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 비경탐방-50] 송산동 자구리물
때묻지 않은 세계…소남머리·섶섬 등 절경 이뤄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오아시스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살기좋은 남쪽나라, 서귀포시가 아름다운 이유는 곳곳 발길 닿는 곳마다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비경들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관광지라는 명패만 달지 않았지 어디에 견줘도 뒤지지 않을 풍광들이다. 다만 빨리빨리 흐름 속에 차창밖으로 지나쳐버렸을 뿐이다.  느릿느릿 걸어가도 되는 느림의 사회였다면 놓치지 않았을 풍광들, 서귀포신문은 숨가쁘게 돌아가는 현대사회를 살아가면서 놓치고 있는 아름다운 서귀포의 오아시스, 비경을 연재한다.  <편집자주>

▲ 섶섬 앞에 어린이들의 놀이터, 자구리물.
호들갑 떤다. 온갖 숙제와 부모님 잔소리로 시름 앓을 아이들이 연신 싱글벙글이다. 여긴 고기가 물 만난 듯, 맨몸둥아리들이 한창 ‘자구리물’을 대적하는 중이다. 때묻지 않은 온전한 아이들의 세계다. ‘자구리물’은 늘 아이들과 함께 했다. 물 속에서 뛰놀던 저 아이도, 곁에서 흐뭇해 하던 그 어른도 모두 동심(童心)을 동심(同心)한다.

“소박하게 보이면서도 경관이 빼어나 절로 이끌게 하죠, 애들 물장구 치는 거 보면 옛날 생각도 참 많이 나구요.” 딸과 아들을 나란히 벗 삼으며 피서 온 홍모씨(42·송산동)는 ‘꺄르륵’ ‘첨벙’ 거리는 아이들 소리에 저절로 시원하단다.

자구리물은 서귀포초등학교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는 바닷가에 위치해 있다. 소남머리 바로 서쪽에 물꼬를 튼 용천수다. 바다와 만나기 직전에 자리잡고 있어서 짠물로 느낀 ‘찝찝함’을 담수로 시원하게 해소시키는 역할을 내맡고 있다.

▲ 콸콸 흘러나오는 물.
▲ 자구리물은 바로 옆 바닷물의 찝찝함을 담물로 씻어주는 역할도 맡고 있다.
바닥까지 선명할 만큼 맑은 물과 졸졸 거리는 소리는 상대가 누구건 어찌할 수 없게 만든다. 이 참에 바지를 걷어 올리는 수 밖에. 물 속에 발을 살짝 담그면 청량한 기분은 어느새 온몸을 감돈다. 거추장스럽던 그간의 생각들도 함께 덜어낸다.

자구리물에서 시선을 왼쪽 방향으로 틀면 소남머리와 정방폭포 일부가 눈에 들어온다. 사진에 담고 싶은 첫 번째 ‘포인트’다. 유년시절 친구들과 소남머리까지 헤엄 치며 오가던 기억도 살포시 포갠다. 지평선 위로 우뚝 솟은 ‘섶섬’은 단연 절정을 이룬다.

▲ 물장구 치느라 신난 아이들.
예로부터 자구리물은 인근 주민들이 생활용수를 얻거나 빨래하는 데에 이용됐다. ‘자구리’란 말은 이 일대가 돼지와 소 등 가축의 도축장으로 사용되면서 ‘소를 잡으러 가자’는 뜻이 와전돼 불려졌다는 설이 있지만 그 어원의 유래는 분명치 않다.

이곳 일대의 자구리 해안은 화가 이중섭에게도 중요한 단서를 제공했다. 강치균 문화해설사는 “자구리 해안은 이중섭과 각별한 인연이 있는 곳”이라며 “집과 가장 가까웠던 바다를 보며 고향과 어머니 생각도 했을 것이고, 가족들과 함께 고동이나 게도 잡으면서 이를 작품세계에 반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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