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함께 떠나는 동화기행]장수명/동화작가

7. 지아에게 온 편지

한 나절쯤이었다.

우체부 아저씨가 편지를 가지고 왔다.

지인이와 지은이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편지를 낚아채듯 받아든다.

「이지아 앞」.

지아 앞으로 온 편지다. 발신지는 서울.

"박민호?
박민호가 누구지?"

자매는 서로 얼굴을 마주본다. 편지를 뜯었다. 조심스레 봉투 안에서 편지를 꺼내들고 펼치는데 사진 한 장이 발등으로 툭 떨어진다.

지인이가 사진을 주워서 들여다본다. 지아 또래의 남자 아이가 제엄마하고 찍은 사진인 듯 했다.

"어서, 편지부터 읽어보자. 어서."

"알았어, 잠깐만……"

건성으로 대답한 지인이는 사진을 뚫어져라 본다.

'어디서 본 것 같지……?'

지인이는 혼잣말을 하고, 지은이는 편지를 읽느라 지인이 말을 못 들었다.

"지인아, 여기 봐."

편지에는 지아의 본부 바람의 집 이야기가 쓰여 있다.

"지인아, 본부가 있대. 본부 이야기 들은 적 있어?"

「지아의 본부 바람의 집」.

"아니……."

자매는 사라진 지아를 찾을 수 있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틀림없이 바람의 집이라는 본부, 그 곳에 있을 거야."

"빨리 바람의 집으로 가 보자."

'지아야, 안녕!

나 민호.

벌써, 날 잊어버린 건 아니겠지!

네 집에 가고 싶었는데, 엄마가 갑자기 서울 가자는 바람에 못가서 아쉬웠어…….'

"지아가 벌써, 남자 친구를 사귀었나봐. 게다가 집에 데리고 오려 했다는데."

지인이가 호들갑을 떨며 말했다.

"조용히 좀 해."

"지난번에 데리고 온다고 했던 그 아이 편지야."

'철둑 옆 네 본부, 바람의 집은 정말, 멋있었어!

내년 봄방학 땐 꼭 내 본부도 만들자!

언제 엄마랑 시간이 되면 외갓집에 다시 갈 거야.

지아야, 그때까지 안녕!

바람의집에 사는 바람아이 지아에게. 박민호.'

철둑 옆 본부!

본부를 찾아 가려고 막 일어서는 데, 지민이 언니가 축 처진 모습으로 대문을 열고 들어오고 있었다.

"지아……, 못 찾았어."

지민이 언니의 눈에서 굵은 눈물이 후두둑 떨어진다.

"언니, 지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 본부가 있대. 어서 가보자. 빨리!"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멍하게 선 지민이의 팔을 낚아채며 지인이가 편지를 내민다.

"여기."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지민이 언니는 빠르게 편지를 읽는다. 그리고 대문을 밀치고 달린다.

"맞아, 지아가 늘 블록공장 공터를 오고 갔었어."

잡풀이 우거지고 아카시아 나무가 우거진 철길, 둑방. 비스듬한 철둑길로 올라가던 지민이 눈에 아카시아나무로 얼키설키 엮어진 흡사 새집처럼 지어진 커다란 무더기가 보였다.

잡풀이 우거진 철둑길은 눅눅한 습기 때문인지 모기가 굉장히 많다.

본부 안으로 조심스레 몸을 숙이던 지민이가 소스라치는 소리를 지른다.

"지아, 지아야~!"

축, 늘어진 모습의 지아가 있었다.

'살았을까?'

지민이는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지민이는 손을 뻗어 지아를 만져본다. 지아의 몸은 불덩이처럼 뜨거웠다. 게다가 축축한 땀까지 손에서 끈적였다.

"…지아야."

조심스럽게 부른다. 세 자매는 말을 하지 못했다. 지아는 죽은 것처럼 꼼짝도 하지 않는다.

"지아야!"

세 자매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지아를 부르면서 흔들었다. 지아는 늘어진 모습으로 여전히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언니, 빨리 지아를 병원으로 데려가자!"

지은이가 지아를 일으킨다.

"지아야, 죽지마! 지아야, 미안해!"

지민이는 지아를 업고 바람의 집에서 나왔다. 비가 내려 질퍽한 철둑길은 어찌나 미끄럽던지 지아를 업은 지민이가 미처 균형을 잡지 못하고 넘어지고 말았다. 그 바람에 지아는 내동댕이쳐지고 말았다. 하지만 지아는 여전히 미동도 없다..

"지아야, 미안해. 미안해."

지민이는 일어서서 다시 지아를 업으면서 미안하다는 말을 수도 없이 했다. 지민이는 무서웠다. 이대로 지아가 죽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자꾸만 자꾸만 들었다. 철둑을 벗어나 블록공장 빈 공터를 지나는데, 난데없이 어찌나 센 바람이 불어대던지 하마터면 지아를 업고 지민이는 또 한 번 넘어질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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