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위 “위정자들의 본질 변한 게 없다”…연대·투쟁 강조

국제자유도시보다 제주다움을 강조하면서, 제주개발특별법에 반대해 몸을 불사른 양용찬 열사 19주기 추모 행사가 1일 저녁 열렸다.

양용찬열사19주기추모위원회(위원장 고광성)는 이날 열사의 분신 장소였던 서귀포아케이드 상가 옆 놀이터 인근에 모여 양용찬 열사의 넋을 위로하고 제주 도민의 삶과 괴리된 개발 중단을 요구했다.

추모위는 “제주도정이 바꿨고 제주사회가 새로움으로 가득해야 하지만 여전히 군사기지 문제, 영리병원 문제 등 위정자들의 본질은 변한 게 없다”며 “오히려 거리마다 국제자유도시를 홍보하는 문구들이 어지럽다”고 운을 뗐다.

추모위는 이어 “자유도시 정책이 제주도민의 삶 속에 근착해서 펼치는 정책인지, 제주다움을 제대로 살리는 정책인지 근본적으로 의문”이라며 “성찰을 통해 제주사회의 미래를 다시 생각해본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세계적 관광지 제2의 하와이보다는 우리의 삶의 터전으로서 생활의 보금자리로서 제주도를 바랬던 열사의 뜻을 잊지 말자”며 “위정자들의 허위보다는 주민들의 참뜻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다면 승리는 없다”고 연대와 투쟁을 결의했다.

올해 추모 행사는 ‘이제 더 이상 슬퍼하지 말자’는 열사의 유작시를 주제로 마련됐다. 고(故) 양용찬이 남긴 이 시는 “우리들의 분노는 대나무 숲에 묻고 우리들의 사랑은 창 끝에 싣자”며 참가 시민들에게 그날의 분노와 슬픔을 되살렸다.

양 열사는 1991년 당시 노태우 정권과 재벌들이 제주를 사람이 사는 땅이 아닌 향락 중심적 소비와 무분별한 개발을 위한 투자의 땅으로만 인식한다면서 제주개발특별법 제정을 반대했다. 그는 제주의 미래를 도민이 개척해야 하며 하와이 주민들처럼 개발에 소외된 채 원주민으로 전락하는 것에 반대했다.

현애자 전 국회의원은 “양용찬 열사가 우리에게 남긴 희망의 메시지가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다”며 “제주의 미래는 외자를 통한 제주발전이 아닌, 주민들의 재생가능한 힘으로 개척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현실이 참담할 뿐”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민중의 희망을 만드는 일에 더욱 단결하고 연대하자”고 강조했다.

추모 행사는 오는 7일까지 계속해서 진행된다. 4일에는 오후 2시 제주도의회에서 제주국제자유도시 10년을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제주미래를 모색하는 토론회를 연다. 이어 7일 오전 10시에 남원읍 신례리 열사묘역을 찾아 추모행사를 진행하며 오후 6시부터는 제주시청 일대에서 19주기 추모행사가 마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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