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경 63]무오법정사 - 겨울 산사에서 참 나를 찾는다.

▲무오법정사 대웅전 앞을 흐르고 있느 계곡. 법정이 오름에서부터 내려오는 이 계곡은 여름철에만 물이 흐르는 건천이다.
전국의 명산들은 사찰을 품고 있다. '제주의 영산'인 한라산도 마찬가지. 존자암과 관음사 등 이름이 알려진 사찰부터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은 사찰까지 수많은 사찰들이 한라산에서 부처님을 섬기고 있다.

삭막한 현실에서는 숨조차 제대로 쉴 사이 없이 뛰어다니다가도, 한라산에 자리잡은 사찰에만 오면 왠지 모르게 마음의 평온을 얻을 수 있다.

한라산 등성이를 타고 내려오는 '법정이 오름'에는 '무오법정사'라는 조그만 절이 자리 잡고 있다.

해발 760m의 법정이 오름에 터를 잡은 '무오법정사' 입구에 놓여 있는 큰 돌 2개는 긴 세월동안 변함없이 중생들을 반긴다.

▲무오법정사 전경. 화려하지도 크지도 않지만 항일운동의 발상지다. 지금은 노스님 한분과 보살 한분이 서로 의지하면서 절을 지키고 있다.
법정사가 세워진 것은 1900년 이후이다. 이 법정사는 일제가 조선의 국권을 침탈하여 수탈과 착취를 저지른 만행에 맞섰던 선각자들의 항일운동 중심지.

3·1운동 이전 일제에 항거한 전국 최대 규모의 단일 투쟁일 뿐만 아니라 제주도 최초·최대 거사라는 점에서 항일 운동사의 시발점으로서의 역사적 의미를 갖는다.

지금은 노(老) 스님 한분과 스님을 도와주는 보살 단 두 분만이 서로 의지하면서 사찰을 지키고 있다.

무오법정사는 어느 사찰처럼 화려하지도, 규모가 크지도 않다. 오히려 이곳이 정말 사찰인가 싶을 정도로 평범하고 소박하다.

▲대웅전 옆에 있는 종.
그러나 입구에 놓여있는 이끼 낀 주춧돌과 대웅전으로 향하는 길에 세워진 돌하르방 조각과 비룡 지난 세월을 말해 주는 듯 아무런 말도 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너무나 고용해 발자국을 옮길 때마다 발소리가 선명하게 들린다. 대웅전 앞으로 이어진 계단을 따라 내려가니 법정악을 타고 내려오는 계곡의 운치에 한껏 취해본다.

▲이끼 낀 돌하르방상과 처마 밑의 풍경, 여의주를 물고 승천하는 용 등은 법정사의 운치를 더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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