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즐거운 마음으로 한 권의

천고마비의 시원한 독서의 계절이 찾아 왔지만 요즈음 길거리에서나 차안에서 한 권의 책을 읽거나 손에 들고 다니는 사람은 전혀 보이지 않을 정도이다.언제나 가을이 되면 정부의 해당부서는 물론 지방자치단체와 전국의 공공도서관 그리고 학교와 여러 독서단체 및 기업체들은 독서에 관한 문화행사를 다양하게 추진한다.학창시절에 독서를 즐겼던 사람도 사회인이 되면 예전같이 책을 읽지 못하는 수가 많다. 책 밖의 세계야말로 불가피하게 당면한 삶의 현장이기 때문에 그렇다. 그런 때문에 많은 책을 쌓아둘 수는 없다.그러므로 몇 권의 헌 책도 좋고 몇 번 읽었던 책도 좋다. 새 책보다는 한번 읽고 내던진 책을 다시 한 번 읽었을 때 그 책의 감동은 지난날의 감동과 전혀 다른 큰 것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독서를 할때는 재미를 붙여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을 골라야 한다. 책에 대한 진절머리가 나지 않게 즐거운 마음으로 책을 읽고 독서의 맛과 책을 아끼는 마음, 그리고 책을 읽고 감상할 줄 아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저 심드렁하게 책을 펼쳐 보는 것도 좋다.아무런 목적없이 텔레비전을 보다가 실증이 나면 밖에 나가 놀다가 짜증이 날때 집에 돌아와서 손발을 씻고 “어디 책이나 한번 읽어볼까”하고 기분좋은 마음으로 책을 펼쳐 읽어보자.그때 그 책의 어느 대목을 읽다가 뜻하지 않게 놀라운 감동을 읽을 수 있다. “배우기를 늘 미치지 못한 것 같이 하라”는 옛 말은 모든 사람들에게 좌우명이 될만한 구절이다.요즈음 청소년들은 부모들이 무엇이든 최고라야 한다는 망상 때문에 밤잠 한번 제대로 자지 못하고 있다. “공부해라 공부해서 꼭 일등을 해야한다”고 강요하기 때문에 너무나 실증을 내게된다. 싫어하는 과목을 억지로 하라고 하면 실증이 날 수 밖에 없다.그러므로 독서는 매력을 느끼고 재미를 붙일 수 있는 책을 골라 즐거운 마음으로 읽어야 한다.선생님이 학생들과 같이 책을 읽으면서 하시는 말씀이 “배운 사람은 벼와 같고 배우지 않은 사람은 쑥과 같다”고 하시면서 그 숱한 옛날의 비유를 현대인에게 아주 잘 들어맞게 고쳐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라고 하셨다.세계적으로 유명한 책들을 많이 읽고 자기 자신의 도량을 넓히는 것도 중요하다.교육을 통한 전인적인 인격형성에는 훌륭한 사람에게서 교육을 받는 영향이 크지만 한편으로는 훌륭한 책을 폭넓게 읽는 것이 이상적인 방법일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삶의 현장에서 잠시도 쉴새없이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에게 한가롭게 책을 읽으라고 하면 그들이 대답할 수 있는 말은 “가만히 있어라 나도 돈 좀 벌어놓고 보겠다”라고 말할 것이다.“지극한 즐거움은 책을 읽는 것 만한 것이 없고 지극히 필요한 것은 자식을 가르치는 것 만한 것이 없다”는 명심보감에 있는 말을 하면 그 바쁜 사람들은 “편안한 소리 하고 있네”하고 생각할 것이다.출퇴근 길, 학교 통학 길, 일하다 잠깐 쉬는 시간을 그대로 보내지 말고 남녀노소 모두가 즐거운 마음으로 책을 읽음으로써 인격형성의 도량을 넓히고 밝고 희망찬 꿈의 실현을 이루게 될 것이다.양계운/남제주군 재향군인회 이사제237호(2000년 11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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