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 도정 ‘해군기지 지원계획’ 설명회, 4시간 넘게 진행
주민들, “설촌 다 헤집고…이주 계획부터 세워라” 주장

제주특별자치도가 29일 ‘제주해군기지 지역발전계획’을 주제로 설명회를 열고 주민 의견 수렴에 들어갔다. 하지만 주민들은 해군기지 건설에 따른 지원 혜택을 따지기에 앞서 정국이 불안한 데다, 극심한 갈등 탓에 이주를 하겠다는 주민들이 많아 지원 역시 헛수고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우선 최근 ‘연평도 포격’ 사태에 비유한 염려를 쏟아냈다. 마을 한 주민은 “연평도 사건을 보면서 제2의 연평도가 강정마을이 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는 걸 알게 됐다”며 “생명과도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주민들은 인센티브를 아무리 준다고 하더라도 두려움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주민들은 “해군기지를 유치할 때에는 ‘대양 해군’이라고 해서 떠들더니, 천안함 사건이 터진 후부터 대양 해군이란 말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며 정세와 안보 상황 변화에 따른 국방부와 해군의 입장 변화를 물었다.

우 지사는 “해군 쪽에 물었더니, 대양 해군을 포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적이 없다고 한다”며 “남방 해역 수송로 확보나 국방·안보상의 이유면에서 제주해군기지를 추진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답변했다. 이어 “해군기지가 필요 없는 데 국방부가 추진하겠느냐”면서 반문했다.

설촌 역사 400년이 넘는 강정마을은 해군기지 건설 문제로 불과 3년7개월 사이 극심한 공동체 갈등에 놓인 상태다. 이날 주민들은 어김없이 우 도정에 지원 계획 수립 이전에 갈등 문제를 제대로 살필 것을 요구했다.

한 주민은 “건설 여부를 떠나 주민들은 해군기지 문제로 갈등을 해소할 수 없는 상태에 놓여 있다”며 “화순 5년, 위미 3년을 거치면서 진행된 해군기지가 강정마을에선 불과 20일 만에 결정된 문제가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라고 문제 해결을 주문했다.

주민들은 이어 “강정 주민들은 해군기지를 못 막아냈을 때 다른 지역에 살겠다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군사기지가 들어서면 10년, 20년 안에 주민 1500명이 1000명, 500명이 될지 모르는데, 이주 대책을 먼저 세워 달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들은 “여기에 수천억 지원을 하면 국고가 손실될 뿐 반기는 사람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강정마을 주민들이 고심 끝에 내놓은 제안서(조건부 수용안)를 우 도정이 성실하게 이행하지 않았다는 불만도 나왔다.

한 주민은 “해군기지 갈등 해소 추진단이 결성됐지만, 제안서가 제출된 뒤 부지사는 강정마을에 겨우 1번 왔다간 정도였다”며 “입지 선정 과정에 후보지도 당초 마을이 요구한 범위보다 협소한 화순, 위미, 강정 등 세 군데에 불과했다”고 비판했다.

우 지사는 “뭔가 안했다고 하면 섭섭하다”면서 “앞으로 계속할 것이고 의견을 부단히 주면 그걸 가지고 뛰겠다”고 말했다. 우 지사는 또 “그 때 다른 데 알아봐 달라고 요구했을 때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화순과 강정을 따지면 화순이 1%라도 더 좋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일부 주민들은 해군기지 지원 근거를 담은 제주특별법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기 때문에 정부가 지원을 해줄 지 확실하지 않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한 주민은 “말로는 지원 근거가 있지만 나중엔 정권이 바뀌면 나몰라라 할 것”이라며 “지원 규정을 명확히 하고 갈등이 해결될 때까지 시간을 충분히 두고 추진하면 안 되느냐”고 따져 물었다.

우 지사는 “지원 규정이 제주특별법 안에 포함됐는데, (중앙 정부 또는 국회에서) 만일 그 법을 수용할 지 판단할 때 해군기지가 어디에 건설되고 언제 추진될지 모른다면 통과시키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해군도 예산을 다 책정한 걸로 알고 있고, 차곡차곡 넘어가야 할 부분이라 여긴다”고 답변했다.

이번 설명회 때 이뤄진 강정 주민들과 우 지사의 대화는 이날 오후 7시부터 11시15분까지 무려 4시간 15분까지 진행됐다.

우 지사는 이날 마무리 발언에서 “설촌이 해군기지 때문에 갈등하는 것을 마음 아파하고 책임을 다하려 하고 있다”며 “마을회에서 꾸준하게 의견을 주시면 중앙 정부에 적극적으로 뜻을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경우든 국가와 지방간에 관계가 원만히 잘 이뤄지고 동시에 우리가 실리를 추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제주도의 이날 설명회는 지난 15일 우 지사가 해군기지 건설 입지를 강정으로 한다는 공식 발표 이후 정부와의 지원 협의를 앞둔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도는 이날 우 지사의 입장 설명을 위한 공문을 강정마을회로 보냈다.

지역발전계획 설명회는 강정 주민들이 “해군기지 갈등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 일방적인 설명회는 있을 수 없다”고 반발하면서 파행 등 우여곡절 끝에 열렸다. 이 설명회는 지난 2009년 5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연기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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