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꽃다발을 한아름 선사합니다”
졸업을 축하하기 위해 마을 주민들과 지역 단체장 등이 학교로 몰려들었다. 졸업식을 취재하기 위한 방송국 카메라도 여럿 자리를 잡고 졸업식이 시작되길 기다렸다.
우리나라 최남단에 위치한 마라분교 졸업식이 5일 열렸다. 2년만의 졸업생 배출이다. 지금까지 마라분교 졸업식은 본교인 가파초등학교에서 함께 열렸었으나, 이날은 마라분교에서 열렸다. 재학생과 신입생이 없어 1년간 휴교에 들어감에 따라 특별히 마라분교에서 졸업식이 개최된 것이다.

이날 졸업식에는 좌용택 서귀포시교육지원청 교육장을 비롯해 강학윤 가파초 교장, 마라리 노인회장, 이장, 청년회장, 주민자치위원장, 대정파출소장, 마라리 등대소장 등 30여명이 참석했다.
졸업생은 김영주 학생 단 한명이었다. 2년 전 같이 다니던 누나가 졸업을 하면서 김영주 학생 혼자 2년간 외롭게 학교를 지켰다. 덕분에 10여 개에 이르는 상은 독차지했다. 장학금도 모두 그의 몫이었다.
하지만 그의 곁에는 같이 하이파이브를 나눌 친구들도, 헤어짐을 아쉬워할 친구들도 없었다. 졸업식 노래처럼 꽃다발을 한아름 안겨줄 후배도 없었다. 송사와 답사 대신 6년을 마치는 소감을 읽어 내려가는데, 선생님들 이야기로 채워졌다.

김영주 학생은 “한글도 모른 채 마라분교에 입학했다. 이제까지 많은 것을 가르쳐 준 강홍선, 고숙이, 김진애, 오동헌, 현도현 선생님께 감사하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이어 청주 공군사관학교에서 열린 스페이스 챌린지 대회 참가, 도민체전 성황봉송 등을 회상하며 “스페이스 챌린지 대회와 과학전람회 등을 통해 세상 밖을 구경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원어민, 피아노, 방과후 검도 선생님도 매번 배를 타고 마라분교를 찾아와줘서 감사하다”며 “선생님들을 가슴에 새기면서 어디서도 자랑스런 제자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김종신 마라리장은 축사에서 “6년동안 친구 없이, 같이 할 수 있는 친구가 없어 힘들었을 것”이라 위로하며 “앞으로 공부 열심히 하고, 친구도 만이 사귀어라”고 격려했다.

졸업식 시작에 앞서 진행된 기자단 인터뷰에서 김영주 학생의 어머니인 김은영씨는 “모든 선생님들이 정성껏 대하면서 6년 동안 잘 보살펴 줘 고맙다”고 소감을 말했다. 마라분교에서 보조교사로도 일했던 김씨는 “현장학습, 여행 등 모두 함께 다닐 수 있어 즐거웠던 일이 더 많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김영주 학생 동생도 이곳 마라분교에 보낼 예정이라고 전했다.
마라분교는 이날 졸업식을 마지막으로 재학생과 신입생이 없어 1년간 휴교에 들어간다.
김희주 청년회장은 학교가 휴교에 들어가는 것에 대해 “젊은 사람들이 빠져나가는 것이기에 대안이 없다. 젊은 사람들이 거주하고 생활할 수 있는 일자리가 있었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김 회장은 “현재 장사 하면서 남아있는 주민들 사이의 아이들이 커 입학할 때까지 기다리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좌용택 서귀포시교육지원청 교육장은 “우리나라 최남단인 마라분교가 이번 졸업식 후 휴교에 들어가게 되어 안타깝다. 작은 학교살리기 등 학생유리를 위해 노력했으나 지역 주민들과의 이견차가 있어 학생 유치가 무산됐다”면서 “1년 후 입학 예정 어린이가 있어 개교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마라도 내 학령인구는 현재 기준 2017년 1명, 2018년 1명이 있으며, 2020년 2명이 있다. 이들이 마라분교에 입학한다면 당분간 마라분교는 유지될 예정이다.
1958년 가파초등학교 마라분교장으로 개교한 뒤 지금까지 학교 문이 닫힌 적이 한번도 없었다. 그동안 마라분교는 이번 김영주 학생을 포함해 90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