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충근 시민기자의 식물이야기

잠대(쟁기)는 가축 혹은 기계의 힘을 빌려 논이나 밭을 가는 농기구입니다. 땅 표면을 갈아엎으면 파종이 쉽고 작물 키우기가 수월합니다. 또한, 잡초를 제거하는 일도 되고 토양에 공기를 공급하게 되므로 생산량은 당연히 늘어납니다. 제주에도 오래전부터 가축으로 경운(耕耘)해 농사를 지었습니다. 저는 관리기로 땅을 파 봤을 뿐 '메운 잠대'를 잡아본 적은 없습니다.

'쉐'는 '솜비줄'로 잠대를 끕니다. 밭을 가는 동안 솜비줄에는 쉐의 힘이 가득 찰 것이기에 솜비줄은 질겨야 할 것입니다. 어느 날부터 솜비줄은 무엇으로 만들었을까 궁금했습니다. 틀림없이 주변 자연물로 만들었겠지만, 설마 고래 심줄로 만들지는 않았을 테고, 감도 잡히지 않았습니다.

모래밭에 자라는 순비기나무는 잔뿌리가 많습니다. 해안가 마을에서는 이 뿌리를 꼬아 솜비줄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도래낭' 즉 다래나무로 만들었습니다. 검색해보니 솔피나무로 만든다는 분도 계셨습니다.
(제줏말 큰 사전에는 주로 소리낭을 쓰며 봇줄 선미줄 섬비줄 손디줄 손비줄 솜미줄 솝비줄 쉐줄 한줄 등으로 부른다고 나와 있습니다.)

솜비줄이란 단어는 사전에서 찾았습니다. 그래서 검색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만난 어른들은 한결같이 이름을 '튼내지' 못하겠다고 하셨습니다. 예상 밖이었습니다. 옛 이름이 잊힌 것입니다. 멍엣줄이라고 한 분도 계셨습니다. 그분의 말씀을 옮깁니다.
"멍엣줄은 멍낭으로 만든다. 멍낭줄 세 가닥이면 너끈히 밭갈 주. 세 가닥 합친 것을 삼갑들인거엔 헌다. 이갑들인다, 삼갑들인다, 영 쓰는 말이주. 사갑들인건 못써. 트멍이 나그네 구져. 여름에 일부러 멍줄허레 산에 가시메. 하르방들에게 배완 평생 해오던 거난  대충 행 와도 딱 맞아 가메. 쉐허곡 잠대 사이의 길이가 지금으로 말허민 한 발이 되카 두 발이 되카, 멍엣줄은 멍에 양쪽에 묶는거 아니라게, 긍허난 그거에 맞췅 멍줄을 끄너그네 우선 되왔주. 되와사 되메. 긍허지 안으민 뻣뻣해영 낭토막이 되불메. 벵벵 되왕 집에 왕 물에 컸주. 호릇밤 호르낫이나 물에 컸당 삼갑들이는거주. 다른 넌출들은 처음부터 뱅뱅감아졍 올라가주마는 멍줄은 처음엔 과짝 올랐당 나중에야 감아지는거난 산에만 가민 긴 건 미삭허매. 삼갑들인거는 쉐가 영 고비돌아도 그대로 바짝허메. 다른 걸로도 해봐신디, 나이롱줄로도 해봐신디 그건 밭 갈당보민 늦춰저그네 쇠발에 꿰정 안좋아. 긍허난 멍줄로 허는게 최고라"

멀꿀의 열매가 '멍'입니다. 멍에는 많은 씨가 질서정연하게 꽉 차 있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만들 수 있을까 볼 때마다 멀꿀의 능력에 놀랍니다. 과즙이랄 것은 없고 끈적끈적한 살들이 씨에 붙어 있습니다. 흡입하면 차례대로 들어옵니다. 커다란 씨가 목구멍을 통과하는 맛에 멍을 먹습니다. 새들에게 씨까지 먹게끔 한 전략이 나에게도 통한 것입니다. 그래서 일을 본 후 물을 내려 버리는 것은 죄가 됩니다. 멍을 먹고 난 후는 들이나 밭으로 가야 합니다. 애써 멍을 만든 멀꿀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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