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음이 되는 월드컵으로 승화시켜

[두개의 개최국, 하나의 월드컵 심포지엄]조선일보사와 일본 마이니치 신문사가 주최하는 제8회 한·일국제 심포지엄이 지난달 30일 롯데호텔 크리스탈볼룸에서 열렸다. ‘두개의 개최국, 하나의 월드컵’이란 주제로 진행된 이날 심포지엄은 제1주제 ‘완벽한 준비, 최고의 월드컵’에 이어 두 번째 주제로‘16강을 넘어서 필승의 월드컵’에 대한 각 패널들의 진지한 토론이 진행됐다. 패널들의 토론내용을 간추렸다.2002년 월드컵은 21세기 최초, 아시아 대륙에서의 최초, 대회사상 최초의 공동개최라는 점에서 그 의의가 매우 크다. 이를 계기로 한·일 양국은 21세기를 향한 새로운 파트너쉽을 구축해 나가야 한다.월드컵 준비의 가장 큰 요소는 경기장 건설이다. 한국의 10개 개최도시는 FIFA의 기준과 요구에 부응하는 새 경기장을 건설중이며 11월 20일 현재 72%의 공정을 보이고 있다. 3곳은 종합경기장이며 7곳은 전용경기장으로 건설되고 있다. 안전하고 신속한 교통·수송시스템은 월드컵대회의 원활한 진행을 위한 필수조건이다. 선수단을 위한 전세항공기와 FIFA임원, 미디어를 위한 공항~숙소 연결 셔틀버스도 운행할 계획이다. 월드컵 관람객들의 편의를 위해 개최도시간 , 개최도시내의 신속하고 안전한 교통연계 수송체계를 마련중이다. 아울러 한·일간 부족한 항공편을 해소하기 위해 국내선 개념의 서울~도쿄항공 셔틀제를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나가누마 겐(월드컵 일본조직위원회 부회장)일본과 한국이 지금까지의 역사적·정치적 관계를 뛰어넘어 밀접하게 협력하는 파트너로서 어느 정도 이 대회를 성공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본조직위원회는 이 대회의 성공을 위해 FIFA, 한국조직위원회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특히 전세계에서 오는 각국의 선수, 축구가족, 그리고 미디어에 최고의 무대를 제공하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월드컵은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축구가족들, 축구팬과의 교류를 통해 각 개최지의 자원봉사자, 일반시민들까지를 포함한 국제교류를 통해 세계의 상호이해와 우호 그리고 평화에 공헌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라고 본다. 월드컵의 한가지 특징은 축구를 통해 새로운 스포츠문화와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또한 일·한 문화교류를 확대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에 의의가 크다. 대회의 성공을 위해서는 과거의 개최국 이상으로 협력하고 노력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 축구계의 상호관계, 일본 국내 상식의 한계를 초월한 부드러운 감성과 유연한 상상력, 연대감의 확인등이 필요하다. ▲박양우(문화관광부 관광국장)2002년 월드컵축구대회는 단순한 체육행사로 머물러서는 안될 것이며 인종·종교·사상을 초월하여 전 세계가 한마음이 되는 평화월드컵, 문화월드컵, 관광월드컵으로 승화시켜야 한다. 더욱이 2002년 월드컵대회는 한·일 양국이 공동으로 개최해 양국간 관광 협력을 확대시켜 나갈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월드컵의 성공을 위해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것이 월드컵대회기간중 필요한 관광숙박시설의 공급능력을 갖추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한국정부는 기존의 관광호텔을 최대한 활용하는 한편, 여관·민박등 일반숙박시설을 지정숙박시설로 지정해 운영해 나갈 방침이며 지정 숙박시설에 대해 관광진흥개발기금, 공동예약망 구축, 통역시스템 구축등을 적극 지원해 나가고자 한다. 월드컵 개최기간중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의 훌륭한 역사문화와 자연자원을 보고 체험할 수 있도록 다양한 관광코스를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한·일 연계 관광상품 개발은 양국간 관광협력 증진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 공동유치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강성(르포라이터, THINK2002대표)한·일 월드컵까지 1년반이 남았지만 불안감도 있다. 먼저 이번 개최는 국제축구연맹의 회장선거를 둘러싼 정치적인 사정 때문에 이뤄진 것으로 한·일이 하나가 되어 유치한 것이 아니다. 게다가 일본과 한국은 과거에 종주국과 식민지의 관계에 있었고 지금까지 충분한 커뮤니케이션이 있었다고는 말할 수 없다. 해협을 사이에 두고 개최한다는 지리적 조건과 언어, 물가, 사회자본의 차이, 더욱이 아시아에서의 첫 개최등의 사실도 불안감을 더한다. 개최가 정해진 당시 공동개최에 대해 양국의 축구관계자들로부터 걱정하는 목소리가 있었던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이러한 곤란을 극복하고 대회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독자적인 철학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2002년 대회는 한·일 양국의 사회시스템을 개혁할 기회를 제공한다. 대회기간중 한국과 일본의 20개 지자체는 전세계로부터 많은 스포트라이트와 관광객을 받게 될 것이다. 단일민족이라는 사회특성이 농후한 한국과 일본에 있어서 활력있는 지역사회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다양성의 확보가 급선무다. 한국과 일본이 대회기간중 비자없이 왕래할 수 있게 한다거나 셔틀편의 운행, 공동경비등 민·관이 함께 공동 프로젝트를 끝까지 수행한다는 것은 의의가 크다. ▲강상주(서귀포시장)월드컵의 개최로 국가와 지역의 위상은 크게 달라지며 대회의 준비과정에서 얻게 되는 지역경제의 활성화와 도시기반시설의 확충, 서비스의 혁신, 선진문화의식 함양등 획기적인 지역발전의 계기가 됨은 물론 지역의 세계화에 기여하는 바도 크다. 특히 서귀포시로서는 한국과 일본의 중간에 위치한 지리적 여건과 편리한 교통수단 그리고 천혜의 자연환경과 빼어난 관광자원이 산재해 있는 데다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한·소, 한·미, 한·일 정상회담을 비롯해 최근 북한측 수뇌부들의 방문이 잇따르는등 평화를 상징하는 도시로서 널리 세계에 알려진 점을 감안할 때 월드컵대회의 완벽한 준비와 성공적인 개최의 필요성은 그 어느 도시보다 중요하다 할 것이다. 이에 서귀포시에서는 1백만명 내외 제주인의 기념비적 상징물로 제주월드컵경기장을 차질없이 건설하고 있음은 물론 시 자체적으로 경기장 건설을 비롯해 도로, 교통, 문화, 관광, 환경, 시민의식등 8개분야 74개사업을 추진하며 만전을 기하고 있다. 또한 경기장 건설비로 10만원 이상 기탁자에 대해서는 경기장에 이름을 새기는 NT운동과 숙박·음식점을 대상으로 서비스수준향상 실천협약 체결사업, 단체별로 1단체 1자랑 사업등을 특수시책으로 정해 전 시민이 참여하는 월드컵으로 준비해 나가고 있다. ▲와타나베 마사히로(삿포로시 교육위원회 월드컵 추진실장)월드컵을 개최하는 10곳의 일본 자치단체를 대표해 인사를 드린다. 월드컵은 4년에 한번씩 세계 각지의 사람들이 축구를 통해 하나가되는 세계 최대의 스포츠이벤트다. 이 대회를 일·한이 공동으로, 또 삿포로시가 개최하게 된 것을 기쁘고 뿌듯하게 생각한다. 삿포로시의 경기장이 되는 삿포로돔은 2001년 6월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이미 약 90%이상의 공정을 보이고 있다. 일·한 양국 20개 경기장 중에서 유일하게 완전 돔 형태의 경기장이며, 천연잔디 축구필드가 공기압을 이용해 운동장 안과 밖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등 세계 최초의 기술을 경기장 시설에 도입했다. 다양한 PR활동으로 1백81만명의 시민들 사이에서는 월드컵 개최에 대한 기운이 점점 고조되고 있다. 월드컵 개최도시에서는 세계 최대의 이벤트를 개최하는 이점을 살려서 청소년 육성과 지역활성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대회의 자원봉사자로 참가한다든지, 세계 각지에서 오는 관광객과의 만남을 통해 주민들이 얻는 유무형의 소득은 계산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또한 대회가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의 마음에 오랫동안 남도록 해야 한다. 한국축구는 2002년 월드컵을 계기로 전혀 다른 차원의 도약계기를 맞는다. 전국 10개 도시에 경기장이 생기고 축구에 대한 관심도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한국 축구는 최근 몇 년동안 국제대회에서 부진한 성적을 올렸고 그럴때마다 근본대책으로 유소년 축구 육성이 지적됐다. 현재 축구협회는 지난 수년간의 준비작업을 토대로 내년부터 중학교 저학년 지역별 리그제를 시작으로 연령별 유소년 리그제를 본격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현재 학원축구 시스템상 중학교 3학년이나 고등학교 3학년 선수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경기에 출전할 수 없기 때문에 저학년 리그제를 운영하기로 한 것이다. 국가대표팀 전력 강화를 위해 올해중으로 경기도 파주에 대표팀 트레이닝센터를 착공한다. 내년 11월 완공을 목표로 짓게 될 이 트레이닝 센터에는 16세이하, 19세이하, 올림픽대표, 국가대표등 연령별로 전용훈련장과 숙박시설이 들어서고 지도자 강습회와 심판교육을 위한 시설들이 마련될 것이다. 이렇게되면 지역별로 육성하는 유소년팀과 대표팀에 이르는 선수육성시스템의 기초가 마련되고 지도자와 심판의 자질 향상을 위한 인프라가 갖춰지게 된다. 또 축구의 근간이 되고 있는 프로축구 활성화를 위해 현행 드래프트제도를 폐지하고 자유계약제가 도입되도록 노력하겠다. ▲모리 겐지(일본 축구협회 전무이사)가장 중요한 것은 대회 그 자체의 성공이다. 공동개최라고 하는 것 자체가 처음이기도 하거니와 아시아에서의 첫 대회이기도 하다. 글로벌한 스포츠 이벤트의 경우 관객, 팬, 후원자의 열정, 여기에 이를 세계에 전달하는 미디어가 필수불가결하다. 그러나 주역으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들이 보여주는 최고의 플레이다.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로 선수와 임원, 후원자, 관객, 보도진이 일본과 한국사이를 왕래할 것을 생각하면 어떻게 그 흐름을 부드럽게 할 수 있을까가 큰 과제이다. 체계화된 정보관리와 숙박, 수송등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것이 최고의 이벤트를 만들기 위한 최대의 과제이다. 선수들이 최고의 경기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우리들도 지금까지의 축구경험을 최대한 살려갈 필요가 있다. 특히 공동개최국인 일·한 양팀이 훌륭한 경기를 하는 것이 세계에서 모인 팬들의 기대에 보답하는 길이라 생각한다. ▲이용수(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2002년 월드컵이 1년6개월밖에 남지않았다. 시드니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서 나타난 전력으로 볼 때 한국은 월드컵 주최국으론 사상 처음 16강에 오르지 못하는 수모를 당할지 모른다는 걱정이 팽배해 있다. 그러나 지금부터라도 치밀하게 준비하고 개최국의 잇점을 살린다면 16강은 전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월드컵 사상 첫 16강 진입을 위해서는 5가지 요소가 완벽하게 결합돼야 한다. 첫째, 우수한 지도자다. 축구협회는 세계 최고의 감독 영입을 추진하고 있다. 다음은 선수 개인능력의 향상이다. 특히 창의적인 플레이가 절실히 요구된다. 한국선수들은 97년 말레이시아 세계청소년대회에서 '생각없는 로봇'이라는 혹평을 받기도 했다. 한국이 83년 멕시코 청소년대회에서 4강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선수 개개인의 능력을 극대화 시킨 전술 덕분이었다. 강팀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세트플레이와 공격 전술부분을 활용하는 것이다. 경기력을 좌우하는 또하나의 요소는 충분한 휴식과 긴장 해소다. 선수들이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세계 축구의흐름에 대한 연구, 월드컵에서 만날 가능성이 있는 상대팀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기술위원회의 역할이 강조되는 대목이다. ▲가네다 노부토시(축구해설가, 전일본 국가대표선수)월드컵은 어떤 의미에선 올림픽보다도 장대한 스포츠의 제전이다. 4년마다 한번 열리는 월드컵을 보기위해 4년간 생활비를 절약하는 사람들이 세계에는 많다. 따라서 한·일 월드컵축구대회 공동개최가 과연 제대로 진행될 것인가란 한가한 얘기를 하고 있을 상황이 결코 아니다. 세계 곳곳에서 방문할 손님들을 생각해서라도 한국과 일본은 협력해서 최고의 월드컵대회로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 축구와 직접 관련된 사람들이 서로협력해야 한다. 더불어 예술, 음악등 각 분야에서 서로 협력해 대회를 성공적인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특히 한국과 일본이 공동개최하는 것은 매우 훌륭한 일이란 정신을 북돋울 필요가 있다. 민간차원의 교류를 성공시키기 위해 재일교포들에게 협력을 부탁드린다. 한국과 일본을 모두 잘 알고 있는 재일교포들이라면 양국의 접착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김태호(한국축구대표팀 응원단 붉은 악마 회장)한나라의 축구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은 바로 그 나라의 축구문화를 체험해 보는 것이란 말이 있다. 오랜 역사와 전통 그리고 나름의 독특한 문화가 함께 섞인 축구문화야 말로 그나라의 축구가 걸어온 길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축구문화는어떤 것일까?비뚤어진 승부욕을 낳는 엘리트체육, 축구발전의 근간이 되지 못하고 아저씨들의 ‘조기축구’로 대표되는 생활축구, 욕설과 고함과 나뒹구는 소주병이 연상되는 경기장의 응원등 어느것 하나 한국을 대표하는 축구문화라고 내세울 것이 없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2002년 월드컵은 세계의 축구문화를 체험하고 우리의 축구문화를 세계화 할 수 있는좋은 기회다. 우리는 이번 월드컵을 통해 세계의 다양한 축구문화를 경험하겠지만 이를 월드컵 기간중에만 만날 수 있는 색다른 것으로만 치부해서는 안된다. 다양한 노하우들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우리것으로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한다. 축구가 무엇이고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열광케 하는지알게 된다면 우리의 축구문화도 세계화한 ‘한국의 축구문화’로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우에다 아사히(일본축구대표 응원단 울트라닛폰 리더)월드컵에서 앞세워야 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축구다. 축구을 통해 무언가 멋진 일이 일어나기를기대하고 있고 실제로 일본과 한국의 역사가 멋지게 변할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월드컵은 일본과 한국의 역사를위한 잔치는아니다. 역사를위해 월드컵을 여는 것이 아니라 축구를 통해서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축구를 정치적으로 생각하는사람이 많은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시민, 자원봉사자는 월드컵을성공시키기 위해 도움을 줌으로써 일본과 한국을 새로운 관계로 이끌수 있다. 2002년 월드컵의 성공은 "멋진 축구 이벤트를 개최했다는 사실 자체가 최고다"라고 생각하는 데에서 출발한다. 제241호(2000년 12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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