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가 ‘나비· 제주학의 선구자’ 석주명 선생의 기념관 건립사업에 본격 나서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영천동 농촌중심지 활성화사업이 최근 국비지원 사업에 포함된 것을 계기로 서귀포시 차원에서 석주명 선생 기념관 건립을 이의 핵심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난 17일에는 도내·외 각계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기념관 건립 추진위원회가 발족되면서 사업추진에 한층 가속도가 붙게 됐다.

 주지하다시피, 석주명 선생(1908~1950)은 짧은 생애에도 다양한 분야의 학문에서 괄목할 업적을 쌓아올렸다. 2년 여의 제주생활 기간에는 전공분야인 나비 외에도 제주도의 자연· 인문·사회· 언어 등의 자료를 조사· 연구한 뒤 6권의 ‘제주학총서’ 등의 저서를 펴냈다. 인문학과 사회과학을 통합한 우리 학계 최초의 융복합 학자로 사후에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다.

 석주명 선생이 제주도와 제주학 발전에 기여한 공로는 막대하지만, 정작 제주에서의 대접은 매우 소홀하다. 선생이 근무하던 서귀포시 토평동 사거리의 옛 연구실 주변에 자그만 흉상 하나가 달랑 세워졌을 뿐이다. 그동안 학계 등 민간 차원에서 기념관 건립 등 석주명 기념사업 추진 움직임이 몇 차례 진행됐지만, 제주대가 부지 제공에 선뜻 나서지 않아 번번이 좌절되고 있다.

 현재 토평동 제주대 아열대농업생명과학연구소 부지 일대에는 일제시대에 건립된 연구실과 유리온실 등이 보존돼 있다. 앞으로 기념관 건립 등 기념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연구실과 유리온실 매입이 필요한 상태다. 이번 추진위원회 발족을 계기로 서귀포시가 부지매입 또는 부지교환, 대체 부지 매입 등을 위해 제주대 측과 협상을 벌여 가시적 성과를 거둬야 할 것이다.

 최근 서귀포시에는 ‘이중섭 거리’가 문화관광의 아이콘으로 떠오르면서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석주명 선생이 다양한 방면에서 일궈 낸 학문적 성과가 후세에 올바로 평가받으려면 토평동에도 ‘석주명 거리’가 새롭게 조성돼야 한다. 영천동에서 닻을 올린 공모사업 선정을 계기로 석주명 선생 기념사업이 열매를 맺도록 민·관 모두의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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