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환 도지사가 설 명절이 끝나자마자 6·2 지방선거에 불출마 의사를 밝혀 도내 정가가 크게 요동을 치고 있다. 

 내막이야 어쨌든, 도지사가 현역 프리미엄을 내던지고 아름다운 퇴진을 선택한 용단에 대해서는 찬사와 존경의 염을 보낸다. 정상에 오래 머무른 인사들이 권력의 끈을 놓치지 않으려다 추한 말년을 경험한 사례를 무수히 목격한 터였다. 이번 불출마 선언이 사뭇 신선한 감동으로 다가오는 이유다. 

 돌이켜보면 김태환 지사는 지난 6년의 집권기간 동안  서귀포 시민들과 각별한 애증관계를 유지해 왔다. 도정의 최대현안인 해군기지나 영리병원 등이 서귀포와 연관된 사안으로, 지난해 사상 초유의 주민소환이라는 심판에 맞닥뜨린 계기가 됐다.

 무엇보다 특별자치도 출범을 계기로 서귀포시와 남제주군이 행정시란 울타리에 통합되면서 서귀포시의 행정구조가 한꺼번에 격변을 맞게 됐다. 행정효율 명목으로 시민들이 누려온 기초자치권이 훼손되면서 기초자치권 부활문제가 차기 지방선거의 이슈로 떠오를 태세다.

 지역 균형발전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몸소 행동으로 실천한데 대해서는 박수를 받을만하다. 제주혁신도시와 영어교육도시, 예래 휴양형주거단지, 신화역사공원, 성산포 해양과학관, 서귀포종합문회관 등 굵직한 사업들이 한꺼번에 산남지역에 유치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격변의 시기에 중책을 맡은 김 지사는 어려운 결단의 시기마다 '도정의 최고 책임자로서 역사에 심판을 받는 자세로 임하겠다'는 말을 수차례 피력했다. 김 지사가 이번 불출마 선언을 계기로 역사적으로 존경받는 도지사로 남으려면 '결자해지'에 충실하려는 자세가 요구된다.  

 김 지사가 뿌려놓은 해군기지나 영리병원 문제는 여전히 도민들에 첨예한 갈등을 야기하며 표류하고 있다. 특별자치도 출범으로 행정효율은 높을지 모르나, 서귀포 시민들은 풀뿌리민주주주의 손상으로 정치적 소외감만 깊어지고 있다. 시민들에 대형 국책· 민자유치 사업이란 선물을 안겨줬지만, 인구 감소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행정의 달인' 명성에 걸맞게 정치판에 휩쓸리지 않고 임무수행을 마치기 위해 차기 선거 불출마를 선언한 김 지사의 용단에 거듭 찬사를 보낸다. 김 지사가 남은 임기 동안 그간의 현안들을 냉철하고 깔끔하게 매듭지어 역사적으로 좋은 심판을 받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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