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에서 크고 작은 낙석사고가 자주 발생하면서 시민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문화재보호구역인 돈내코계곡과 산방산에서 불과 한 달 사이에 3건의 낙석사고가 잇달아 발생함으로써 안전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이번 낙석 사고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하마터면 대형사고로 번질 수 있어 가슴을 쓸어내리게 한다. 지난달 초에는 용머리 해안가에서 관광객이 낙석 파편에 부상을 당하면서, 지금까지 관광객 출입이 전면 통제되고 있다.
지난 15일 정방폭포 주차장 인근에서는 남영호 참사 44주년을 맞아 위령탑·위령비 제막식이 열렸다. 무려 323명의 목숨을 앗아간 한국 최대규모의 해양사고 남양호 참사의 조난자와 유가족들을 위로하기 위한 자리다. 이날 행사에서 제주도와 서귀포시 행정책임자들은 남영호 사고의 교훈을 이어받아 안전문제에 최우선 정책을 펴겠다고 약속했다.
남영호와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안전문제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지만, 우리 주변에서는 여전히 안전사고 발생이 꼬리를 물고 있다. 이번에 낙석사고가 발생한 돈내코와 산방산 일대는 평소에도 낙석사고 위험이 높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공교롭게도 민·관이 사고예방 대책을 모색하는 시점에서 연쇄적으로 사고가 발생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서귀포시는 돈내코 계곡 진입로를 폐쇄하고, 산방산에는 낙석 그물망을 보강하며 임시방편에 나섰다. 옛 ‘소라의 성’ 건물에 대해서도 부랴부랴 전문가 자문회의를 열고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돈내코와 달리 산방산에는 낙석사고의 근본해결을 위한 용역작업이 내년 5월에야 마무리될 예정이다. 최근의 낙석 사례를 보면, 용역결과가 나오기 이전에도 수시로 사고발생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전문가들은 강풍이나 호우가 아닌 날씨에도 산방산에 낙석이 자주 발생하는 점에 우려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낙석 암반을 사전에 봉쇄하기 위해 암반 주위의 소나무 등을 베어네야 한다는 주장도 제시하고 있다. 인근 주민들은 안전페스를 설치하지 않은 채 낙석사고 예방공사를 실시하는데 대해서도 불안에 떨고 있다.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안전 불감증’ 운운하며 호들갑 떨 게 아니라, 냉철한 입장에서 안전사고 예방대책이 마련되도록 민·관이 머리를 맞대야 할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