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평화의 섬으로 가는 길

남북 국방장관 회담과 차관급회담 등 남북화해분위기를 타고 제주도가 평화의 섬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물론 이전에도 제주에서 미국, 일본, 중국 등 외국과의 정상회담이 열리면서 이러한 가능성은 열렸었지만, 남북관계의 개선이 제주도에 미치는 영향은 가히 폭발적이고 혁명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이러한 변화에 발맞추어 많은 사람들이 제주도를 평화의 섬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의견들을 개진하고 있으며, 평화의 섬 세미나를 비롯한 각종 행사들도 줄을 잇고 있다. 도당국도 평화의 섬 선포 등을 비롯하여 제주도가 평화의 섬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고 추진하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그렇지만 솔직히 말해 이런 변화는 제주도의 주체적인 노력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외적 환경의 변화로 얻어진 것이다. 즉, 우리들의 꾸준한 노력의 결과라기보다는 제주도가 갖는 지정학적, 자연적 조건과 함께 국제정치적 여건이 이런 변화를 이끌어낸 것이라고 보는 것이 보다 솔직하고 타당한 분석일 것이다.문제는 이렇게 얻어진 좋은 조건을 우리가 어떻게 발전시키고 우리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느냐에 있다. 즉, 중앙정부 단위에서 혹은 북한이나 다른 나라에서 제주도에서 회담을 하고자 원할 때 제주도가 선택되는 것이 아니라, 제주가 주체적으로 국제적 회담의 최적지임을 홍보하고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의미이다. 한 예로, 세계적인 국제회의 장소들이 갖는 특성과 장점들을 주도면밀하게 분석하고 이를 제주도에 도입하고 적용시키는 방안들을 구체적으로 찾아야 한다.이와 함께 이제까지 모든 정상회담, 남북회담들이 중문관광단지에서 개최된 - 다시 말해서 국제정치의 맥락에서 중문단지를 선호하는 - 이유와, 그들이 찾았던 관광지들이 어떤 곳들이며 또한 그들의 평가가 어떠했는지 등을 분석하는 것은 대단히 유의미하다. 특히 제주컨벤션센터를 종합관광센터로 변화시키는 것에 대해서도 같은 맥락에서 면밀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이제 제주도가 평화의 섬으로 발전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하나의 거대한 흐름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렇지만 그러한 변화를 그냥 맞아들이느냐, 아니면 치밀한 준비와 노력을 통해 우리의 것으로 소화하느냐의 길은 오직 우리들에게 달려 있음을 모든 도민이 인식하지 않으면 안된다. 지금이야말로 변화를 능동적이고 주체적으로 받아들이는 지혜와 단합이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시점인 것이다.제233호(2000년 10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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