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칼럼]성과급 유감

모처럼 방학을 맞은 아이들을 이불 속에 남겨두고 현관을 나섰다. 선배보다 컴퓨터를 잘 못하여 늘 마음이 무거웠던 터라 이번 방학에는 컴퓨터 연수를 신청해 놓았기 때문이다. 막상 연수 장소에 도착해 보니 너무나 열심히 연수를 받는 모습에 그동안 느슨했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교수님은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지 말고 쉬는 시간은 꼭 쉬라고 당부하셨지만 쉬는 시간에도 쉬지 않고 연습을 하는 선생님들이 많았다. 선배님들이 열심히 사는 모습은 봄바람 같은 아름다운 자극으로 내 가슴에 다가왔다.커피 한 잔으로 피로를 녹이며 이야기를 나누는 10분도 감칠맛 났다. 자판기 주변의 선생님들은 서로 모르는 분들도 많았으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풀어놓았다. 정치 돌아가는 이야기, 경제며 세계 정세 이야기로부터 시작하여 문제아 이야기 등등 끝이 없었다. 한참 이야기를 하던 선배님 한 분이 불쑥 나에게 말을 던졌다.“박선생, 올해 교육활동은 학교에서 몇 등 해서? 성과급 타 질거라?”성과급이 시행되던 몇 년 전의 일이 생각났다. 당시도 지금처럼 성과급에 대한 반대론이 교사들 사이에 성행했었다. 모이면 성과급에 대한 이야기가 도마 위에 올랐었다. 누가 성과급을 탔는지 아무도 모르게 한 해가 지났고 그 다음해에 쉬쉬하며 누가 탔는지 알게 되었는데 그때의 기분이란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이 나빴다는 사람도 있었고, 성과급을 전액 회식비로 썼는데 나중에 연말 정산 할 때는 소득으로 인정되는 바람에 고스란히 세금만 물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때 공통적으로 느낀 것은 성과급을 탄 사람과 안 탄 사람 모두가 기분이 안 좋았다는 사실이었다.교육의 성과를 객관적으로 측정할 방법을 그 사이에 연구했다면 문제는 다르겠지만 지금으로선 어떻게 교사들의 교육활동을 평가할 것인지 의문이 간다. 사실 진정한 교육은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아이들을 변화시킬 수 없는 교육은 공허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해서 1년 동안 변화한 아이들의 모습을 수치로 나타내 보일 수는 없는 것이다. 다른 교사와 비교할 수는 더더욱 없는 일이다.아이들의 삶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시키고 학습의욕을 북돋아주기 위하여 1년 내내 고생을 해도 그것을 증명할 방법이 없다. 아이들을 한 명 한 명 인터뷰하며 담임선생님이 너를 얼마나 변화시켜 주었냐고 물을 수도 없는 일이다.그렇게 할 수 없다고 해서 잡무 처리 능력으로 교육활동 성과를 드러내 보일 수도 없는 일이다. 똑 같은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상품을 생산해 내는 일도 아니며 각기 다른 사무를 맡고 있기 때문이다. 드러나는 실적물이 많은 사무가 있는가 하면 고생은 많이 해도 결과가 확연히 드러나지 않는 사무도 많다. 이래저래 교육활동은 뚜렷한 성과물을 내보일 수 없는 활동이다. 세월이 흐른 후제자들이 평가를 하고 양심이 평가할 수 밖에 없는 일이다. 그런데 성과급을 준다고 한다. 개인적인 소신을 밝히자면 나는 성과급을 받을 자격이 없다. 다른 선생님들에 비하여 월등하게 잘한 게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반 아이들 개개인의 발전을 위하여 정성껏 가르쳤고 그들을 진심으로 사랑하였다. 성과급은 누가 타든지간에 이러한 사랑들을 보잘 것 없게 만들어버린다. 성과급을 받아서 더욱 의욕이 충천하고 그것을 받기 위하여 더욱 열심히 일할 교사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교육을 몰라도 한참 모르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성과급? 요령 좋은 사람이 타겠지.”성과급 이야기로 자판기 앞에서 열띤 토론이 이루어졌을 때 누군가 툭 던진 말이다. 교사들 중 어느 누구도 성과급이 말없이 교육을 실천하는 진실한 사람에게 간다고 믿지 않는다. 설사 그렇게 간다 해도 결과는 교사들의 의욕을 고취시키기 보다 교사들간 위화감을 조성하고 씁쓸하게 사라질 것이라는 게 그날 토론에서 나온 결론이었다.교사들을 서열화하고 차별화된 금전으로 보상을 한다고 교사들의 사기가 진작될 것이라고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본다. 제발 냉정하게 교육현장을 살펴보고 교사들의 의견을 수렴해 주는 귀가 있었으면 좋겠다. 돈 몇 푼에 교사의 양심을 팔게 하지 말고 사회적으로 교사들의 사기를 진작시키는 고민이 진실로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박희순/제주교대부속초등교 교사 제247호(2001년 1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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