시민저널리즘에 대해 다양한 비판들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시민저널리즘은 신문의 수익을 올리는 고상한 방식, 또는 하락세인 구독자수를 늘리기 위한 교묘한 상술이라는 비판도 있고 독자들에 대한 지나친 아부로 전통적인 객관적 저널리즘을 손상시키며 저널리즘의 질을 저하시킨다는 비판도 있다. 또한 너무 시민중심적이고 지나친 소비자 중심의 저널리즘(User-driven Journalism)에 빠질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강력한 시민저널리즘의 실현이란 시민에 의한 의제설정을 의미하므로 곧 언론매체의 의제설정 기능을 포기하라는 요구와 같으며 언론의 지도적 기능과 신뢰도 하락을 가져올 수 있다는 비판도 있다.그러나 류교수는 시민저널리즘은 전통적인 저널리즘이 지녔던 한계를 극복하는 방안으로 제시된 것이며 상업적 성공은 그 기능이 올바르게 수행되고 지역주민들에게 인정받아 부수적으로 얻게된 성과라고 파악하고 있다.▶시민저널리즘의 채택시민저널리즘은 언론이 시민과 더불어 공동체 문제를 해결하고 사회적 이슈를 생산하는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보도양식이다. 중앙지의 시장침투로 침체상태에 빠진 지방신문이나 방송이 지역주민에게 적극 다가서는 시민저널리즘은 매우 유용한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다.그러나 한국언론과 시민저널리즘의 수용이 과연 가능한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은 것 또한 사실이다. 미국과 한국은 지리적 규모와 정치적 환경이 크게 차이나고 이에 따른 언론환경도 달라 시민저널리즘의 이식은 많은 위험이 뒤따른다는 것이다. 미국사회는 지역중심의 사회인데 반해 한국은 강력한 중앙집권의 전통을 갖고 있고 언론환경도 미국은 지역언론의 독점현상이 일반화 돼 있는 반면 한국의 지방언론은 많은 매체들이 존재하고 이들끼리 사활을 건 시장경쟁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류교수는 지역언론이 중앙지의 공세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시민저널리즘이 더욱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시민저널리즘은 어떻게 그것을 채택하고 실험해서 지역주민과 언론매체가 긴밀히 만나는 언론환경을 만들어 낼 것인가가 중요하다. 시민저널리즘은 개혁이지만 시민들에게 접근하는 방법과 시각을 바꾸는 의지의 표현이 시민저널리즘인 것이다. 제228호(2000년 9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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