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경탐방 (45)]하례리 예촌망 주상절리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오아시스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살기좋은 남쪽나라, 서귀포시가 아름다운 이유는 곳곳 발길이 닿는 곳만다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비경들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관광지'라는 명패만 달지 않았지 어디에 견줘도 뒤지지 않을 풍광들이다. 다만 '빨리빨리' 흐름 속에 차창밖으로 지나쳐버렸을 뿐이다.

'느릿느릿' 걸어가도 되는 '느림의 사회'였다면 놓치지 않았을 풍광들. 서귀포신문은 숨가쁘게 돌아가는 현대사회를 살아가면서 놓치고 있는 아름다운 서귀포의 '오아시스', 비경을  연재한다.    - 편집자주 -

▲ 풀 숲을 빠져나가는 순간 숨겨진 제주의 속살이 드러난다.
# 굽이진 과수원 길 끝에 펼쳐진 신세계

서귀포시 중문 대포 주상절리가 웅장하고 화려한 신비함이 매력이라면 남원읍 하례리 예촌망 주상절리는 조용한 소박함으로 그에 대적한다.

타원형의 해안을 따라 나지막히 서 있는 해안절벽, 해안 절벽에 부딪치며 더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왔다 갔다를 반복하는 파란 파도, 가파른 절벽을 이웃한 초록의 해송.

▲ 효돈과 하례리를 구분하는 효례천에 있는 다리, 효례교를 바로 지나 오른쪽 하천을 따라 난 농로로 걸어들어가면 입이 벌어지는 광경이 펼쳐진다. 그곳이 바로 예촌망이다.
굽이진 농로를 따라 간 막다른 곳에서 만난 신세계는 남원읍 하례리 예촌망.

감귤과수원이 끝나면 비닐하우스가 이어지고, 다시 감귤과수원이 펼쳐지기를 몇 번. 비경의 기대를 포기하기 직전 만난 해안절경이니 신세계가 따로 없다.

과거에는 서귀포시와 남제주군을, 지금은 효돈과 하례를 구분짓는 효례천 다리를 지나자마자 오른쪽 냇가를 따라 나있는 농로를 따라 들어가면 나타나는 땅 끝, 바다가 시작되기 바로 직전의 육지가 바로 예촌망이다.

▲ 중문 대포의 주상절리가 화려하다면 이곳 예촌망의 주상절리는 소박한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쉽게 오름이라고 생각하면 쉽습니다. 하례리 일대를 지금은 예촌(禮村)이라고 부르지만 옛날에는 호촌(狐村) 또는 호아현(弧兒縣)이라고 했기 때문에 호촌봉(狐村峰)이라고도 해요."

방류해 둔 전복 등 해산물을 몰래 채취해 가지 못하도록 마을어장 감시를 나왔던 현모씨(64)가 일러준다.

그의 말마따나 예촌망 산정부는 넓고 평평한 구릉지대며 동서 두 봉우리로 이루어진 원추형의 돔화산체다.

▲ 맨발로 바위 위를 걸어도 하나도 아프지 않을 만큼 돌이 둥글다. 오히려 발의 느낌이 더욱 좋다.
전문가들은 용암원정구인 해안절벽은 서귀포시 앞바다의 범섬, 문섬, 숲섬과 제지기 오름으로 이어지는 조면암질의 용암돔과 같은 시대의 분출산물로 추정하고 있다.

그는 "예촌망에 봉수대가 있어서 과거 마을명칭, 호촌에 봉수를 의미하는 봉(烽)자를 더해 호촌봉(狐村烽)이라고 했었다"고 말했다.

당시 호촌봉은 북동쪽으로 자배봉수, 서쪽으로 삼양봉수와 교신하는, 일명 망을 보는 망오름이었단다.

현인철 하례1리 이장은 "마을에서는 동쪽 봉우리를 큰망, 서쪽 봉우리를 족은망이라 부르고 있다"면서 "이 오름에 있었던 봉수대는 1960년대 이후 감귤원이 조성되면서 사라졌다"고 말했다.

# 자배봉수삼양봉수와 교신하던 망오름

족은망과 큰망 사이 깎아지른 듯한, 낭떠러지, 해안단애(海岸斷崖)는 낚시객 사이에서 알아주는 장소다.

낚시객이 아니라고 소외될 필요는 없다. 배낭 하나 메고 디지털카메라 하나 벗 삼은 유유자적  여행객이라면 예촌망은 대환영이다.

▲ 쇠소깍 산책로 정비사업이 이뤄지면서 예촌망 가는 길도 쉬워질 전망이다.
발끝으로 몽글몽글 자갈을 느끼고 가다 걸리면 둥그런 바위를 걸터앉아 물 한 모금 마시며 쉬어갈 지어니. 쉬어 갈 때는 천천히 고개를 180도 돌려 자연이 그려낸 수채화 한 편 감상하면 그보다 더 가슴 뿌듯한 일도 없다.

더욱 반가운 일은 쇠소깍 주변 산책로를 정비하면서 인근인, 예촌망에 이르는 산책로도 함께 정비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얼마 있지 않아 예촌망에 이르는 길도 더 수월해 질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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